지난해 11월, 한 식품제조사가 그동안 비위생적인 시설에서 순대를 만들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순대파동’으로 불리는 이 일 때문에 유통·식품업계 전반이 발칵 뒤집어졌다. 종로구에 사는 주부 최 씨는 일련의 소동 이후 다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즐겨 구입하던 냉동식품과 밀키트 제품 대신 친환경·유기농 농산물 구입에 더 신경을 쓴다. 마트에 간 최 씨는 일단 농림수산식품부가 찍어준 유기농 인증마크 제품들을 집어 든다. 그 중에서 상태가 좋아 보이는 것들을 카트에 담는다. 그런데, 먹거리 유통과정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유기농 인증마크는 믿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한살림’)을 찾았다. 1981년 ‘한살림농산’으로 시작한 한살림은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까다로운 품질검사를 자랑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잔류농약검사, GMO(유전자변형생물체) 축산물 항생제 검사, 미생물 벤조피렌 검사, 방사성물질 검사 등이 대표적이다. 한살림 마크를 달고 소비자에게 물품을 공급하고 싶다면 누구라도 이 품질검사를 통과해야만 한다.

우리는 농사 짓는 ‘과정’도 조합원이 ’함께’ 봅니다!

더 나아가 2020년, 한살림은 독자적인 친환경 인증제도인 ‘참여인증제’를 출범시켰다. 2018년부터 2년간의 시범운영을 거친 참여인증제는 외부전문가에만 인증을 맡겨놓지 않고 생산자와 소비자, 실무자 등 한살림 구성원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한다. ▲인증신청 ▲자주관리 ▲자주점검 ▲인증승인 ▲사후관리로 구성된 참여인증제는 ‘과정’ 중심의 인증 시스템이다.

자주관리를 진행하는 생산공동체 모습/출처=한살림
자주관리를 진행하는 생산공동체 모습/출처=한살림

일단 생산공동체가 먼저 자발적으로 필지를 점검하는데 이를 ‘자주관리’라 한다. 생산자들은 연 2회 이상 필지를 순회하며 필지를 점검하고 미흡한 점이 있으면 이후의 교육 및 공동체 회의를 통해 보완한다. 그 이후 자주점검 단계에서는 다른 생산공동체 소속 생산자 1명과 참여인증 관련 교육을 이수한 소비자 1명 그리고 실무자 1명이 ‘자주점검단’으로 참여한다. 자주점검단은 생산공동체가 사전에 진행한 자주관리 현황에 대해 다시금 점검하는 과정으로 표본을 추출해 연 1~2회 정도를 진행한다. 자주관리와 마찬가지로 점검 후 토의과정을 거쳐 미흡한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원인과 개선방안을 찾아 차기 자주관리에 반영토록 한다.

자주점검을 진행하는 자주점검단/출처=한살림
자주점검을 진행하는 자주점검단/출처=한살림

과정을 살펴 실수를 개선하고 친환경•유기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농사를 짓다보면 불가피하게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본인은 친환경·유기농업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이제껏 고생해왔지만 바람과 주변 환경 등의 요인에 의해 잔류농약이 검출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단 한번의 실수로 친환경 농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점이다. 입증책임을 생산자에게 지우는 현행 제도는 물론이고, 생산자를 사기꾼 취급하는 분위기 속에서 생산자들이 유기농업을 계속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한살림은 생산자가 감시 대상으로 전락하는 상황에서는 힘들고 어렵기로 소문난 유기농업의 동력을 이어갈 수 없다고 우려한다. 한살림이 ‘과정’ 중심의 인증 제도를 들고 나온 배경이 바로 여기 있다.

과정 전체를 살펴보면 미리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참여인증제는 ‘점검’ 못지않게 점검 후 ‘회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문제를 적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개선’해 지속가능한 친환경·유기농업을 달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생산자는 인증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 일방적인 대화가 아니라 소비자와 생산자간 쌍방향으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만들어진다.

2020년 기준 참여인증제는 28개의 생산공동체, 421명이 참여했다. 면적으로는 7,122,439m²(약 215만평), 품목으로는 413개가 참여인증제를 통해 관리되고 있다. 2021년에는 50개의 생산공동체가 참여해 현재 약 40%의 참가율을 보이고 있다. 한살림은 올해 80개의 생산공동체가 참여인증제에 참여하는걸 목표로 하고 있다.

[당신의 ‘유기농’, 안녕하신가요? ②]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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