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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잉 지잉~’ 진동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주문한 음료를 받으러 카운터로 향한다. 아뿔싸, 시럽 넣어달라는 요청을 깜빡했다. ‘시럽 좀 넣어주세요’ 전자 보드에 손글씨를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갔다. 직원은 빙그레 웃으며 말없이 음료에 시럽을 넣어 건네줬다. 말로 요청하지 않은 이유? 여기는 청각장애인을 고용한 카페 ‘카페스윗’이기 때문이다.

“보지 못하는 것은 사물과의 단절을 의미하나, 듣지 못하는 것은 사람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미국의 맹농아 저술가이자 사회사업가인 헬렌 켈러의 말이다. 이처럼 누군가와 소리로 소통하는 건 사람 간 연결의 시작이다. 그럼 듣지 못하면 소통과 연결은 없는 걸까. 카페스윗은 수어로 소통하는 카페다.

카페스윗은 취약계층 고용 유형으로 설립된 사회적협동조합이다. 8명의 직원 중 청각장애인이 5명, 비청각장애인이 3명이다. 취약계층 고용 유형으로 인정받으려면 40% 이상을 취약계층으로 고용해야 하는데, 그 조건을 훨씬 뛰어넘은 62.5%다. 이들 모두 정직원으로 근무 중이다.

서울시 성동구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운영했던 카페스윗 2호점. 1호점은 신한은행 본점 15층에 있다./사진=고선영 청년기자
서울시 성동구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운영했던 카페스윗 2호점. 1호점은 신한은행 본점 15층에 있다./사진=고선영 청년기자

‘스윗’은 보통 ‘sweet(달콤한)’만의 뜻으로 사용하지만, 카페스윗은 다른 뜻도 담고 있다. ‘신한(Shinhan)+함께(with)’의 조합으로 “신한과 함께(S+with) 달콤하게(Sweet) 성장한다”는 의미다. 신한금융이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원하는 비영리법인으로 장소와 원두를 무상으로 받는다.

카페 운영 외에도 부족한 사회복지서비스 확충을 위해 다양한 교육 사업과 인식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청각장애인 직원과 구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 직원 대상 수어 교육은 매달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수어 교육 영상 배포 경험도 있다. 신한은행 본점 엘리베이터 스크린에 9가지 에피소드 영상을 만들어서 배포했다. 이 외에도 장애인의 날, 농인의 날 등 각종 기념일 행사를 진행해 비장애인과 청각장애인 사이의 거리를 좁혀나가고 있다.

손님이 전자 보드를 이용해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사진=사회적협동조합 카페스윗 제공
손님이 전자 보드를 이용해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사진=사회적협동조합 카페스윗 제공

특별한 점은 또 있다. 바로 카페 내 ‘수화통역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카페스윗에서는 음료 주문이 키오스크 혹은 필담으로 이루어진다. 이외의 통역은 수화 통역사가 맡는다. 카페스윗의 수화통역사는 이성실 매니저다. 이 매니저는 카페스윗 1호점과 2호점을 오가며 손님과 청각장애인 직원, 비청각장애인 직원과 청각장애인 직원 사이에서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법인, 행정 등의 일을 도맡는다.

사회적협동조합 카페스윗 2호점에서 이성실 매니저를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성실 매니저와의 일문일답.

카페스윗 게시판에 이용자들이 남긴 반응./사진=고선영 청년기자
카페스윗 게시판에 이용자들이 남긴 반응./사진=고선영 청년기자

Q. 카페 이용자들의 반응이 가장 궁금하다. 긍정적, 부정적 반응이 모두 있을 것 같은데.

긍정적인 반응은 “커피가 맛있다”고 입 모아 칭찬해주시는 거다. 우리는 청각장애인이어서 특별한 게 싫다. 먹고 맛없어도 ‘그래, 장애인이 만든 커피인데 돈 한번 좋은 일에 썼다 하지 뭐’라고 말하는 커피가 되는 게 싫다. 우리가 음료 개발을 계속 연구하고 논의하는 이유다.

수어 교육 영상을 보고와서 직원과 수어로 대화를 나누는 손님도 있다. 또 카운터 앞에서 수어로 궁금했던 표현을 배워가는 손님도 있다.

소통이 어려워 불편해하는 손님도 종종 보인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데 못하면 답답해하거나 당황스러워하는 손님들이 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전자 보드를 갖다 놓고, ‘청각장애인이 근무하고 있어요’라는 사인물을 곳곳에 부착했다. 요즘은 마스크 때문에 손님들의 입 모양이 안 보인다. 소통에 더 벽이 생기는 것 같다.

2020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 중 장애유형벌 장애인 고용률을 나타낸 표./출처=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2020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 중 장애유형벌 장애인 고용률을 나타낸 표./출처=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Q. 청각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는 흔하지 않다. 카페스윗이 유독 ‘청각장애인’의 고용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2020년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제활동 실태 조사에 따르면, 청각장애인의 고용률이 전체 고용률 34.9%보다 낮았다. 흔히들 청각장애인은 다른 장애인(지체 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에 비해 취업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일을 같이하면 소통의 문제가 크다고 느껴 고용이 잘 안 된다. 청각장애인의 취업 문턱이 높은 이유다. 그래서 청각장애인의 사업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Q. 채용은 어떻게 이뤄지나.

서울농학교 바리스타 전공과 학생들을 섭외한다. 혹은 커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청각장애인복지관이나 농아인복지관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이수한 수강생을 대상으로 섭외한다.

청각장애인들이 일자리에 지원하는 구조로는 장애인재활협회에 ‘장애청년드림팀’이라는 인턴십 제도가 있다. 해당 인턴십을 통해 지원한다. 이 경우, 3~4개월 정도 같이 일하다가 정규직 전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Q. 카페스윗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이곳 2호점 장소가 1년만 빈다고 해서 들어왔다. 로드숍 매장 운영을 경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기한이 됐다. 2호점은 문을 닫지만 3호점은 카페스윗백년관점으로 서울시 중구에 위치해있고, 4호점과 5호점은 내년 봄 각각 정릉과 서울대입구역에 열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최초는 아니지만) 근무자들이 만족하는 사업장으로서 사회적기업의 모델이 되고 싶은 계획도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장애인 직간접 차별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장애인식개선사업과 지속성장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소셜벤처들과 협력하는 사회적경제지원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조금 더 꿈을 키워보자면, 취약계층 일자리 사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곳을 이끌어주는 컨설팅 업체도 되고 싶다.

카페스윗 직원들이 카페, 스윗, "I love you(국제수어)"를 수화로 표현하고 있다.(왼쪽부터 이현아 바리스타, 이성실 매니저, 유지애 바리스타)/사진=고선영 청년기자
카페스윗 직원들이 카페, 스윗, "I love you(국제수어)"를 수화로 표현하고 있다.(왼쪽부터 이현아 바리스타, 이성실 매니저, 유지애 바리스타)/사진=고선영 청년기자

Q. 마지막으로, 정부나 기업 등 외부에 요구하고 싶은 지원정책이나 사업이 있다면.

취업 사이트를 보면 공고에 ‘비장애인 우대’라는 말은 안 쓰여 있다. 장애인들은 장애인 취업 박람회 같은 곳을 가야만 당연해진다. 그러한 취업 박람회는 한시적이고 그 수가 적다. 요구하고 싶은 지원 정책이나 사업은 지금 하고 계신 거를 순환되게끔 오래 해 달라는 거다. 잠깐 말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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