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강원도 사회적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발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공감토크>입니다.

이번 공감토크는 사회적경제 방식의 아동돌봄을 주제로 마을교육공동체로 출발해 학부모와 마을주민이 협력하고 연대하는 교육생태계를 구축한 사회적협동조합 이야기입니다. 지속적인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증하며 아동돌봄은 더 이상 가정의 책임이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아동돌봄’에 대한 수요는 공공성과 자율성, 투명성이 담보되는 사회적경제 방식의 아돌돌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사회적경제 방식의 아동돌봄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고, 수요자 맞춤으로 운영된다는 점에 더해 운영성과가 다시 지역사회로 환원된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마을이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는 마을교육공동체는 배움과 함께 정서적이고 감성적인 경험이 마을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돌봄 현장이 됩니다.

김지희 사회적협동조합 마을 사무국장, 이건상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이사, 차윤진 홍천군다함께돌봄센터 영귀미돌봄터 센터장 이 세분이 주인공입니다.

왼쪽부터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이건상 이사, 영귀미돌봄터 차윤진 센터장, 사회적협동조합 마을 김지희 사무국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왼쪽부터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이건상 이사, 영귀미돌봄터 차윤진 센터장, 사회적협동조합 마을 김지희 사무국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Q.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지희(이하 김): 반갑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마을(이하 마을)’은 횡성 행복교육지구 사업으로 진행되는 횡성형 마을교육공동체를 위탁운영하고 있는 중간지원센터입니다. 저는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김지희라고 합니다.

※ 행복교육지구?
강원도교육청이 기초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을 맺고 예산을 공동 분담해 지역 밀착형 혁신교육을 추진하는 사업으로, 강원도형 마을교육공동체 사업 중 하나. 2015년 태백, 화천을 시작으로 현재 강원도 18개 시·군에서 모두 운영되고 있다. 강원도형 마을교육공동체사업은 ▲지속가능한 교육공동체 ‘온마을학교’ ▲기초자치단체가 적극 지원하는 ‘행복교육지구’ ▲지역 전문 멘토가 함께 가르치는 마을선생님과 교육기부 ▲학생이 직접 학교와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학교협동조합과 체인지메이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건상(이하 이): 저는 홍천 영귀미면으로 5~6년 전에 귀농했어요.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이하 새끼줄)’은 2018년 4월에 발족했고요. 새끼줄은 영귀미면에 자리 잡고 있는 속초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출발했어요. 학교 도서관이 놀고 있으니까 학부모들이 돌아가며 사서 봉사를 하게 됐고,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함께 키워볼까?”라는 고민으로 확장되면서 마을교육공동체 새끼줄이 탄생했고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성장했어요. 그때 주축이 됐던 3명 중에 한 명이 아내였고, 새끼줄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어요.

새끼줄 이름이 참 희한한 게 정말 새끼줄 꼬듯이 다 엮어져요. 초창기 멤버가 대부분 여성이었는데, 첫해에 주 2회씩 연 100여 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더니 지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했어요. 그 다음 해에는 ‘마을 삼촌’들이 대신 그 역할을 해보자고 해서 남성들 참여가 확 늘었어요. 새끼줄 공동체는 이제 한 30명 정도 돼요.

                                     홍천 영귀미돌봄터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홍천 영귀미돌봄터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차윤진(이하 차): 안녕하세요. 홍천군다함께돌봄센터 1호인 영귀미돌봄터(속초1리 마을회관 2층) 센터장 차윤진입니다. 새끼줄이 영귀미돌봄터의 운영을 맡게 되면서 새끼줄 내 다함께돌봄센터 운영사업단으로서 영귀미돌봄터 전반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어요. 새끼줄은 지난해 교육프로그램 운영을 잠시 중단하고, 영귀미돌봄터와 폐교를 리모델링한 새로운 공간을 활용하는 데 집중했어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조직 형태도 전환하는 과정을 가졌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았는데도 정말 바쁜 1년을 보냈어요.

※ 다함께돌봄센터란?
정부(보건복지부)와 지자체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을 통한 지역 중심의 초등 공적 돌봄 확대 사업. 만 6세부터 만 12세 아동을 대상으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동복지시설이다.

김: 마을은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위해 설립된 사회적협동조합이에요. 강원도 학교운영위원장 협의회장을 몇 년간 역임한 저희 마을의 최현식 이사장님이 전라북도 완주군 청소년센터 ‘고래’를 방문하고 나서, 고래 사례를 롤 모델로 우리 지역에 접목해 보자 하고 나서게 된 것이 출발이었어요. 횡성군은 1개 읍과 8개 면으로 이뤄져 있는데, 읍을 제외하고는 학원도 없을 만큼 열악하거든요.

이사장님을 포함해 교육에 열의를 갖고 계신 분들이 교육청과 지자체, 군 의회를 계속 설득해 가는 노력으로 시범사업을 만들었고, 행복교육지구 사업으로 4년을 더 연장할 수 있게 됐어요. 여기에 더해 행복교육지구 사업이 종료되어도 마을돌봄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전국 군(郡) 단위 최초로 『횡성군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이끌어 내기도 했고요.

행복교육지구는 강원도교육청이 2억 원, 횡성군이 2억 원을 분담하게 되는데, 횡성군은 여기에 횡성군 마을교육공동체 ‘횡성형마을교육공동체’ 예산으로 2억 6,000만원을 편성했고, 시설비나 증축비 등까지 합하면 올해 8~9억 원 정도가 확보된 상태예요. 열의에 더해 시기나 여러 가지가 잘 맞아서 이뤄낸 성과들이에요.

현재는 공공기관의 유휴공간에 ‘공근사랑방 교실’, ‘강림온마을 교실’, ‘안흥사랑방 교실’, ‘우천 무지개꿈터’까지 4개면에 공간이 운영되고 있어요. 공근면, 강림면, 안흥면은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지역이고, 우천면은 소규모 도시재생으로 아동 돌봄을 진행했던 곳이 지난해 말로 사업 종료가 되면서 함께 하게 된 사례예요.

                                      홍천 영귀미돌봄터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홍천 영귀미돌봄터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Q. 마을주민이 선생님이 되는 마을돌봄,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나요?

이: 새끼줄이 첫해에 100여 개의 프로그램이 가능했던 건 여러 사업들과 함께 했기 때문인데요. 강원도교육청의 ‘온마을학교’, 강원도청의 ‘마을공동체’, 삼성꿈장학재단의 ‘홍천교육복지네트워크 꿈이음 사업’, 홍천문화재단 사업까지 진행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시범적인 프로그램을 많이 했어요.

※ 온마을학교란?
마을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과 돌봄 등 교육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구성원들이 함께 교육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지속가능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단체 또는 모임.

※ 마을공동체란?
주민들이 함께 마을에 필요한 일과 공동의 문제를 스스로 찾고, 계획하고, 제안하여 직접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

기억에 남는 몇 개를 꼽자면 동화책 작가를 초청해서 아이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같이 저녁식사 나누는 프로그램이 기억나고요. 또 마을에 기타리스트가 계세요. 그분이 아이들과 음악 수업을 진행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데, 악기를 배운다거나 하는 일반적인 음악교육이 아니에요. 아이들에게 음악을 그냥 들려줘요, 설명 없이. 대신 듣고 나서 자신이 느낀 감정을 그림으로 그려보게 해요. 작사, 작곡도 해요. 한 가지 음만으로 몇 곡이 만들어지고, 아이들이 직접 쓴 가사는 그야말로 재기 발랄해요.

차: 로빈슨크루소 프로그램도 기억에 남아요. 아주 실험적인 프로그램이었어요. 아이들 각자가 기획자가 돼서 오롯이 그 아이의 생각으로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는 활동이었는데,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아이들이 해답을 잘 찾아낼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만 맡았어요. 발표회를 갖고 마무리가 됐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속초초교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채택해서 갖고 가기도 했어요.

이: 새끼줄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학교하고도 연계하고, 마을하고도 연계하고, 지역 주민하고도 연계해요. 앞서 이야기한 작가 초청 프로그램도 학교에서 장소를 제공해 주었고, 아이들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도 찾아와 함께 음식을 나누게 되니까 작은 마을잔치가 되더라고요. 그 자체가 굉장히 의미가 있죠.

물론 애를 먹었던 프로그램도 있어요. 삼촌들과의 프로그램으로 미디어교육을 진행했었는데, 방송장비도 만지고 직접 방송도 하면 아이들이 되게 재밌어할 거라고 착각했어요, 삼촌들이. 첫 수업 후에 생각보다 아이들의 흥미가 낮아서 당황하기도 했는데, 텃밭 수업과 연계된 ‘텃밭콘서트’의 촬영 스태프 역할이 주어지니까 재밌어하더라고요. 텃밭의 작물들 잘 자라게 음악을 들려주자는 취지로 시작된 텃밭콘서트는 아이들과 주민, 어르신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큰 행사가 되었는데, 미디어교육을 받은 친구들이 1년 동안 열심히 배운 방송장비로 직접 촬영도 하고 유튜브로 실시간 방송 송출도 하는 역할을 잘 해냈어요. 활동을 마무리 짓는 느낌이라 저도 참 좋았고요.

왼쪽부터 영귀미돌봄터 차윤진 센터장,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이건상 이사, 사회적협동조합 마을 김지희 사무국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김: 새끼줄도 마찬가지겠지만 마을도 초·중·고 전 학년 대상이지만 중학생은 많으면 10명, 적으면 3~4명이라 거의 초등돌봄이에요. 강사는 그 지역 주민들이고요. 전문가도 아니고, 딱히 자격증이 있지도 않지만 마을 선생님이 다 그렇잖아요. 숨은 재주꾼들인 거죠.

편의점 하시는 분인데 대학 때 밴드를 해서 아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쳐 주고 있고, 작가분이 한 분 계셔서 글쓰기 수업도 하고 있어요. 우천면 무지개꿈터에서 요리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그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사용하세요. 농산물이 우리 지역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스토리텔링도 하고요. 공근면은 횡성한우가 시작된 지역이에요. 그래서 가죽공예를 해요. 아이들이 무두질도 하고요. 꼭 도시로 나가지 않아도 지역 안에서 꿈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해서, 4개 면에서 60개 정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데 애들이 지치기 시작했어요. 학기 중에는 아이들이 학교 방과 후 수업 이후인 4시 30분에 오는데 그냥 프로그램 조금 덜해도 편히 쉬었다 갔으면 좋겠어요. 프로그램이 너무 많으면 학교에서는 방과 후 수업 이후에 또 방과 후 수업이라고 보시더라고요.

차: 정말 공감이에요. 영귀미돌봄터가 만들어진 이유가 아이들에게 안전하게 놀고, 쉴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는데 프로그램 하다가 지치더라고요. 학교에서 프로그램 다 하고 왔는데, 여기까지 와서 프로그램을 해야 하냐는 거죠. 맞죠, 그 말이. 지난해를 프로그램 없이 보냈다고 했는데, 공간 안에 놀거리를 늘어놓기만 해도 아이들이 충분히 자유롭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더라고요. 공간이 참 중요해요. ‘이게 될까?’ 싶었는데 공간이 있으니까 와요.

                          사회적협동조합 마을 '공근사랑방'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사회적협동조합 마을 '공근사랑방'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김: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거운 공간이 지역에 있는 건 참 중요한 일이에요. 마을은 20명으로 시작한 공근사랑방을 시작으로 횡성형마을교육공동체 공간을 계속해서 늘려나갈 계획이에요. ▲2020년 시범기를 지나 ▲2021년 올해는 4개면(공근면, 강림면, 안흥면, 우천면) 공간에 대한 운영기, ▲2023년은 전체면(+ 둔내면, 청일면, 갑천면, 서원면)으로의 확장기, ▲2025년은 횡성읍까지 포함하는 정착기로 설계하고 추진해 나가고 있어요.

올해부터 4개년도 사업인 행복교육지구가 시작됐어요. 행복교육지구는 강원도 18개 시·군에서 모두 이뤄지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 학교 단위에서 문화예술 체험 등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시적인 사업이 될 수 있어요. 저희는 지속적으로 하려고 조례도 만들었고, 초기부터 사업을 잘 다져놓으려고 하고 있어요.

왼쪽부터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이건상 이사, 영귀미돌봄터 교사, 영귀미돌봄터 차윤진 센터장, 영귀미돌봄터 아동, 사회적협동조합 마을 김지희 사무국장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Q. 두 곳 다 사회적협동조합을 선택한 까닭은?

김: 사회적협동조합 마을은 횡성형마을교육공동체를 위탁운영하는 중간지원센터 역할을 하기 위해 사회적협동조합을 선택했어요. 지자체나 교육청 모두 ‘위탁운영’ 시 우선순위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꼭 필요한 조직 형태였어요. 아직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나 개념이 약하고, 때로는 모순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차근차근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이: 새끼줄이 사회적협동조합을 선택한 이유도 돌봄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서였어요. 다만 ‘협동’이란 개념에 대한 이해는 새끼줄 구성원들마다 다 달라요. 어떤 분은 새끼줄 안에서 사회적경제 조직을 만들고 싶어 하고, 어떤 분은 문화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는데 그런 활동을 새끼줄 안에서 같이 협력하면 되게 좋거든요. 각자가 바라보는 게 다 다르고, 모두 다 친하지 않지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실현시킬 수 있는 곳이 새끼줄이길 바라요. 그게 가장 큰 새끼줄이고 그 안에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이 돌봄터를 운영하는 기구로 자리 잡고 있는 형태죠.

차: 임의단체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을 천천히 밟아가자는 논의는 계속 있어 왔어요. ‘천천히, 단계별로 준비하자’고 했던 게 지자체와 함께 운영되던 돌봄터에 대한 위탁 공고가 나면서 지난해 급작스럽게 이뤄졌다는 점은 조금 아쉽기도 해요. 예상했던 시기보다 이르긴 했어도 우리가 왜 사회적협동조합인가에 대한 이해와 역할에 대한 고민은 계속 이어나가고 있어요.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이: 어떤 조직이건 내가 즐거워야 되잖아요. 내가 즐거우면서 함께하는 무리가 있고 그 무리들끼리 충돌하지 않는 상태에서 시너지가 나면 최고라고 여기는데, 지금의 새끼줄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협동조합은 이거보다 더 빠르면 안 된다는 생각도 갖고 있고요. 더 빠르다는 건 희생과 봉사와 목적으로 끌고 가는 형태예요. 어느 순간 나의 즐거움이 없어지고, 목적이 먼저 생겨버리면 바쁘게 진행되면서 소외가 생길 수 있어요. 새끼줄 공동체가 오래 지속가능하기 위한 길에 대한 고민도 같이 가지고 가야죠.

Q. 요즘 겪는 어려움이나 고민은?

김: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요. 현장에서 오래 활동했고, 아이도 키워봤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계속 뭔가를 하라고 하기 보다는 돌봄터에 와서는 그냥 편하게 쉬었으면 좋겠는 마음이 있어요. 신발 벗고 좀 누워도 있고 마냥 ‘예쁘다, 예쁘다’ 그냥 이렇게만 해도 좋을 텐데, 아이들 방학이 되면 늘어난 시간만큼 프로그램이 늘어나야 하고 이런 부분은 계속 고민이에요.

또 하나는 위탁이기 때문에 행정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에요. 돌봄터는 어린이집이나 초등 돌봄처럼 정원이 정해져 있지 않고, 그 지역에 아이들은 모두 올 수 있게 되어 있어요. 그럼 오는 날도 있고, 안 오는 날도 있고, 간식만 먹고 가는 날도 있을 텐데 이걸 일자별로 집계해야 돼요.

차: 그게 참 모순이에요. 왜 아이들이 얼마나 참여했냐는 집계만 실적이 될까요? 얼마 예산이 투입됐으면, 연간 몇 명이 참여해야 한다는 식의 실적 방식이 현장과 좀 괴리되어 있어요.

                 사회적협동조합 마을 지역별운영협의회 간담회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사회적협동조합 마을 지역별운영협의회 간담회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김: 지역별로 비교가 되니까 현장에서 운영하는 분들은 조금 부담을 느끼시더라고요. 자율권을 주고, 지역마다 학교장·면장·교사가 포함된 지역운영협의회도 운영하면서 소통을 활발히 하고 있는데 어느 한 쪽이 위축되는 모습도 보이고요. 초창기에 특히 그런 모습이 많이 보였는데, 이제 서로 알아가고 배워가면서 많이 나아지긴 했어도 계속 반복이 될 것 같기는 해요.

또 참여자를 집계하는 방식에 대한 궁극적인 문제의식은 아이들이 줄고 있다는 점이에요. 눈에 띌 정도로 지역에 아이들이 줄고 있는데, 마을교육공동체에 참여하는 아이들 수가 계속해서 늘어나길 기대하는 실적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해요. 지역에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기초수급자 등의 비율이 상당히 많이 올라가고 있어요. 그만큼 방치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 될 수도 있으니 어려움에 놓인 아이들을 돌봄터와 잘 연계하는 노력도 필요해요.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제2회 텃밭콘서트'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제2회 텃밭콘서트'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차: 영귀미면은 조금씩 아이들이 늘고 있어요. 홍천군에서도 특이하게 유입인구가 있는 마을이고요. 언덕 하나만 넘어가면 홍천읍이라는 지리적 이점도 작용한 것 같은데, 살다 보니까 이게 단점이기도 해요. ‘여기 없어도 읍이 가까우니까 괜찮다’ 이러다 보니까 지원이 없고 점점 더 낙후되더라고요. 그래도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신기해요. 새끼줄 참여 인원도 점점 늘고요.

                                   사회적협동조합 마을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사회적협동조합 마을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김: 정원이 없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많으면 45명, 이렇게도 와요.

이: 45명이면 전쟁통 수준이네요.

김: 네, 관리나 아이들 안전 문제가 염려되는 거죠. 그래서 저희가 계속 군이랑 협의하는 게 ‘담임제’예요. 15명 정원의 담임제로 가면서 프로그램 수를 줄이고 인건비를 늘려서 책임 있는 돌봄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요.

Q. 마을교육공동체의 가장 긍정적인 효과는?

차: 새끼줄의 표어 중 하나가 ‘모아우아(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예요. 귀촌해서 왔을 때 오다가다 보이는 동네 아이는 그냥 누구네 집 아이라는 정도만 아는, 모르는 아이였어요. 그런데 새끼줄 안에서 같이 배우고 놀다 보니 그 아이가 ‘우리 ○○이~’가 된 거예요. 그 아이에겐 제가 낯선 사람이었을 텐데, 이제는 괜히 와서 말도 붙이고 장난도 거는 사이가 됐어요.

돌봄터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 학부모에게 “근처 사는 ○○이도 같이 데려다 주세요” 하는 부탁이 어렵지 않고, 또 흔쾌히 받아주고요. 우리 어릴 때만 해도 엄마가 집에 없으면 동네 아무 집에서나 대신 맡아서 봐주고 했었는데, 그 어릴 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정말 자연스럽게 마을선생님이 되고, 마을이 아이들을 만나니까 정말로 모든 아이가 우리 아이가 되는 게 가능하더라고요. 이게 마을선생님을 양성하고, 마을교육공동체를 운영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요.

김: 저도 귀촌을 했는데, 마을교육공동체를 하다 보니까 동네 애들이 보이기 시작해요. 어떤 분은 귀촌한 지 10년이 됐는데, 동네에 애들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아이들은 학교에, 학원에 있으니 만날 기회가 없는 거죠. 그런데 이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아이의 짝꿍이라고 하는데, 그 짝꿍의 부모님은 학부모회나 가야지 만날 수 있었어요. 이젠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만남이 마을교육공동체 공간으로 서서히 옮겨지고, 잦아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말씀하신 대로 데려다 주고, 같이 같고 이런 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고요.

횡성군 아동친화도시 인증기념 현판 제막식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횡성군 아동친화도시 인증기념 현판 제막식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또 하나의 변화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양보해 주기 시작했다는 점이에요. 지난해 횡성이 강원도에서는 최초로, 전국 군 단위에서는 세 번째로 아동친화도시로 인증 받으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어요. 공간 대여 시 어른들의 주민자치 프로그램이 우선 됐었는데, 공간을 내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주민자치 안에 아동친화 연계 프로그램을 넣어서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한 노력을 펼친다거나 지역마다 있는 작은도서관들도 마을교육공동체와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한다는 점 등등이요.

행정도 아이들과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서 ‘2030 횡성 명품교육 중장기 발전계획’을 설립하고 교육 지원체계와 미래 발전 발향을 구상하고 있다는 점도 큰 자랑이에요. 유아부터 마을교육공동체가 담당하고 있는 초등, 중·고등, 대학교까지 우리 아이들이 횡성을 떠나지 않고, 떠나더라도 다시 찾아왔을 때 좋은 기억과 추억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 새끼줄은 꾸준히 월례회를 갖고 있는데, 평균 참석 인원이 15명 내외예요. 3명만 뜻 맞아도 뭐든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굉장히 많은 인원이죠.

새끼줄은 최근에 홍천교육청으로부터 폐교된 신봉분교를 임대하는 결정을 했어요. 임대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로 몇 달을 치열하게 싸웠는데, 좀 감동적이었던 게 임대를 결정하고 나서 리모델링을 위해 모이자 했을 때 20명 가까이 모인 거예요. 저도 반대파였지만 열심히 참여해 함께 음악 들으며 다 같이 낡은 학교를 수리하고, 끝나면 같이 맥주도 한 잔씩 나누고요. 강한 소속감이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죠. 교실 두 칸에 화장실도 없는 정말 작은 학교지만 손수 리모델링해 마임 수업도 시작했고, 조금씩 계속 손을 보고 있어요.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되고, 새끼줄이 닦아놓은 터 위에서 아이들도 놀고, 어른들도 같이 놀아요. 아이들을 위해 출발했는데 학부모들에게 마을 친구가 생겼어요. 그 즐거움이 마을교육공동체의 힘이 되고 순환이 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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