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디지털 기술은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못하거나, 활용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게는 온전히 혜택이 닿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이하 진흥원)은 ICT로 우리 사회의 현안을 해결하고 국가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진흥원은 이로운넷과 디지털포용포럼 위원 검토 등을 거쳐 총 121개의 디지털 포용기업을 발굴했다. <이로운넷>은 ‘디지털 포용기업 사례집’ 발간을 맞아 디지털 포용기업의 사례를 짚어보고, 취지에 대해 돌아봤다.

일상 속에서 디지털 포용은 어떤 식으로 작동할까? 장애인의 사례를 바탕으로 디지털 포용기업의 제품·서비스가 이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끌어올리는지 가상르포를 통해 확인해봤다. 소개되는 기업은 모두 이번 '디지털 포용기업 사례집'에 수록됐다.

#1. 선천적 지체장애인인 A씨(34세)는 휠체어 등 보조기구 없이는 이동이 어렵다. 그는 집에서 약 5분 거리에 위치한 회사를 다니다 최근 이사하면서 이직하게 됐다. 이전에는 교통수단없이 이동할 수 있었으나, 회사와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출퇴근이 번거로워졌기 때문이다.

이직을 준비하는 동안 ‘우리콜시스템’의 ‘장애인 승차공유 모빌리티 서비스’의 도움을 받았다. 공유경제 플랫폼 기반의 모바일 앱 ‘우리고’를 통해 손쉬운 택시예약에 에스코트, 안심귀가 서비스까지 제공받을 수 있었다. 차별화된 스마트서비스를 통해 이동의 애로를 최소화한 것이다.

예비사회적기업 우리콜시스템이 20일 노인·장애인 승차공유 모빌리티플랫폼 ‘우리고’를 정식 오픈한다./ 사진=이로운넷 자료사진
예비사회적기업 우리콜시스템의 노인·장애인 승차공유 모빌리티플랫폼 ‘우리고’ 구동 예시.

A씨는 이참에 재택근무가 가능한 회사로 이직하는 것을 희망했다. ‘브이드림’이 제공하는 장애인 재택근무 지원 플랫폼인 ‘플립’을 통해 맞춤형 인재 사례를 확인하고, 직무교육을 받기도 했다.

취업준비를 거쳐 이직한 기업은 ‘드림어스컴퍼니’. 인공지능(AI) 기반 음악플랫폼 FLO를 운용하는 이 회사에서 그는 앨범/곡 정보 등을 정리·검수하는 DB 관리 업무를 맡았다. 관심분야였던데다 재택근무로 일할 수 있어 이직한 보람이 있다고 느끼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반차를 내고, 서울 광화문역에서 친구이자 시각장애인인 B씨를 만나기로 했다. 

외출을 준비하는 동안 ‘무의’에서 제공하는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를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했다. 역 근처 횡단보도 위치를 비롯해 리프트, 엘리베이터 위치 등을 확인하며 길을 나선다. 비교적 오래 전에 역이 조성된 탓에 높은 턱이나, 계단이 많은 장소여서 주의가 필요하다. 환승지도가 아니었다면 약속장소를 찾는데 애를 먹었을 것이다. 

A씨는 휠체어에 ‘토도웍스’에서 개발한 휠체어 전동모듈 ‘토도 드라이브’를 부착했다. 토도드라이브는 스마트폰 앱을 통한 속도·방향 조정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휠체어다. 무게가 가볍고 편의성이 좋아 손쉬운 이동이 가능하다.

토도웍스의 토도드라이브./출처=토도웍스
토도웍스의 토도드라이브./출처=토도웍스

약속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목표역에 도착한 A씨. ‘협동조합 작은시선’에서 제공하는 ‘윌체어(WillChair)’ 앱을 실행해 주변에 휠체어로 입장가능한 카페를 찾는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카페를 방문하기로 확정해 이동했다. 

카페를 찾은 A씨와 B씨. A씨는 주문을 하며 옆에 놓인 키오스크를 바라본다. 얼마 전 천안 독립기념관을 찾았을 때, 자동 높이조절이 되고 음성안내, 영상통화까지 가능한 ‘엘토브’의 지능형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처음 본 이후로 널리 상용화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다. A씨와 B씨가 모두 활용가능한 모델이다.

카페에 앉아 안부를 묻던 그. B씨는 어떻게 카페까지 찾아왔나 궁금해 물었다. B씨는 대답대신 스마트폰에서 ‘LBS테크’가 제작한 ‘G-EYE’ 프로그램을 보여줬다. 시각장애인의 안전 이동 및 간편 결제를 지원하는 음성기반 애플리케이션이다. 앱 하나면 이동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가능한 셈이다. 

대화를 나누던 중, B씨는 양해를 구한 뒤 빠르게 처리해야 할 문서가 있다며 태블릿 PC 하나를 꺼냈다. 이름은 텍타일 프로. ‘피씨티’가 개발한 시각장애인용 점자 태블릿이다. 디스플레이를 통해 점자로 그림, 글을 인지할 수 있으며, 동적인 콘텐츠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씨티(PCT)가 개발한 시각장애인용 태블릿 PC인 텍타일 프로(Tactile Pro)./출처=피씨티
피씨티(PCT)가 개발한 시각장애인용 태블릿 PC인 텍타일 프로(Tactile Pro)./출처=피씨티

앞서 살펴본 가상르포 사례는 다양한 기업이 제공하고 있는 제품 혹은 서비스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만드는지 보여준다. 지체장애인이 거리를 나설 때 필요한 정보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공하고, 수동휠체어를 스마트 휠체어로 탈바꿈해주기도 한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음성기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카페 이동 및 비대면 결제를 지원하며, 시각장애인 맞춤형 태블릿 PC를 통해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사회적 약자를 포함해 모든 사회구성원이 차별과 배제없이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고르게 누리기 위한 노력을 ‘디지털 포용’이라고 말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이하 진흥원)은 디지털 포용기업간 기술, 자원 및 노하우 등을 공유하고 상호 협력하는 등 지속가능한 디지털 포용사회 구현을 지원하고자 디지털 포용 우수기업을 발굴해 사례집을 발간하고 있다. 2021년 사례집은 1월 18일에 배포됐다. 진흥원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디지털 포용기업이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사회공헌 및 포용적 비즈니스 활동을 수행하면서 디지털 포용사회 실현에 기여하는 기업을 말한다. 진흥원은 ▲취약계층의 삶의 질 향상을 지원하기 위한 포용적 디지털 기술 및 서비스 개발·제공 ▲취약계층에 대한 디지털 기반 일자리 제공 ▲디지털을 활용한 지역사회 공헌 등을 사례로 꼽았다. 

디지털 포용기업 사례집 포함 기업의 기업분류 및 SDGs 기반분류.
디지털 포용기업 사례집 포함 기업의 기업분류 및 SDGs 기반분류.

총 121개 기업을 발굴했는데, △데이터 수집·가공 기업 4개 △디지털 교육 기업 11개 △정보통신 보조기기 개발 기업 46개 △포용적 기술서비스 개발 기업 15개 △포용적 플랫폼서비스 제공 기업 31개 △기타 디지털 포용 민간 사례 14개로 구성된다. 

또한 디지털 포용기업의 비즈니스 활동목표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협력·분석해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분류를 하기도 했다. 분류해본 결과, 가장 많은 기업이 10. 불평등완화에 속했고, 다음으로 4. 양질의 교육, 8.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앞으로도 민간의 디지털 포용 활동을 적극 발굴하고 우수사례를 공유해 시민사회·기업·정부가 상호협력하는 지속가능한 디지털 포용 환경을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조사 도움. 안상원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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