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강원도 사회적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발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공감토크>입니다.

이번 공감토크는 강원도형 통합돌봄 시스템(G-Care)의 이야기입니다.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2026년 어르신이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제 어르신 돌봄은 국민 대다수의 보편적 문제가 되었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누가, 어디서 돌볼 것인가에 대한 해법 마련이 중요한 사회적 화두가 됩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답하지만 실상은 병원·시설에서 지내거나, 가족들의 돌봄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초고령 사회를 앞둔 시점에서 광범위한 돌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해법으로 탄생한 것이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 케어)’입니다.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주거·보건의료·요양·돌봄·독립생활 지원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이죠.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강원도는 사회적경제 조직이 중심이 돼 마을 단위의 통합돌봄 시스템을 구축하고 여기에 시·군 단위 통합돌봄 시스템이 지원되는 형태의 ‘강원도형 통합돌봄 시스템(G-Care)’을 강원 사회적경제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G-Care’ 사업과 관련해 사업 전반을 함께하고 있는 천혜란 위드커뮨협동조합 대표와 유옥길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마을기업팀 대리, 참여 마을기업으로서 이규옥 영농조합법인 쌀로술쌀로초(이하 쌀로술쌀로초) 대표 이 세분이 주인공입니다.


왼쪽부터 이규옥 영농조합법인 쌀로술쌀로초 대표, 천혜란 위드커뮨협동조합 대표, 유옥길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마을기업팀 대리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왼쪽부터 이규옥 영농조합법인 쌀로술쌀로초 대표, 천혜란 위드커뮨협동조합 대표, 유옥길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마을기업팀 대리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Q.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옥길(이하 유): 네, 안녕하세요.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마을기업팀 유옥길 대리입니다. 마을기업팀은 마을기업을 육성하고, 좀 더 성장·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또 마을기업에 진입하고자 하는 지역주민 분들을 대상으로 교육이나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천혜란(이하 천): 위드커뮨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천혜란이고요. 2020년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출신입니다. 설립한 지 딱 1년 됐네요. 주로 연구 용역이나 컨설팅, 교육 기획과 진행 등을 하고 있는데 ‘돌봄, 커뮤니티 케어’에 관련한 내용들을 많이 다루고 있어요. 위드커뮨은 돌봄과 사회적경제를 연결하는 브리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세요. 기업 이름이 조금 특이하죠? 위드(with)와 커뮤니케이션(community)을 줄여나가는 과정에서 공동체를 뜻하는 프랑스의 꼬뮨(commune)에서 착안해 이름 지었어요. ‘공동체와 더불어, 지역과 함께’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이규옥(이하 이): 기업 이름 관련해서는 쌀로술쌀로초도 이야기 많이 들어요. 이름만 들어도 뭐 하는 곳인지 알겠다고 작명 잘했다 하거든요. 저는 뜻한 바 있어 농사짓자고 귀농해서 원주 신림면에 자리 잡았어요. ‘벼농사는 꼭 지켜야 된다’는 사명감, 의무감을 갖고 철없는 어릴 때 용감하게 나섰죠. 지금 쌀값이 얼마인지 아세요? 유기농 쌀도 1kg에 3000원이 안 넘어요. 쌀값이 구조적으로 왜곡돼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공을 해야 되겠다 생각하게 된 거죠. 발효에 대한 관심으로 술을 만들게 됐고, 지역의 쌀을 수매해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Q. 강원도형 통합돌봄 모델 ‘G-Care’를 주제로 한자리에 모였는데, ‘G-Care’는 어떤 사업이고 각각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천: 2020년에 ‘제2차 강원도 사회적경제 종합발전계획(2021~2025)’이 수립됐어요. 종합발전계획에서 강원도 사회적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활력 ▲웰니스 ▲생태 ▲평화 4개 키워드로 정리하고 있는데요. 이 중 웰니스 부문에 사회적경제와 함께하는 강원도형 통합돌봄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요. 이 부문을 담당했던 게 저이기도 하고요.

천혜란 위드커뮨협동조합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천혜란 위드커뮨협동조합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보건복지부가 2019년도부터 선도사업으로 진행해오고 있는데, 농촌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모델이에요. 특히 강원도 같은 경우에는 원주나 춘천, 강릉 시내 지역을 빼고는 인프라 자체가 갖춰져 있지 않은 터라 강원도 환경에 적합한 ‘농촌형 커뮤니티 케어’ 모델이 절실한 상황이죠. 그럼 강원도 농촌에서 할 수 있는 돌봄 형태는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마을기업으로 풀어보고자 했어요. 지금은 G-Care가 됐지만, 올해 초만 해도 ‘마을돌봄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사업이 진행됐었어요.

유: 강원도 마을기업 133개소 중에서 마을 주민들이 조합원으로 많이 참여하고 있고, 조합원 수가 50명 정도 되는 곳들을 추려서 돌봄에 대한 관심이 있는 지 확인하는 작업을 먼저 선행했어요.

천: 농촌형 커뮤니티 케어를 이야기했을 때 농촌은 정말 마을 중심의 돌봄이 일어나야 된다고 했어요. 마을 중심이라는 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주체가 돼서, 주민이 주민을 서로 돌보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렇다면 불특정 다수의 마을 주민들을 그냥 교육하기보다는 법인의 형태를 갖고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이 관여되어 있는 곳들부터 시작해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유: 2주 사이에 7곳을 방문하는 강행군이었어요. 처음 사업을 구상하면서 원주와 춘천, 강릉은 제외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외진 곳들도 많았어요. 양양, 속초, 인제를 하루에 다 돌기도 했고요. 돌봄 사업은 이제 막 태동했는데 저도 지식이 부족했고 마을기업에서 돌봄을 원하는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갈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조금 고생했지만 현장에서 직접 만나니까 사업 방향이 잡히고, 그분들의 필요도 확실히 알게 됐어요. 뭔가 모델이 나올 수 있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구체적이고, 돌봄 관련해서 예전에 작성해 둔 제안서를 보여주시기도 했어요. 벌써 오래전부터 고민과 필요가 있었고, 서면으로는 절대 할 수 없었을 작업이죠.

이: 마을에서 돌봄의 필요는 계속 피부로 느끼는 문제예요. 마을의 리딩그룹이라고 할 만한 젊은 사람들끼리 수년 전부터 돌봄 문제에 대한 교감이 있었지만 이거를 도대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굉장히 어렵잖아요. 이 사업을 만난 건 정말 운이 좋았던 건데, 이렇게 고생하신 줄은 몰랐네요.

올해 초에 마을기업이 되면서 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나눠준 리플릿에 ‘돌봄’ 내용이 있더라고요. 바로 유옥길 대리에게 “우리, 이거 하고 싶다”고 말했죠.

유: 앞서서 원주나 춘천, 강릉은 제외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쌀로술쌀로초 같은 경우에는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사업하고 정말 딱 맞더라고요. 꼭 신청하시라 당부하고 부리나케 방문드렸었죠.

이규옥 영농조합법인 쌀로술쌀로초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이규옥 영농조합법인 쌀로술쌀로초 대표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이: 젊을 때 귀농해 바쁜 우리 부부 대신 아이들을 돌봐주던 마을 어르신들이 어느 날 홀로되셨다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시설로 자식들이 모셔갔다더라 했는데 금방 돌아가셨다고 이야기 듣고, 건강이 악화되면서 그분 자식들이 왔다 갔다 고생하는 걸 목도하는 거예요. 그때 체감했어요. “그래, 이건 우리의 문제구나” 하고요.

천: 커뮤니티 케어에 있어서 쌀로술쌀로초가 좋은 모델인 게 바로 이런 관점이에요. 대부분 ‘지금 우리 동네에 있는 어르신들을 돌봐드리고 싶다’고 하는데, 쌀로술쌀로초, 그러니까 용암1리 분들은 ‘우리 문제야’라고 인식하고 계세요. 지금 계신 어르신들을 돌봐드리는 것도 당연하고 더 중요하게 ‘나를 위해서 지금 준비’하는 거예요. 자발성, 주체성이죠. 다른 곳들도 사업화 과정 전반에 걸쳐 이런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Q. ‘G-Care’ 사업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유: G-Care는 ‘마을돌봄 아카데미’로 시작했는데, 아카데미로만 운영되면 그냥 교육만 하고 끝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신사업 모델을 발굴, 구축하는 지원 사업으로 전환하게 됐어요.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거나 공헌사업으로라도 지역에서 마을기업들이 돌봄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지속가능성을 보여야 마을 주민들도 소모성의 돌봄이 아닌, 나에게도 이로운 사업 모델이라고 여길 수 있으니까요.

사전진단 후에는 선정된 마을기업을 대상으로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파악하기 위해 한 차례씩 더 방문하는 과정을 가졌어요. 그다음에는 돌봄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교육이 진행됐고, 돌봄을 어떻게 사업화할 것인지에 대한 컨설팅, 견학도 이뤄졌어요. 이후에는 제일 중요한 시범사업을 운영하면서 실제적으로 돌봄 사업을 운영해 보는 실험을 진행했고요.

유옥길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마을기업팀 대리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유옥길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마을기업팀 대리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천: 함께 자리한 쌀로술쌀로초가 있고, 춘천의 ‘별빛사회적협동조합(이하 별빛)’, 삼척의 ‘복동아리마을영농조합(이하 복동아리)’ 3곳이 최종으로 G-Care 사업을 함께하고 있는 마을기업들이에요. 3곳은 실험을 통해 공간을 리모델링하거나 소규모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는 경험을 가졌는데, 프로그램의 경우 사회적경제 조직이나 기업으로 섭외해서 구성했어요.

사업이 1년도 채 진행이 안 된 상태이고, 새롭고 확실한 수행 모델이 만들어지기도 쉽지 않지만 그래도 선전했다고 생각하는 건 3개 마을기업 분들이 ‘많이 배웠다’, ‘정말 우리가 해야 되는구나’라는 걸 인식하게 됐다는 점이에요. 이미 필요가 형성됐기 때문에 G-Care 사업이 아니라도 충분히 계속 해나갈 동력을 얻었고, 저희가 불을 붙이는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생각이에요.

유: 복동아리는 지역이 워낙 안쪽에 있다 보니 주간보호센터나 재가요양 시설에 요청해도 오지 않아요. 그래서 돌봄이 필요한 분들을 요양 시설로 보내지 않고 마을 안에서 자체적으로 돌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사회적농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보건복지부의 사회적농장 인증을 준비하고 계시기도 하고요.

별빛은 기존에도 워낙에 돌봄 사업을 많이 하고 계신 곳이죠. ‘우리마을 119’, ‘나좋을 미용실’ 등 많은데 이런 것들을 통합적으로 체계화하고 네트워크화해서 확장하고 싶어 하세요. 지금 별빛이 사용하고 있는 솔다원 건물을 ‘세대공감센터’로 활용하기 위해 공간을 개선하려고 계획 중이고, 돌봄 사업 자체를 ‘지역공헌사업’으로 진행하면서 확장성을 갖고자 하죠.

이: 저희는 이제 단계별로 몇 년 내에는 마을 차원의 ‘노인주간보호센터’를 만들어보자는 청사진을 갖고 있어요. 마을공동체의 의사결정 과정은 갈등도 많고 사람도 참 잘 챙겨야 돼요. 중장기적으로 더디 가더라도 눈높이를 계속 맞추고, 어깨도 맞추고 그래서 같이 공부하면서 가야지 그래요.

천: 이제 막 발걸음을 뗀 G-Care 사업이 그리는 돌봄이라는 건 커뮤니티 케어 사업의 어떤 분야라고 확실히 구별하는 단계는 아니에요. 어차피 내 몸 추스르지 못하는 상황이 됐을 때는 병원이나 시설로 갈 수밖에 없어요. 다만 임종까지 지켜드려야겠다는 아니지만 최대한 시설에 가는 시기를 늦추고, 가능하면 살고 있는 마을에서 덜 외롭게, 좀 안심하고 살 수 있게끔 도와드리자는 거예요. 어르신들은 아파도 자식들한테 아프단 소리, 절대 안 하세요, 요양원 갈까 봐. 같이 밥 먹고, 서로 매일 안부 물어봐 주는 커뮤니티가 마을에 있으면 멀리 떨어져 사는 자식보다 옆집 이웃이 훨씬 좋은 게 어르신들이에요. 마을 돌봄이라는 건 이런 거예요. 저희는 그런 관계들을 좀 더 체계화해 보자는 작업을 하고 있는 거고요.

대화 나누는 이규옥 영농조합법인 쌀로술쌀로초 대표, 천혜란 위드커뮨협동조합 대표, 유옥길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마을기업팀 대리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대화 나누는 이규옥 영농조합법인 쌀로술쌀로초 대표, 천혜란 위드커뮨협동조합 대표, 유옥길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마을기업팀 대리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Q. ‘G-Care’ 향후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유: G-Care는 계속 가지고 갈 사업이죠. 여기에 조금 더 추가하자면 2022년도 마을기업 육성사업 지침이 나왔는데, 워낙에 돌봄에 대한 필요가 있기 때문에 사회서비스 제공형 마을기업도 저희가 발굴하고 모집해서 지원할 수 있도록 정책이 변경된 부분이 있어요. 사회서비스 제공형으로 마을기업을 신청하시는 경우에는 총 사업비의 50%를 인건비로 쓸 수 있어요. 원래는 20%거든요. 기존 마을기업도 사회서비스 제공형으로 변경 신청하면 2, 3차 년도에 마찬가지로 사업비의 50%를 인건비로 쓸 수 있고요.

정책적으로 지원체계가 확대되다 보니까 제조나 체험 쪽에 몰려있던 마을기업들에게 사회서비스 제공형 분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생각해요. 돌봄의 영역이 어르신 돌봄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대상에 대한 사회서비스 제공형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분들이나 기존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Q. 나에게 ‘마을돌봄’이란?

이: 농촌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건 공동체성이 점점 깨진다는 거거든요. 돌봄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이웃집에 대한 관심과 관계인데, 이것들이 자꾸 깨지는 게 문제의 핵심이에요. 서로 다정히 안부를 묻는 것들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면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돌봄 사업의 중심에 공동체성이 자연스럽게 강화되지 않을까 해요. 공동체성의 강화, 저는 그게 마을돌봄이고 커뮤니티 케어의 가치라고 생각해요.

유: 이번 사업을 하면서 중간지원조직으로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게 지원만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 진짜 현장에서 몸으로 느껴야 하고, 실제로 부딪히는 분들의 의지나 필요를 동반하지 않으면 그저 보기 좋은 떡일 뿐이라는 거였어요. 실제로 뵈니까 각 마을기업마다 원하는 게 정말 다 다르더라고요. 마을돌봄 뿐 아니라 모든 지원이 지역에 맞게, 기업에 맞게 맞춤형으로 가야겠다는 걸 절실히 체감했어요.

천: 정말 ‘주체성’이에요. 돌봄이 필요한 때가 절대 나한테 오지 않는 문제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공평한 게 나이 듦이잖아요. 돌봄이라는 건 개인이나 가족이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같이 해야 되는 거예요. 주체성, 자발성이 가장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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