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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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올해 초 "협동조합이 통신판매업을 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도 정작 문제를 바로 잡는데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22일, 전국협동조합협의회(이하 전국협)는 통신판매업 관련 법률적 검토를 받아 기재부에 공문을 발송하는 등 정식으로 이의제기에 나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재부는 올해 초 "협동조합은 금융행위의 일환인 통신판매업(전자상거래)을 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에 통보했다. 협동조합 기본법 45조 3항-3은 ‘협동조합은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의한 금융 및 보험업을 영위할 수 없다’고 명시했는데, 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업이 '그 외 기타 금융지원 서비스업'의 하위 업종인 전자지급결제대행업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상당수 협동조합이 이미 온라인·통신 등을 통한 제품 및 서비스 판매를 진행하는 중이다. 특히 거리두기 시행 등으로 대면 접촉이 축소된 코로나19 사태 이후 협동조합이 온라인 판매를 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기재부의 유권해석은 파장을 불러올 만한 사안이다. 기본법 117조(벌칙)에서 "이를 어길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현재 통신판매업을 사업영역에 포함하고 있는 협동조합이 모두 범법기관이 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하지만 정작 현장의 많은 개별 협동조합들은 이러한 상황을 최근까지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올해 초 광역단위 통합지원기관을 불러모아 “협동조합의 통신판매업은 불가하다”는 기재부의 유권해석을 전달했으나, 기초단체로까지는 전달되지 못한 것이다. 이 사안은 지난 10월, 모 지역 사회적협동조합이 정관 사업범위에 '통신판매업' 명시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고, 지역내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에 알리면서 비로소 공론화됐다.

현장 “금융행위에 포함 안되는 협동조합 통신판매업 허용해야"

전국협동조합협의회 로고
전국협동조합협의회 로고

협동조합 현장은 “협동조합의 통신판매업이 금융행위에 해당한다는 기재부의 해석이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전국협동조합연합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문을 빠르면 22일 기재부에 발송할 예정이다.

전국협동조합연합회와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가 함께 마련한 ‘협동조합 기본법 검토의견서’는 우선 한국표준산업분류상 통신판매업이 금융 및 보험업(64~66)이 아니라 도매 및 소매업(45~47)의 하위분류에 속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견서는 “협동조합 기본법은 ‘협동조합이 한국표준산업분류상 금융 및 보험업으로 분류되는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통신판매업은 도매 및 소매업에 해당된다”며 “협동조합이 통신판매업을 영위하는 것은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기재부가 "통신판매업자의 판매정보 제공, 청약접수, 대금수취, 정산 업무가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지급결제대행(기타금융지원 서비스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금융 및 보험업 행위에 포함된다"고 해석한데 대해서도 "통신판매업자는 스스로가 판매하는 재화나 용역과 관련해 전자지급결제대행업을 영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재부의 유권해석대로 라면 현재 개인이나 주식회사 등으로 운영되는 통신판매업자들도 모두 전자지급결제대행업 등록을 해야한다. 하지만 2021년 6월 현재 NHN한국사이버결제, KG이니시스, 토스 등 결제나 정산을 대행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129개의 기업만이 전자지급결제대행업으로 등록돼있는 것으로 확인돼, 기재부의 유권해석 자체가 전자지급결제대행업의 정의나 실무해석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국협동조합협의회는 협동조합이 영위하고 있는 통신판매업이 한국표준산업분류 해설서상 도매 및 소매업의 하위항목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전국협동조합협의회는 협동조합이 영위하고 있는 통신판매업이 한국표준산업분류 해설서상 도매 및 소매업의 하위항목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기재부 "공식 질의 와야 검토할 것", 늑장대응 논란

협동조합 관계자들은 기재부가 현장활동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사안에 대해 '늑장대응'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초에 협동조합이 통신판매업을 정관내 사업범위에 명시하는 것을 금지해놓고,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 10월, 기재부 협동조합과에 “협동조합의 통신판매업이 현행법 위반임을 인지하고 개별 협동조합이 송사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질의하자 “공식 질의가 오기 전에는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김동규 전국협 사무총장도 “지난 16일, (기재부 담당자가 참석한) 협동조합 정책협의회에서 해당 내용을 의제로 올려 논의했고, 관련 공문을 22일 제출한다”며 “기재부의 해석은 협동조합이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데 있어 (논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제한을 두고 있으므로 폐기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협의 정식공문 제출에 대해 기재부 협동조합과 관계자는 “관련 내용에 대한 현장의 의견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일선단체로부터 공식 질의를 받으면 내부 검토 및 유관기관 법적 검토를 받으려 했다”며 "공식 질의가 들어오면 법률 검토에 착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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