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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경 우리셀프빨래방협동조합 이사장은 "개인의 힘으로 역부족인 것을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고 말했다.

국내에 세탁소가 아닌 ‘셀프빨래방’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약 20년 전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게 되면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성장했다. 하지만 대기업 진출과 주요 상권에서 셀프빨래방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개인 점주들은 곤란을 겪게 됐다.

세탁기 AS의 문제나 기존 업체들의 횡포도 일어났다. 개별 셀프빨래방에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곳곳에 흩어져있던 목소리들을 하나로 묶어 커다란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만들어진 확성기가 바로 ‘우리셀프빨래방 협동조합’이다.

빨래방은 그동안 기계 수입업체를 통해 창업하는 형태였다. 빨래방 점주들 간의 소통이나 결속력이 없는 가운데 빨래방 본사의 횡포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계약서 상의 상권보장은 종종 무용지물이 됐고, AS를 빌미로 갑질도 벌어졌다.

문은경 우리셀프빨래방협동조합 이사장은 “협동조합을 만들기 전에 몇몇 점주들과 함께 본사와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며 “이 경험이 곧 조합의 설립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인들의 힘으로는 역부족인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모였으니까요.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너무나 잘 아는 거죠. 그래서 더 배려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었어요.”

 

 

 

문 이사장은 "이익 창출과 자체 운영이 가능한 협동조합은 법적 규제에서 실질적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 창립 이후로 같은 입장의 개인점주들이 협동조합에 가입하며 하나둘씩 모였다. 지금은 협동조합을 통해 매달 2~3개의 점포가 창업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39개의 빨래방이 협동조합의 울타리 안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셀프빨래방 협동조합은 빨래방 기업의 이익추구가 아닌 점주들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협동조합 틀 내에서 기계를 납품하고 소모품 공동구매를 통해 운영비를 최대한 줄일 수 있었다. 또 직영점을 운영함으로써 조합운영비를 충당하고 그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사회공헌도 한다. 타 기업 빨래방과도 상업적 연계를 통해 상권을 보장하는 상생의 길을 걷고 있다.

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 해서 문제가 다 해결된 건 아니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의 진출이라든가, 혹은 기존 빨래방 업체들의 상권 침해와 같은 것들에 대해선 여전히 대응이 어렵다. 예를 들어 5년 정도 운영해 빨래방이 자리잡은 곳, 바로 옆이 최고의 입점 장소라고 홍보하고 있는 업체가 있을 정도로 경쟁이 심하다. 세탁소를 포함해 상권이 겹치기 시작하면서 나눠먹을 시장은 줄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대기업이나 다른 업체들의 상권 침해에 대해서 대응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막을 방법도 없고, 도움을 주는 곳도 없어요.”

아직 법적인 규제나 소규모 상권에 대한 보호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문 이사장은 빨래방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신청했다. 협동조합으로는 업종 신청 자격이 안 되기 때문에 협회를 만들었다. 지난 2월  생계형 적합업종까지 신청을 했지만 처리가 늦어지고 있어 걱정이다. 담당 직원이 공석이어서 새 직원이 출근할 때까지 업무가 다소 공백 상태다. 문 이사장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희와 같은 협동조합에는 새로운 방향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익 창출이 충분하고 자체로 운영이 가능한 협동조합에는 법적인 문제나 제도적인 규제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통해 자생할 힘을 길러주는 것이죠.”

 

 

 

 

 

우리셀프빨래방 협동조합은 실버 인력 채용, 소외 계층 무료 빨래 등으로 사회 공헌을 해가고 있다.

문 이사장은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개인점주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시장에서 우리셀프빨래방 협동조합은 협동을 통해 활로를 개척했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도 제시하는 중이다. 빨래방의 등장으로 경쟁관계에 돌입하게 된 세탁소와의 협업을 통해 상생하는 방안이나 24시간 운영되는 빨래방의 특징에 따라 카페나 마사지 기계를 도입해 부가수익을 창출하는 계획도 있다.

“결국은 이것도 서비스업이거든요. 고객이 직접 다른 업체와의 차별성을 느끼고 저희를 선택해주실 수 있게 노력하는 게 최우선이죠.”

우리셀프빨래방협동조합은 프랜차이즈형 협동조합으로 전국에 직영점을 늘려나가며 앞서 말했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사회 기여도 생각하고 있다. 고객이 직접 와야 했던 지금까지의 빨래방과 다르게 빨래를 수거하고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고용을 창출하는 방안이다. 특히 장안동의 직영점에서는 실버 인력을 채용해 노인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경로당 등 소외 계층 무료빨래 서비스 제공 등도 실천하고 있다. 우리셀프빨래방협동조합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서울 ‘중랑구사회적경제협의회’의 이사,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중랑구 대표 등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사회와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 이사장은 방금 끝낸 빨래처럼 깨끗한 웃음과 함께 이렇게 답했다.

“우리셀프빨래방 협동조합은 언제나 창업자 여러분들을 기다립니다. 저희와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글. 김성열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청년기자
kary0330@gmail.com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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