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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사회적경제기업의 혁신성장과 생태계 조성을 위해 ‘사회적경제 혁신성장사업’을 진행 중이다. 기술 혁신을 통한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 사업은 올해로 2년차를 맞았다. 14개 시도 총 26개 품목 분야에서 내년 12월까지 최대 21개월동안 진행한다. <이로운넷>은 혁신사례를 찾아 사업진행 상황을 살펴봤다.

2020년 기준 충청남도에 거주하는 외국인 숫자는 합법적인 통계만 해도 약 6만5000명에 이른다. 총인구 대비 비율은 5.8%로, 광역지자체 기준 전국 1위 수준이다. 도 차원에서도 이러한 현황을 파악하고, 외국인주민 및 다문화가정이 한국 사회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맞춤형 정책을 발굴·추진 중이다.

사회적기업 ‘에스엠플래닛(SMplanet)’은 이러한 도의 노력과 고민에 공감해 힘을 보태고 있다. 에스엠플래닛은 다양한 문제 중에서도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 아동의 한국어 교육 문제에 주목했다. 조현선 에스엠플래닛 대표는 “어떤 학교는 학급에 다문화가정 아이가 과반을 차지하는 경우가 있다”며 “올해 유독 코로나19 상황으로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날이 적었는데, 그만큼 한국어를 공부할 기회가 줄어든 것”이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올해 에스엠플래닛은 충남에서 ‘시각장애인 교사와의 책 읽기를 통한 다문화가정의 한국어 교육을 위한 비대면 플랫폼 개발’ 사업에 선정돼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지자체, 사회적기업 '라임프렌즈'와 함께 다문화가정 학생의 한글 어휘 학습 플랫폼 개발을 진행 중이다.

“안 보여도 핸드폰 사용 쉽도록”

사진=에스엠플래닛
사진=에스엠플래닛

에스엠플래닛은 시각 장애인 전용 스마트폰 소프트웨어를 개발·보급·수출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본래 국내 유학생 및 결손 가정 아동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이동통신 유통회사로 사업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러다 삼성전자의 제안으로 시각 장애인 전용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것.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시각 장애인용 스마트폰 사업 단독 업무협약을 맺고, 시각 장애인의 손쉬운 스마트폰 사용을 돕기 위한 솔루션을 2018년부터 개발하여 상용화 중이다.

에스엠플래닛은 점자를 모르는 시각장애인들의 스마트폰 사용문제 해결에 기술력을 집중했다. 점자를 몰라도 불편하지 않도록 최적화된 스마트폰 인터페이스(UI)를 개발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스엠플래닛의 솔루션은 스마트폰 화면 내 모든 핵심 텍스트를 읽어주고, 누구로부터 연락이 왔는지 음성으로 알려주고, 스마트폰 내 다양한 기능을 음성과 단축키를 통해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에스엠플래닛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동 화면 전환 기술./출처=에스엠플래닛
에스엠플래닛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동 화면 전환 기술./출처=에스엠플래닛

솔루션은 그동안 폴더폰 전용으로만 만들다가 지난해 터치형을 개발해 이달 시장에 선보인다. 이 솔루션은 현재 통신 서비스 회사의 유료 가입모델로 제공되고 있다. 조현선 대표는 “사업성과 소셜미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가져가는 형태”라며 “지금까지 6000명의 시각장애인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스엠플래닛이 현재 추산하는 시장 규모는 국내 시각장애인 인구수 26~27만 명 정도. 장애인뿐 아니라, 눈이 잘 안 보이는 노인 등까지 확대하면 약 750만명이다. 조 대표는 “전맹인 기준으로 개발하기 때문에, 글자를 확대하는 수준이 아니라 눈을 감고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취지”라고 설명했다. ‘자동 화면 전환 기술’을 활용해 시각장애인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자동 필터링 및 텍스트 변환 기술’을 활용해 불필요한 광고 및 메뉴 등을 자동삭제해 핵심 정보만 자동 추출하고, 비정형적 텍스트 데이터에서 핵심적인 내용만 추출한다.

에스엠플래닛의 시각장애인용 스마트폰 솔루션을 체험 중인 백다은 씨./사진=에스엠플래닛
에스엠플래닛의 시각장애인용 스마트폰 솔루션을 체험 중인 백다은 씨./사진=에스엠플래닛

다문화가정 비율 높은 충남…기술로 시각장애인 선생님과 연결

“시각장애인들은 취업이 어렵고 소득이 낮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여러 유형의 장애인 중에서도 시각장애인이 유독 심하더군요. 법적으로 시각장애인에게만 보장된 직업인 안마사 외에는 다른 직업을 갖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이분들에게 일자리의 선택권을 드릴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충남 지역 다문화가정에 한국어 교육을 해주는 일을 연결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온 거죠.”

에스엠플래닛이 라임프렌즈와 개발 중인 비대면 한글 학습 플랫폼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접근할 수 있다.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의 이름은 ‘이지웨이(Easy Way),’ “한글을 배우는 쉬운 길”이라는 뜻을 담았다. 라인프렌즈가 기술개발을 맡고 있고, 에스엠플래닛은 사업화를 맡고 있다. 에스엠플래닛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네트워크를 통해 선생님을 선발하고, 충남다문화가족지원거점센터에서 다문화 가정을 추천해준다.

플랫폼을 통해 시각장애인 한국어 선생님과 다문화 가정 학생이 만나 한국어 공부를 진행한다. 선생님은 쉬운 버튼으로 화면을 조작하며 한국어를 가르치고, 학생은 원격으로 배운다. 공유되는 자료는 교사의 기기 내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자체 서버 내에서 작동되고 있어, 쌍방향에서 자료에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또, 기존 시각장애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전용 키보드를 제공해 원활한 수업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한다. 학생 입장에서는 교사가 제공하는 학습 자료를 모국어를 통해 설명을 실시간으로 확인 할 수 있다.

비대면 한국어 교육 플랫폼을 개발 중인 현장./사진=에스엠플래닛
비대면 한국어 교육 플랫폼을 개발 중인 현장./사진=에스엠플래닛

서비스 제공을 넘어, 에스엠플래닛은 이동통신사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업을 통해 다문화가정과 시각장애인 선생님에게 스마트폰 기기 자체를 무상임대할 계획을 하고 있다. 또, 소득이 낮아 공유기 구매가 어려운 가정에는 지자체와 협력해 인터넷을 공급해주는 것도 고려 중이다. 조 대표는 “교육을 하고 싶어도 하드웨어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은 다문화 가정이 많으니, 환경 자체를 만들어주는 일도 중요하다”며 의지를 보였다.

◇ 조현선 에스엠플래닛 대표 미니 인터뷰

조현선 에스엠플래닛 대표./사진=에스엠플래닛
조현선 에스엠플래닛 대표./사진=에스엠플래닛

Q. 사회적경제 혁신성장 사업으로 기대하는 바는?

이번 기술 도입으로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확대, 다문화 가정 한국어 능력 향상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 이바지하고 싶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의 경우, 이 수업을 통해 생활 국어로 소통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시각 장애인 교사 1인에게 시급 1만원을 지급하고 1가정당 주3회 수업을 하는 게 목표다. 한 가정당 월 24만원을 지출하는 것을 기본으로, 시각 장애인이 50% 수익을, 사업 주체 기업이 50%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다만 다문화가정이 그 돈을 모두 지출하기에는 소득 면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지자체 및 관계 기관들과의 협의로 바우처 등 형태로 일부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협조를 끌어내는 것도 목표다.

Q. 사회적경제 혁신성장 관련 에스엠플래닛의 향후 계획은?

플랫폼 프로토타입은 이달 나올 예정이다. 프로토타입이 나오면 5명의 충남 다문화가정 구성원과 5명의 시각장애인 선생님을 연결해서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고도화할 것이다. 내년 6월 정도에는 30명의 선생님을 90~100가정에 매칭할 수 있었으면 한다.

지금은 충남에서만 하는 사업이지만 대상 지역을 더 넓히고픈 욕심이 있다. 또, 연합회 산하 전국 약 200개 복지관, 지부, 지회 등을 통해  한국어 교육용 플랫폼 홍보 및 교육, 강사 채용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내후년쯤 상용화를 해 정말 B2G(Business to Government, 기업과 정부 간의 전자상거래) 형태의 사업으로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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