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이 일반 회사와 뭐가 다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사회적 영향력도 확대해야 합니다."
-김기태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

26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상상청에서 진행된 '협동조합 혁신과 연대 정체성 포럼'에서는 유형별 협동조합 관계자들이 나와 현재 국내 협동조합이 정체성 면에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나눴다. 이날 행사는 다음 주 열릴 33차 ICA 세계협동조합대회 국내 개최를 기념해 열렸다.

26일 열린 '협동조합 혁신과 연대 정체성 포럼.'
26일 열린 '협동조합 혁신과 연대 정체성 포럼.'

이날 발제한 김기태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은 국내에서 협동조합이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영향력을 키우려면 소셜 프랜차이즈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셜 프랜차이즈란 가맹점주가 조합원으로 참여해 가맹본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이다. 모든 조합원이 의사결정에 동일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협동조합의 특징을 프랜차이즈 구조에 접목한다.

제도와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으려면 업종별 연합회도 활성화돼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비서관이 된 후) 업종별 연합회에 관한 국가 차원의 정책을 만들려 노력했지만, '몇 군데에서 작동할 수 있냐'는 질문에 부딪히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의료 업종 사협의 연합회인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의 경우, 회원조합 수가 서른개도 안 된다"며 전국적인 정책을 만들려면 상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종별 연합회가 확대돼야 시행규칙이나 시행령을 고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협은 일반 금융기관과와는 다른 사회적금융 기관으로서 정체성 확립을 과제로 제시했다. 신협은 현재 총자산 111조원, 당기순이익 3831억원, 조합원 643만명을 달성했다. 전재홍 북서울신협 전무는 "신협이 사회적경제 성장에 따른 금융협동조합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의 조합원은 무늬만 조합원이고 금융 편익만을 추종하는 금융 소비자의 지위에 있으며, 이익이 제공되지 않으면 관계가 끊기는 고객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조합원뿐 아니라 선출직 임원의 지배구조에도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전 전무는 "임원이 협동조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따라 조직의 변동성이 큰 구조"라며 내부 구성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뻗칠 수 있는 교육과 중장기적인 조직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신협을 일반 금융기관과 비슷하게 취급하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1995년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이 상호금융을 '비영리 자율협동조직으로서의 금융'이라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의 상호금융감독규정에는 신협, 농협, 수협, 산림조합을 상호금융업으로 분류해 비은행금융기관으로 감독 관리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규제산업, 면허사업, 장치산업인 금융업의 특징에 따라 금융협동조합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은행과 동일한 잣대로 신협의 역할을 제한 및 규제 감독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신협이 사회적금융의 자금 공급처로 역할을 잘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데,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한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생협의 경우 '조합원의 고객화'에 대한 걱정을 공유했다. 이어 발제한 이승언 한살림서울생협 부장은 "조합원 중에서도 활동가 그룹과 일반 조합원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전했다.

또, 생협이 '지역 매장'을 넘어선 정체성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매장을 중심으로 한 지역 판매처라는 이미지를 넘어서는 게 과제"라고 "'유통'을 넘어 먹거리 안전, 돌봄 등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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