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새활용 세상 5] 폐우산으로 패션 소품을 만드는 큐클리프

[편집자 주] 소비 만능시대. 쉽게 사고 버리는 탓에 지구는 온갖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폐기물도 잘 활용하면 소중한 자원이 된다. 쓰임을 다해 버려진 물건들에 새 숨을 불어넣는 신기한 새 활용 세상을 소개한다.

힘들게 얻은 거라 쉽게 버릴 수가 없어요.”

우연정 큐클리프 대표는 우산살에서 분리해낸 천들을 만지작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버려진 우산에서 선별한 우산 원단들

 

 

“폐우산의 원단은 태우거나 땅에 묻지만 우산살은 고철로 재활용됩니다. 저희는 주기적으로 쓰레기 선별장을 방문해 우산살에서 천을 분리하는 것을 도와드리면서 상품화할 수 있는 원단을 챙겨옵니다.”

그 작업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에 우 대표는 쟁여놓은 원단들을 한 조각이라도 더 새활용하려 애쓴다.

 

폐우산의 새활용은 처음 입니다

서울시 1개 구에서 일주일에 버려지는 우산의 양은 약 1톤이다. 큐클리프는 한 달에 500개. 지난 2년간 폐우산 2만 5000개를 수거했고 이 가운데 약 70%를 새활용 했다. 최근에는 입소문이 나면서 분실물을 처리하는 곳이나 업체에서 불량 난 우산들을 기증해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천을 뜯어내고 난 우산살은 고철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우산이 분리배출하기가 가장 어려운 폐기물 1호라고 합니다. 3가지 이상의 복합재질로 만들어져 있는 데다 분리배출에 품이 많이 듭니다. 그런 이유에서일까요 아마도 우산천으로 새활용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는 전 세계에서 저희가 유일할 겁니다.“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지갑·파우치·필통

 

 

 

우산은 소재의 특성 상 큰 가방보다 패션 소품으로 새활용된다.

버려진 우산의 원단은 파우치와 지갑, 필통 등 다양한 형태로 재탄생했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물건이라 희소가치가 있어요. 각기 다른 패턴과 색상, 빛 바램 같은 시간의 흔적까지 각양각색이라 색감과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이 특히 좋아합니다. 원단의 특성상 생활방수 기능이 있어 물이 묻어도 툭툭 털어내면 되고 가벼운 것이 장점입니다.”

큐클리프의 새활용 제품들은 당사 홈페이지와 무신사에서 온라인으로 판매되고 건대와 홍대 등 젊은 층이 몰리는 대학가 주변과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홀라인 등 10여 군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최근에는 대만과 홍콩에도 제품이 소개됐다.

큐클리프의 시작은 가방 디자이너인 우 대표가 2년 전 망가진 우산을 그냥 버리려다 예쁜 원단에 반해 파우치를 만든 것이 계기가 됐다.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디자인만 잘 하면 꽤 괜찮은 제품이 나올 수 있겠다 싶었죠.”

 

 

 

재봉틀 앞에서 여러 가지 디자인을 시도해보고 있는 우연정 대표

지속 가능한 패션 라이프를 지향해온 우 대표는 스위스의 프라이탁이나 미국의 파타고니아처럼 디자인도 좋지만 환경적 가치를 담은 제품에 끌렸다. 그의 막연한 생각에 불을 지핀 건 홈쇼핑 MD 출신인 이윤호 대표다. 두 사람은 더 늦기 전에 의미 있는 디자인을 해보자며 의기투합해 큐클리프를 창업했다.

 

 

 

 

폐우산 원단으로 지갑을 만드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나의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평균 1주~2주 걸렸고 원단을 세척하고 가공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손 재단으로 밑작업이 끝나면 봉제공장으로 보내져 완성된다.

 

 

“새 원단이라면 동대문 시장에서 사온 뒤 디자인에 맞게 잘라 바느질하면 끝나는데 쓸 만한 천을 선별하고 새것처럼 가공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색깔이나 패턴이 다 틀리기 때문에 공장에서 일일이 하나하나 맞춰가며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품이 두 배나 듭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을 쓰는 분야는 디자인이다. 우 대표는 “ 안 팔리면 두 번째 쓰레기가 되는 것이라 신중을 기하게 된다”고 말한다.

선별된 우산천은 세척과 다림질을 한 뒤 안감을 대는 등 보강 작업을 거친다. 마지막으로 가(假) 재단을 한 후 봉제공장에 보내진다. 우산의 특성상 큰 가방은 어렵고 주로 파우치나 지갑으로 만들어지는데 생활방수가 되는 데다 가벼워 야외 스포츠 활동이나 여행 갈 때 안성맞춤이다.

 

 

여행갈 때 여권과 카메라 등 소품을 집어넣을 수 있는 사코슈

 

 

 

쓰레기를 쓸모있는 제품으로 새활용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소량 생산이라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는 것이 풀어야 할 숙제다.
 

큐클리프 제품들은 생활방수가 되고 가벼워 실용성이 높다고 설명하는 이윤호 공동대표

"대부분의 소비자가 업사이클링 상품 가격을 비싸게 느낍니다. '쓰레기를 주워다 만들면서 왜 이렇게 비싸게 받느냐'는 식이죠. 일부에서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폐자원이라 찝찝하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우산의 무늬를 잘 살려 만든 독특한 지갑 (스트링코너 월렛)

두 대표는 결국 매력적인 디자인과 품질로 승부한 뒤 새활용 제품이라는 스토리와 가치를 덧씌워 의미를 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서울새활용센터에 4층에 자리잡은 큐클리프 사무실

큐클리프는 새활용의 메카라 불리는 장안동 서울새활용센터 4층에 입주해있다. 이곳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기업들과 협업으로 폐우산 뿐 아니라 차광막, 현수막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새활용 제품을 만들고 있다.

큐클리프는 같은 건물에 입주한 사회적기업 테라사이클코리아와 함께 평창 동계 올림픽 때 쓰였던 응원봉을 소재로 토트백을 만들었다. 테라사이클은 쓰레기 제로를 지향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소재은행을 중개해주는 터치포굿과는 옥외광고물 제작에 쓰이는 메쉬타폴린이란 소재를 추천받아 필통과 지갑을 만들었고 커피 자루로 가방을 만들기도 했다.
 

터치포굿이 추천한 메쉬소재로 만든 필통과 지갑. 이  제품들은 버려진 옥외광고물을 새활용한 것이다.

더불어 환경단체와 협업으로 캠페인을 하고 새활용센터에서 진행하는 체험교육에 동참하는 등 점차 사업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큐클리프의 두 대표는 “업사이클링이 트렌드가 되는 걸 원치 않는다”며 “잠깐 유행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과 패션이란 장르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전했다.
 

겨울용으로 패딩 느낌이 나게 만든 파우치

큐클리프(cueclyp)란 회사 이름은 업사이클(upcycle)의 영어 단어의 철자 순서를 재배열해 세상에 없는 단어를 만든 것이다. 단어도 새활용한 셈이다.

 

 

로고는 우산 모양의 픽토그램이지만 구름 사이로 해가 뜨는 형상을 하고 있다

두 대표는 요즘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현재는 새활용이란 방법으로 환경을 지키고 있지만 생산단계부터 100% 재활용(recycle) 될 수 있거나 페트병에서 뽑아낸 원사처럼 재활용된 원단을 사용해 제품을 만드는 보다 적극적인 지속 가능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는 리사이클 원단을 70~80% 쓰고 있습니다. 방수천으로 가방을 만드는 프라이탁은 빗물을 받아 세척을 하구요. 생산에서 출고까지 더 나아가 쓰임이 다한 후에도 친환경적인 라이프스타일이 저희가 꿈꾸는 모습입니다.”

 

글.  백선기 이로운넷 책임에디터

사진제공. 큐클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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