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들이 말해요 “농사짓고 삶이 변했다”고
도시농부들이 말해요 “농사짓고 삶이 변했다”고
  • 신윤하 청년기자(5기), 양승희 기자
  • 승인 2018.07.20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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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곽선미 우리동네텃밭협동조합 이사 "도시농업이 전하는 땅의 소중함"
“도시 소비자가 우리 농산물 먹어야 농업 전체가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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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열린 제2회 ‘은평 꽃피는 장날’은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기회로 마련됐다.

“우리 집 양파 사세요!” 

아이 도시농부의 목소리가 온 장터에 울린다. ‘도시’ 자가 붙었어도 농부는 농부인가 보다. 아이 앞에는 맨질맨질한 양파로 가득한 소쿠리가 3개가 놓여 있다. 지난달 9일 열린 제2회 ‘은평 꽃피는 장날’ 현장에서 우리동네텃밭협동조합 곽선미 이사를 만났다. 이들은 지난 2009년부터 은평도시농부학교를 운영 중이다.

Q. 우리동네텃밭협동조합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은평구 생태보전시민모임이라는 환경단체에서 녹지보전운동을 했어요. 그러던 중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근교 농지들에 대해 알게 됐어요. 그곳에서 도시농업을 한다면, 환경 보존도 하면서 생태적 삶에 대한 안내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2009년에 도시농업에 관심 있는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도시농업에 대한 인문학 강의와 도시농부학교를 시작했죠. 2016년에 전문 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협동조합으로 전환했어요. 조합원은 11명이고, 도시농부학교뿐 아니라 오늘 같은 장터, 텃밭 보급운동, 요리학교도 운영하고 있어요. 작년엔 자원순환 교육도 시작했고요.

Q. 도시농업 인기가 늘었어요.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예상했나요?

‘대세가 될 거다, 아니다’라는 생각보단 ‘이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죠. 텃밭농사를 직접 지으면서 삶과 생각이 변하는 경험을 했거든요. 우리 삶은 땅에서부터 오는 건데, 그걸 잊은 채 살아가고 있잖아요. 도시에 적응해서 살더라도 흙을 잊지 않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변화된 삶과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제안하고 돕고 싶었어요.

 

 

곽 이사는 "농사를 직접 지으며 삶이 변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흙을 잊지 않고 사는 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시농부학교 수강생들은 대부분 “삶이 달라졌다”고 말한고 했다. ‘은퇴했으니 한 번 해볼까’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생명이 이렇게 나는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는 설명이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람들은 흙이나 공동체에 대한 경험이 많이 없어요. 생태적인 삶이나 흙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이들이 사회의 주요 활동세대가 된다는 건 또 다른 위기 아닐까요.”

Q. 농촌을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도시 청년들도 많이 참여하나요?

도시농부학교를 신청하는 청년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저희가 하는 텃밭 보급 활동에 관심 있는 청년도 많아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데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잖아요. 도시 농업이 다른 방식의 삶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요. 농부학교라고 해서 꼭 농사짓는 법만 배우는 게 아니에요. 자연의 이치라든가 사람의 본성에 대한 해답을 얻고 돌아가는 분들도 있어요. 어떤 분들은 농사짓는 것보다 농사 강의 듣는 걸 더 좋아하더라고요. 철학적이라면서요.(웃음)

Q. 친환경으로 방제하고, 벼농사는 직접 손으로 작업하던데요?

사람들이 돈 안 되는 것만 한다고 그래요. 수작업 자체에 의미가 있다기보단 손으로 하나하나 해봐야 농사의 과정을 다 알게 돼서요. 농부들은 논농사의 99%를 기계로 한다지만, 그분들은 이미 땅, 볍씨의 상태, 모든 걸 알고 있으니까 기계의 힘도 빌릴 수 있는 거예요. 저희는 먼저 손으로 해봐야 그 과정을 알 수 있겠더라고요. 올해로 벼농사 3년 차에요. 첫해는 논을 가는 것부터 손으로 했죠. “우리 완전 소 됐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더라고요. 누구는 앞으로 볍씨 한 톨도 못 버리겠대요.

올해도 모내기 체험을 받았는데, 신청이 꽤 많았다. 젊은 부모들이 아이들이랑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곽 이사는 “다행히 자라나는 세대들은 흙을 접해볼 기회가 있는 것 같아 희망적이다”라고 말했다.

 

 

 

 

곽 이사는 "생태적인 소비는 멋진 것이고, 이런 소비를 하는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문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Q. 도시농부학교에서 시작해 사업을 계속 확장하고 있습니다.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요?

글쎄요, 조합원들이 이익을 따지기보단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되면 힘을 합쳐서 하는 편이에요. 활동가들이 모인 조합이라서 수익에 대한 압박이 덜하죠. 조합의 가치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도 있어요. 은평구에는 사회적 경제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함께 하는 단체들이 많아요. 단체마다 구체적인 활동은 다르지만 전체적인 철학은 비슷해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덕에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Q. 도시농업이 농가소득을 감소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요?

도시농부는 팔 게 없어요. 도시농업이라지만 약간의 푸성귀 정도 생산하죠. 여전히 농촌 농부들의 농작물을 사 먹어요. 오히려 도시농업을 하게 되면 농부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농업의 현실에 관심을 두게 되죠. 도시농업을 접하면서 소농을 살리자는 도시인들이 많아질 거라 생각해요. 도시농업이 농촌으로 갈 사람들을 만드는 역할도 해요. 귀농 생각하는 분들이 먼저 도시농부학교에서 경험을 쌓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도시농부학교에 왔다고 새롭게 귀농에 대해 생각을 가지기도 해요. 실제 귀농까지 하는 경우도 봤고요.

Q. 장터에서 소비자와 만나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도시인들을 생태적인 소비로 안내하고 이끄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 기획했어요. 장터를 통해 도시인들의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들어 보자는 거죠. 생태적인 소비는 멋있고 괜찮은 것이고, 이런 소비를 하는 나 자신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곽 이사는 도시농업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로 ‘도시와 농촌 연결’을 꼽았다. 농업인구의 고령화, 수입농산물에 의한 국내농산물의 판매량 감소 및 식량의 해외의존도 증가, 쌀소비량 감소로 인한 농가소득 감소 등 국내 농업 문제는 매우 복잡하다. 인구의 5%도 되지 않는 농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우리 농산물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만 할 게 아니라, 농사를 접해보고 이해해야 하는 게 먼저다. 곽 이사는 “인구의 90%가 도시에서 살고 있는데, 도시 소비자가 우리 농산물을 먹어야 농업이 살아난다”며 “이해하면 소비가 달라지고, 소비자가 달라지면 생산자도 그에 맞춰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 신윤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청년기자
syh9603@naver.com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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