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시정의 기조 하에 서울시의 민간위탁제도가 2018년 현재 7천억원을 상회하는 등 양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있는 만큼 민선 7기를 앞두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개선과 패러다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정병순 서울연구원 협치연구센터장은 지난 1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협치시정 구현을 위한 민간위탁제 재정비 방안’ 토론회에서 이 같은 화두를 던졌다.

서울시는 17일 '협치시정 구현을 위한 민간위탁제 재정비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민간위탁제는 1996년 사회복지시설, 병의원, 교량, 지원회수시설 등을 민간에 대대적으로 이양하기로 결정하면서 처음 시작됐다. 서울시는 1999년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2013년에는 기조실 내에 민간위탁팀을 설치하며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모색해왔다. 사회적경제기업은 2014년부터 참여를 확대해왔다. 민간위탁제도의 경우 상위 법률은 없고, 지방자치법과 행정권한 이임 및 위탁 규정(제2조3항)에 근거해있다.

일반적으로 민간위탁은 다양한 행정사무 중 민간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의 민간위탁제는 2013년 연간 1조원을 상회하다 2018년 현재 7천억원 규모로 운영되는 등 서울시의 협치 시정에 따라 양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예산지원형이 전체의 92%를, 예산지원형 안에서도 시설형 위탁이 전체의 63%를 차지했다. 분야별로는 사회복지 분야(사업건수 64.5%)가 가장 많았다.

서울시 민간위탁제 운영 현황 (단위: 건, 백만원)

 

"민간위탁제, 민간주도로 자율성 더 주는 새로운 모델 필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서울시 관계자 및 민간위탁 운영자들은 기존의 민간위탁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정병순 서울연구원 협치연구센터장은 “민간위탁제는 민관협치를 매개하는 제도적 수단으로 시작된 이래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해왔지만 행정과 민간의 관계와 절차를 둘러싼 불합리성이 지속적으로 생겨 불협화음을 만들고 있다”며 민간위탁제의 변화를 시사했다. 그가 이날 제시한 7가지 쟁점은 ▲민간위탁사무 패러다임의 적정성 내지 유효성 ▲민간위탁 적격성 심사 체계의 적정성 및 실효성 ▲민간위탁 평가 체계의 적정성 ▲민간위탁제도의 예산 및 회계제도를 둘러싼 적정성 ▲민간위탁제도의 인사 및 고용제도를 둘러싼 적정성 ▲운영 자율성에 상응하는 재정 자립성 ▲민간위탁 운영체계의 적정성 등이다.

정병순 서울연구원 협치연구센터장은 이날  서울시 민간위탁제에 대한 7가지 쟁점을 공유했다.

정 센터장은 “전통적으로 민간위탁제는 위·수탁자가 계약관계, 성과와 효율 중심에 따른 구조적인 불합리성을 내재하고 있다”며 “새로운 가치와 원리를 지향하는 공공사무 및 관련 조직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기에 여기에 따른 혁신적인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정 센터장은 “위탁 주체와 수탁 주체 간에 신뢰와 협력을 기반으로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책임을 달성하는 새로운 계약 모델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모델은 기존보다 민간주도로 자율성이 제공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대안으로는 ▲총액 예산을 기반으로 한 ‘혁신형 민간위탁’ ▲신뢰와 협력에 기반해 자기 주도로 운영되고 성과 및 업무 협약을 맺는 ‘민관 협약제’ ▲성과 지향, 자기주도 운영, 재정 자립 기반의 사회성과연계채권(SIB) 등이다.
 

"공동으로 생산하고 책임진다는 새로운 파트너십으로 개선" 

이날 토론회에서는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민간위탁제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중간지원조직 당사자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선애 서울시NPO지원센터장은 민관의 새로운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정인애 서울시NPO지원센터장은 “민간위탁을 뛰어넘어 지방정부의 권한을 나누고 시민참여 기반 공공서비스를 공동으로 생산하고 공동 책임지는 새로운 파트너십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가치를 잘 평가하고 그에 기반하여 인센티브나 재량권을 제공하는 등 공공이 우리가 필요한 것들을 민간과 같이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사회적가치 창출을 위한 혁신조직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 단위 중간지원조직은 문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주체를 연결하는 플랫폼 기능과 전문지원 기능, 커뮤니티 활성화 기능이 중요하다면, 광역단위 중간지원조직은 정책, 연구조사, 구 단위 중간지원조직의 역량강화, 전략사업, 중간지원조직 간 협력사업 설계를 통한 규모있는 실험 등의 기능들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며 향후 대상·지역별로 나눠어져 있는 기능을 과제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 센터장은 중간지원조직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민간에서 우산조직(Umbrella organization)을 더 많이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예로 사회적기업 및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모인 전문적인 협의기구인 ‘ACEVO’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곳은 단체 간의 네트워킹과 정부에 단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활동으로 주로 하며 12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중간지원조직들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공제회나 보험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될 거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장이 꽉 차면서 민간위탁제 개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질문하는 복지유니온 대표

어떻게 민간위탁제 제도 개선을 할지 미시적인 관점을 넘어 ‘민간위탁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에 왜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부터 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토론자로 나선 이은애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지금 우리 사회는 ‘민간위탁’이라 쓰고 ‘민간보조’로 읽는 고질병을 앓고 있다”며 “지금 변해야 하는 시점인지? 왜 변해야 하는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이유와 시점에 대해 재합의하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 라현윤 이로운넷 기자

사진제공.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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