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대한민국 청년 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는 남북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의제와 아이디어를 찾고, 실험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다.

프로젝트는 6개월에 걸쳐 ‘온라인 공모→오픈테이블 및 세미나→최종팀선발→전문가 인큐베이팅 및 컨설팅→최종발표 및 시상’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최종 선발된 6개 팀에게는 전문가 매칭을 통한 인큐베이팅과 컨설팅도 지원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가 주최하고, 사회적기업 (주)공감만세와 (재)피스윈즈코리아가 실행한다.

분단된 지 어언 70년, 남북간 평화 무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교류는 이해로 가는 지름길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남북간 교류와 소통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들이 ‘2021 대한민국 청년 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이하 오픈랩 프로젝트)’에서 제시됐다. 

‘데프누리’팀은 남북 수어 회화책을, ‘다가치’팀은 티 바(Tea Bar) 등을 교류와 소통을 돕는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지난 17일 진행된 오픈랩 프로젝트 최종발표회에서 데프누리는 대상(500만원)을, 다가치는 우수상(200만원)을 수상했다. 

소외되는 이 없이 남북 여행 즐길 수 있도록

데프누리가 제작한 '남북 수어 여행 회화책' 샘플북./출처=데프누리
데프누리가 제작한 '남북 수어 여행 회화책' 샘플북./출처=데프누리

먼저 대상을 수상한 데프누리팀은 ‘농인을 위한 남북 수어 여행 회화책’ 아이디어를 냈다. 북한 관광지를 남한 수어로 설명하고, 회화를 북한 손말로 보여주는 영상을 담은 QR코드가 삽입된 수어로 된 여행 회화책을 제작 및 발간하고자 한 것이다. 

데프누리팀은 농인을 의미하는 ‘Deaf’와 세상을 의미하는 순우리말 ‘누리’의 합성어다. 농인들도 행복한 권리를 누리는 세상을 만들자는 뜻을 담고 있다. 데프누리는 모두 농인으로 구성돼있는데, 농인 당사자로서 농인의 정보접근권 등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가고 있다. 

임서희 대프누리 대표는 “농인들도 비장애인과 다름없이 여행을 즐기지만, 대부분의 투어나 가이드는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면서 “수어로 된 여행 회화책 역시 한 권도 찾아보기 쉽지않다. 농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고자 남북수어로 된 여행 회화책 제작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데프누리가 구상 중인 여행 회화책은 북한 각 도의 관광지를 4~5개 챕터로 분류했다. 관광지 챕터 별로 소개, 북한 회화, 북한 손말 일러스트를 소개한다. 관광지에 대한 소개는 남한 수어로, 북한 회화는 북한 손말로 소개하는 영상을 담은 QR코드도 준비했다. 특히 북한 손말로 회화를 나누는 영상을 삽입해 이를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게 했다.

임서희 대표가 지난 17일 열린, 오픈랩 프로젝트 최종발표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박유진 기자
임서희 대표가 지난 17일 열린, 오픈랩 프로젝트 최종발표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박유진 기자

임 대표는 “관광지를 남한 수어로 소개하는 이유는 농인 대부분이 사용하는 수어가 곧 모국어이기 때문”이라며 “데프누리의 언어가 수어 중심이기 때문에 그림, 영상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 북한 손말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언어는 문화를 반영한다는 점에 주목해 북한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노력도 이어간다. 이를 통해 ▲농인의 정보접근권 확장 ▲북한에 대한 인식 개선 ▲남북 여행 수어 관광통역사 일자리 창출 등을 기대하고 있다. 

데프누리는 남북 수어 여행 회화책 ISBN 등록을 진행한 후, 크라우드 펀딩을 신청할 계획이다. 임 대표는 “펀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국제 수화버전을 추가로 만들 것”이라며 “데프누리 역시 연구를 깊이 발전시키고자 일반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티 바 확장해 남북 복합문화교류공간으로

다가치 팀이 구상한 한반도 티바 겸 복합문화공간./출처=다가치
다가치 팀이 구상한 한반도 티바 겸 복합문화공간./출처=다가치

우수상을 받은 다가치팀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한 식음료 문화공간을 만들고자 결성된 팀이다. 김채은 다가치 대표는 공간 큐레이터가 꿈인 한국 근현대사와 도시사를 전공 중인 대학원생이다. 북한 일상문화 콘텐츠 생산에 관심이 많아 이번 오픈랩 프로젝트에서 문화교류 공간인 한반도 티바 운영을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김채은 대표는 “차와 간식, 다과는 긴장된 관계들이 이완되는 첫 순간, 평화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순간에도 함께 해왔다”면서 “그런 평화를 상징하는 일상적 소재 차를 주목하게 됐고, 이를 활용해 티코스를 운영하는 티 바를 제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가치팀은 티바의 일반 카페 및 찻집과 대비 차별점으로 ‘복합문화공간’이자 남북 일상 문화교류의 거점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김 대표는 “티바는 한반도 평화 기반 아티스트의 플랫폼이자, 평화 놀이활동을 할 수 있는 통일교육 장소가 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채은 다가치 대표./출처=다가치
김채은 다가치 대표./출처=다가치

특히 다가치팀의 공간 구상 속에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고민도 담겨있다. 김 대표는 “통일교육과 소모임그룹에 다과 세트를 지원하고, 공간 다가치에서는 로컬 주민과도 어우러질 수 있는 놀이나 특강 등 무료 프로그램에 재투자하는 방향으로 다가가고 있다”며 “평범한 일상 속에서 북한 일상 소재를 떠올려보고 스스로 생각을 정립해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현재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한 초기비용 확보를 위해 다과상 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샘플로 제작된 키트에 대한 다양한 피드백을 수렴해 최종 완제품으로 만들어간다. 12월에는 정식 펀딩을 계획 중이다.

구체적으로 내년 1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등에 지원하는 등 펀딩을 통해 얻은 수익과 반응들로 제품 보완 및 새로운 시즌 판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최종적으로 서울시 종로구 일대에 티 바를 구성하는 꿈을 꾸고 있다. 김 대표는 “우선 현재 운영하고 있는 다가치 소셜미디어 계정을 팀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둬 활성화할 것”이라며 “차근차근 공간 다가치 조성을 향해 다가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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