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사회적경제 분야 민간위탁 비용을 줄이는 것을 넘어 직접 지원예산까지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적경제) 사업들을 원점 재검토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언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운넷>이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2022년도 예산(안) 성과계획서 및 사업별설명서(기획경제위원회)’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서울 소재 사회적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예산이 절반 이상 삭감됐다.
구체적으로 '(예비)사회적기업 지원(일자리창출)’ 예산이 올해 129억2200만원(본예산 기준)에서 63억50만원으로 약 51% 삭감됐다. 이는 (예비)사회적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일반인력, 전문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최대 5년간(예비 2년, 인증 3년)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감액사유로 ‘코로나19 확산 장기화에 따른 기업경영 악화로 기업의 인건비 지원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되는 추세를 반영’했다고 적었다. 서울시 사회적경제담당관 관계자는 "올해 해당 사업 지원 수요가 많이 없어 집행률이 낮다.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보인다"면서 "2022년 예산은 올해 기업 수요를 반영해 감액 편성한 것으로 만약 편성한 예산이 모자를경우 추경을 하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내년에 해당 지원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지는 의문이다. 코로나19로 휘청였던 올해와 달리 내년에는 위드코로나 국면 속에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기업의 신규고용도 자연스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올해 서울시 소재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은 58개 늘어났다. 마지막 한 차례 인증을 남겨놓고 있어 최종 인증기업 수는 70개였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예산 집행을 통해 지원한 기업 및 인원 현황을 봐도, 지원수요가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질 거라고 확신하기 어렵다. 서울시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2019년 334개 기업의 575명, 2020년 294개 기업의 654명이 지원받았다. 반면 올해는 10월 기준으로 420개 기업의 675명이 지원받아 총 지원기업 및 인원수가 종전대비 최다로 늘었다.
다만 서울시 측은 기업에 대한 지원비율이 낮아지면서 지원기업 및 인원수가 늘었음에도 예산 집행률은 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19년에는 104억원을, 2020년에는 99억원을 지원했는데, 올해는 10월 기준으로 67억원만 집행된 상태다.
사회적경제담당관 관계자는 “2019년부터 사회적기업에 대한 연차별 지원비율이 하향조정되면서, 경기 악화와 맞물려 자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신규고용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또 높은 지원비율을 적용받던 2018년 이전 기업의 상당수가 지원금 지급이 종료돼 총 예산 집행액도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사업 예산 삭감 흐름은 다른 항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혁신형 사업' 예산은 올해대비 57% 삭감된 3억5050만원이 편성됐다. 사회문제 해결 및 협동조합의 협업화, 규모화를 위한 사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사업 선정 및 사업비 교부가 이뤄졌던 사업이다. 내년에는 예산안 산출근거에 해당사업에 대한 계획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감액사유 역시 '지원 사업수 감소로 인한 감액'이라고 명시했다. 내년에는 해당 사업이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사회적경제 인식 제고 및 성과관리' 예산 역시 올해대비 63% 감액된 4800만원이 편성됐다. 서울시 측은 감액사유로 '홍보 내실화 추진 및 최근 3년간 회의 개최 현황 반영'을 들었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예산 삭감, “바람직한 행정아냐” 지적
서울시는 사회적경제 정책을 담당하는 노동공정상생정책관 사회적경제담당관실의 예산을 올해 406억1155만원에서 올해 220억5725억원으로 45.7% 삭감했다. 이중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서사경센터) 예산을 포함한 17개 사회적경제 주요사업 예산은 지난해(171억6838만원) 대비 84억1157만원이 삭감돼 87억5681만원으로 줄었다.
서울시는 특히 사경센터 예산을 전년(61억 8541만원) 대비 48.9% 줄어든 31억5975만원으로 대폭 삭감해 편성했다. 세부적으로 △사회적경제 민간 판로 및 유통지원 △온라인 쇼핑몰 운영 △공간 운영 △시민소통 및 국제협력 등의 사업이 감액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25일, 사경센터 특정감사에 착수하는 등 민간위탁기관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감사결과는 이달 말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의회 예산정책담당관이 발간한 ‘2022년도 서울시 및 교육청 예산안 분석’ 보고서는 예산 삭감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운영비는 전년 대비 10%, 사업비는 64.4%가 감액되는 등 정상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수준”이라며 “특히 사회적경제 분야 학술 및 사회가치연구를 위한 기획연구예산과 지역사회 기반 소상공인 사회적경제 협업사업 지원 등이 모두 삭감되는 등 대시민 사회적경제 정책 및 시범사업 등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사경센터 예산 삭감이 바람직한 행정이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분석결과를 통해 “사회적경제 분야의 과오가 발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원계획을 위한 용역수립을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추진 중인 사업 예산을 절반수준으로 감액하는 것은 바람직한 행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회적경제 분야 일부사업, 민간위탁→직영 흐름 뚜렷
개별 사업을 민간위탁을 축소하고, 서울시 직영으로 전환하는 흐름 역시 두드러졌다. ‘사회적경제 우수기업 육성’ 사업 예산이 올해 8억1572만원에서 내년 5억4562만원으로 삭감된다. 서울시 측은 감액사유를 ‘사업추진 방식을 기존 민간위탁에서 민간경상보조사업으로 변경’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업은 사회적경제 우수기업을 전략적으로 집중 육성·지원해 사회적경제기업의 롤모델로 성장시키고, 사회적경제에 대한 시민인식 제고 및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는걸 목표로 한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서울사경센터 수탁기관인 서울시사회적경제네트워크(이하 서사경넷) 산하 사업추진단이 관련 업무를 위탁받았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사회적경제 우수기업 맞춤형 지원’ 등은 그대로 진행하되, 사업을 직접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업추진단은 경영성과평가에서 기준인 80점을 넘겨 3년간 재위탁이 가능했으나, 서울시가 가져갔다.
이에 대해 서울시 사회적경제담당관 관계자는 "시 민간위탁심의위원회에서 보조금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맞다고 결정해 사업추진 방식을 전환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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