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사회적경제 통합박람회가 지난 13일 대구에서 3일간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이번 박람회는 기획 단계부터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민관 공동으로 준비해 마련된 박람회라 그 의미가 깊다. 민간을 대표해 '2018 사회적경제 박람회' 공동추진위원장으로 박람회 준비를 총괄한 강현구 대구사회적기업협의회장(사회적협동조합동행 대표)을 박람회가 열리는 대구 엑스코 현장에서 만나 준비 과정의 어려움, 교훈점 등을 들어보았다.
 

전국사회적경제박람회 공동추진위원장으로 이번 박람회를 총괄한 강현구 대구사회적기업협의회장
- 사회적경제 부문이 한 자리에 모이는 첫 통합박람회다. 어떤 의미가 있나.

▶ 그동안의 박람회는 4개 부문(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이 따로따로 진행됐고, 시민 참여면에서도 당사자조직(사회적경제기업)들의 주도성도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많은 예산과 노력을 쏟는데 비해 성과는 미비했던 셈이다. 현 정부 들어서 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 동반성장, 사회적 메시지의 강화 등의 측면에서 사회적경제의 통합적 운영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민관이 함께 준비하는 통합박람회 개최를 합의하게 됐다.

사회적경제가 지금은 시대적 현상이자 시대 정신이다. 양극화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있는 한국사회에서 사회적경제의 지속가능성은 중요한 화두다. 박람회 개최 자체가 목적이 되기보다는 박람회를 계기로 이러한 시대환경 속에서 사회적경제인으로서 자기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찾아가는 과정이 되었으면 한다. 이번 박람회 기념행사에서 발표되는 사회적경제인들이 직접 논의하고 만든 ‘사회적경제 선언문’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여러 지방자치단체 중 첫 개최지로 대구가 선정됐다. 이유가 무엇이라 보나.

▶ 대구는 지난 4년 간 민관의 신뢰를 기반으로 민관거버넌스가 이루어졌다. 대구시도 그 과정에서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민간이 역량을 축적하고 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믿고 지지해주었다. 민간도 개별 기업의 이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중심으로 고민해왔다.

역사적으로 대구 사회적경제조직들은 지역사회 공동체 기반으로 만들어지면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자기 원칙이 분명한 곳들이 많다. 최근 몇 년 간은 연대의 경험도 많다. 당사자조직들이 부문별로 협의체를 만들어 적극적인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이 튼튼한 지역 생태계를 만들었고, 의미 있는 행사도 유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다.
 

박람회 첫날 개막 커팅식에 참여한 강현구 공동추진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
- 대구에서 개최되다보니 대구지역 사회적경제조직들의 역량, 민관거버넌스가 더 성장한 계기가 되었을 것 같다. 지역에서 유치하면서 어떤 성과가 있었나.

▶ 각 기업들의 자기 역량들이 커졌다고 본다. 우리 물건만을 팔겠다는 것 보다는 우리 가치를 어떻게 실현시킬건지가 중심이 됐다. 그 자체가 성장이다. 가치 중심의 연대라는 게 자기 부문, 자기 조직만의 이익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 연대하면 활용, 효율도 높아지고 결국 다시 그것이 되돌아와서 ‘사회적경제는 시민들의 동반자’라는 전체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고 인식개선으로 연결돼 우리 기업의 가치를 다시 높여준다. 즉, 선순환이 되는 것이다. 자기 기업만 생각하면 행정, 시민도 다 돌아선다. 전체 파이를 키워가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박람회가 그런 계기가 된 것 같다.

- 박람회 준비를 위한 추진단은 어떻게 구성되었나.

▶ 13개 정부부처의 담당 실무책임자들과 4개 부문(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사회적경제연대회의의 대표자들과 대구시, 중간지원조직, 당사자조직 등으로 통합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행정 중앙부처를 대표해서는 기획재정부가, 대구사회적기업협의회장인 내가 민간 대표로, 그리고 대구시 행정부시장 이렇게 3인이 공동추진위원장을 맡아 박람회를 준비했다.

- 전례가 없다보니 준비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 13개 부처가 참여하고 4개 부문 사회적경제 등 다양한 주체들이 준비하다 보니 분명 어려움은 있었다.

우선 형식이 아닌 내용적으로 통합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했다. 그러나 준비 과정에서 보니 서로 간에 언어, 이해도, 방향이 너무 달랐다. 함께 맞춰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꼈다.

또한 사회적경제 자체가 주도적인 역할과 헌신을 요구받는 상황이다. 지난 경험에 대한 반성을 안고 민간이 자기 역량을 발휘하면서 전체를 주도해야 진정한 박람회가 될거라 생각했다. 그런 관점에서 민간 주도성의 과제도 수행하면서 서로 다른 주체들 간의 내용적 통합을 이뤄나가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던 것 같다.

- 어려웠던 과정은 다음해 통합박람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반면교사가 될 것 같다. 어떤 과제가 있다고 보나.

▶ 다음 박람회를 준비할 때는 충분히 이전의 과정을 평가하고 '내용적 통합'의 개념이나 수준이 무엇인지 각 주체들이 명확히 이야기 나누고 서로 합의 후에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더불어 민간 주도성을 위해 행정에서 어떤 양보와 배려들이 있는지에 대해 사전에 전제가 되어야 올해보다는 한발 나아가는 행사가 될 것이다.

사회적경제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 자기 기업이 가진 가치를 충실히 표현해냈느냐, 시민들이 그 가치에 공감하고 체험하는 과정들이 충분히 이루어졌는지 돌아보는 게 필요하다. 사실 이게 중심인 고민이고 논제들이 되어야 하는데, 앞에 통합이나 주도성만이 중심이 되다보니 앞뒤가 바뀐 느낌이 들었다.

그런 부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당사자 조직들이 직접 준비하는 경험이 모두가 처음이었다. 그에 비하면 큰 잡음 없이 서로 양보하며 여기까지 잘 온 듯하다.
 

강 공동추진위원장은 여러 주체들이 참여하면서 함께 맞춰가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 마지막으로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행사는.

▶ 첫날 저녁에 진행되는 <빅소셜데이> 공연이다. 대구지역의 공연예술 사회적경제 예술가 60인의 콜라보 공연이다. 대구지역 사회적경제의 특징을 잘 드러내면서도 협동과 연대의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 행사라 본다.

 

글. 라현윤 이로운넷 기자
사진. 박재하 이로운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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