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출처=도서출판 한울림
'나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출처=도서출판 한울림

“다른 비장애형제도 자신이 느끼는 어려움이 진짜인지 아닌지 매일 의심하고 있을 거예요. 자신도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알지 못한 채로요. 아니 도움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로 말이에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해요. 비장애형제들이.” -24쪽

살면서 장애인의 비장애형제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당사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들도 자라면서 다른 비장애형제를 만난 적 없고,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책 ‘나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는 정신적장애(발달장애와 정신장애)가 있는 형제를 둔 태은, 진설, 미정, 소진, 해수, 서영. 6명의 비장애인형제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그동안 철저하게 고립된 채 살아왔다. 성인이 된 후 이들은 ‘장애인의 형제자매가 아닌 나는 누구지?’라는 질문을 떠올렸고, 다른 비장애 형제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서로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자조모임 ‘나는’을 통해 또 다른 비장애형제들이 만나 겪는 변화와,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같이 느끼고, 쉽게 이해받을 수 없었던 감정을 공감한다.

“왜 우리는 비장애형제에 대해 알지 못했을까요? 혹시 우리 사회에 ‘비장애형제의 서사’가 너무 없기 때문은 아닐까요?” -11쪽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비장애형제들이 고립된채 살아간다. 이들을 위해 6명의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사회에서 비장애형제의 서사가 지금보다 많이 쓰이고 더 많이 이야기되길 바라면서. 또 비장애형제가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정의하고 가족 관계를 재정립 할 수 있길 바라면서.

6명의 저자는 책을 통해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가족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비장애형제가 정체성을 형성하는 시기에 어떤 어려움과 혼란을 겪는지에 대해 잘 담아냈다. 저자들이 풀어놓은 각각의 경험은 비장애형제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가족의 개념을 재정립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비장애형제 당사자들에게 위안과 지금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장애자녀와 비장애자녀를 모두 키우는 부모는 차마 마주할 수 없었던 불편한 진실을 만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비장애자녀와 좀 더 성숙한 관계를 맺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신적 장애인의 청년기 비장애형제 자조모임 ‘나는’

비장애형제 스스로 자신을 돕기위해 만든 모임이다. 2016년부터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대나무숲 티타임’을 운영해왔다. 부모나 장애형제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며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 비장애형제 자조모임 ‘나는’/ ㈜도서출판 한울림 펴냄/ 288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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