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사회적기업 '워키도기'의 김용재 대표는 도그워커와 견주를 연결시키는 서비스 '우프'를 운영한다.

‘오는 2025년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보다 개를 산책시키는 도그워커(Dog walker)의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다.’

지난해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소비자 수요변화를 분석한 보고서 ‘컨퍼런스 보드(Conference Board)’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가정 내 반려동물 관련 지출이 자녀 교육에 쓰는 비용보다 3배가량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출산율은 감소하고 반려동물 인구는 증가하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교사보다 도그워커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에 접어든 국내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 용품 및 서비스 시장도 함께 변화하고 있다. 견주 대신 반려견을 산책시켜주는 ‘도그워커’, 반려동물을 대신 돌봐주는 ‘펫시터’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국내 업체로는 견주와 도그워커를 연계하는 서비스 ‘우프’를 운영하는 소셜벤처 ‘워키도기’를 꼽을 수 있다. 김용재 워키도기 대표는 “혼자 살 때 강아지를 키우면서 스스로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사업을 시작했다”며 “나는 계속 바빠지는데 강아지를 집에 홀로 두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가진 견주들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용재 대표는 "산책을 통해 반려견이 보이는 문제행동 80%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싱글 여성?맞벌이 부부 등 이용자 증가 추세…산책으로 반려견 ‘문제행동’ 완화

지난해 2월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프’의 월 이용 건수는 500~600건 정도로, 김 대표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견주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혼자 사는 젊은 여성이나 맞벌이 부부가 대다수인데, 집에 있는 시간이 적어 여의치 않을 때 도그워커를 통해 대신 반려견을 산책시킨다.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유기동물도 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꼽히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유실·유기동물은 10만 마리를 훌쩍 뛰어넘는다. 2010년 동물자유연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첫 번째 주인이 반려견을 분양받아 죽을 때까지 키웠다’고 응답한 사람은 고작 12%에 불과한데, 나머지 88%의 강아지는 평생 한 번 이상은 버려진다는 뜻이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보호자 34%가 개를 버리는 이유로 ‘짖음과 배변 문제’를 꼽았다. 김 대표는 “키우던 개를 유기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반려견의 ‘문제행동’을 탓으로 돌린다”며 “하지만 문제행동의 99%는 개가 아닌 보호자로부터 비롯된다”고 꼬집었다.

“아무 때나 짖고 똥오줌을 가리지 못하거나, 사람을 물고 물건을 파손시키는 등 문제행동은 내가 처음 강아지를 데려왔을 때 생각했던 ‘로망’과는 거리가 멀어요. 반려견이 나에게 행복이 아닌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가 되면 같이 살 수 없다는 변명거리가 생겨요. 견주가 휴가, 이사, 결혼, 임신 등 특정 상황과 맞닥뜨리면, 실제로 버리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겁니다.”

김 대표는 “반려견에게 산책만 올바르게 시켜줘도 문제행동의 80% 이상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집에만 있던 강아지를 밖으로 나오게 해 에너지를 발산시키고, 다양한 냄새를 맡게 함으로써 정서적 안정을 취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문제행동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명 동물훈련사 강형욱 역시 개들의 모든 문제행동 해결 방법으로 반드시 산책을 포함시킨다.

산책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자연스레 ‘도그워커’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워키도기에서는 현직 훈련사를 통해 전문적으로 도그워커를 교육시키고, ‘우프’를 통해 실제 견주와 연결시킨다. 현재는 강아지를 키운 경험이 있는 경력단절 여성 등 주부가 대다수이지만, 최근에는 함께일하는재단과 손잡고 45세 이상 ‘시니어 도그워커’를 양성하는 등 저변을 넓히고 있다.

 

 

워키도기는 함께일하는재단, 유한킴벌리 등과 함께 '시니어 도그워커'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을 진행한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 보편화, 고소득 직종으로 꼽히며 주목받아

‘우프’의 도크워커 서비스 이용료는 30분에 1만8700원, 1시간에 2만5300원 정도다. 수수료 20%를 우프에 내고 80%는 도그워커가 가져가기 때문에 역량에 따라 벌어들이는 수입도 천차만별이다. 전일 근무가 아닌 가능한 시간에 일할 수 있다는 것 등이 장점으로 꼽혀 앞으로 도그워커의 수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반려동물 문화가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그워커나 펫시터가 보편화해 있다. 미국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관련 사업이 크게 성장해 업체가 2만4000여 개에 이르고, 시장 규모 역시 9억 달러(약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펫시팅 업체 ‘로버’에서는 시터 14만여 명이 활동 중이며, 지난해 기준 투자금 총 9090만 달러(약 1000억원)를 유치하는 등 성장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도그워커가 고소득 직종으로 꼽힌다. 영국 가디언, 텔레그래프에서 2015년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한 달에 2주가량 일하는 도그워커의 연 소득은 주5일 전일 근무하는 사람들의 평균 연봉보다 20%가량 높다. 도그워커는 한 시간 기준 한 마리당 11.5파운드(약 1만7000원) 정도를 받는데, 연간으로 따지면 영국 연봉의 중간값인 2만7200파운드(약 4000만원)과 같은 수준이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개를 대신 산책시켜주는 '도그워커'가 주요 직업으로 자리잡았다. (이미지:pixabay)

글.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사진제공. 워키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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