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같이가치는 누구나 공익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모금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함께일하는재단은 노인의 날을 맞이해 카카오같이가치와 함께 시니어가 주체로 활동하거나 시니어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입니다. 초고령화 시대를 앞둔 지금, <이로운넷>은 작은 움직임으로 큰 변화를 만드는 시니어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한아름 개로만족 대표
한아름 개로만족 대표

한아름 대표는 검정색 푸들 ‘콩이’와 포메라니안 ‘밀크’와 함께 생활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면서 애견 용품이나 간식에 관심이 많았다. 어린시절 할머니와 시간을 많이 보내 ‘할머니’에 대한 애정도 많다. 할머니들과 함께 건강한 반려동물 간식을 만드는 개로만족을 2019년 창업한 이유다. 한 대표는 대학에서 북유럽전공을 선택해 복지를 배우고 인액터스 활동을 통해 사회문제에 관심을 키워왔다.

개로만족의 시그니처 제품인 한과/출처=개로만족
개로만족의 시그니처 제품인 한과/출처=개로만족

개로만족의 시그니처 제품은 강아지들을 위한 한과다. 애견유과, 무지개껌, 검은콩쿠키, 색동꽃다식으로 구성돼 있다. 중국산과 국내산 원재료 값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늘 국내산을 고집한다. 그날 사용할 재료를 직접 먹어보고 달달한 맛이 도는 것만 사용한다. 작년에는 애견한과가 한 펀딩 사이트에서 반려동물 수제간식 분야 성과 1위를 기록했다. 이를 계기로 개로만족의 사업아이템에 확신을 가지고 학업과 비즈니스 병행을 결심했다.

창업 후 짧은 기간이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3500여 만원의 임금을 할머니들께 지급했다. 또 제작과정에서 판매용으로는 부족하지만 품질에는 이상 없는 제품이 나오면 매월 유기견 보호소에 기부한다. 지금까지 약 230만 원 상당을 기부했다.(2021년 기준) 한 대표는 “사업가로서의 장점을 꼽자면, 낙담하지 않고 회복탄력성이 좋아 무슨 일이든 당황하지 않고 대응하는 것 같다”며 “창업 전 지인이나 가족의 걱정도 많아서 할 수 있는 고민은 미리 다 해본 것 같다”며 창업 후 크고 작은 성과를 낸 비결을 설명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로만족을) ‘본격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봐야 하나’하는 고민이 들었어요. 한 5개월은 고민만 한 것 같아요. 안하면 후회할 거 같더라고요. ‘내가 죽는다고 했을 때, 이 문제 해결 못하면 눈 못감고 죽겠네 싶으면 한 번 해보라’는 말에 공감해서 사업을 시작했어요.”

개로만족의 할머니 직원들/출처=개로만족
개로만족의 할머니 직원들/출처=개로만족

‘멋쟁이 할머니’ 롤모델로 사회문제 해결할래요!

“사회에서 활동하는 멋진 할머니를 한 번 떠올려보세요. 많이 떠오르진 않아요. 박막례 할머니나 밀라논나 정도? 사회에 멋진 할머니 모델이 없어요. 다양한 모델이 많아진다면 젊은 세대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질거예요. 할머니들께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개로만족은 시니어 문제를 좀 더 다양하게 다루고 싶다. 시니어와 연관된 사회문제는 대부분 고되고 힘든 삶이나 빈곤, 고독 등이다. ‘노인에 대한 국가 간 인식비교’(현대경제연구원, World Values Survey(2017)) 결과를 보면 한국에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 한 대표는 “인식비교 조사에서 노인이 ‘유능하게 보인다’, ‘친근하게 보인다’, ‘존중받는다’의 답변에서 최하점을 차지했다”며 “노인이 경험하고 쌓아온 능력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 아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래서 시니어에 대한 인식을 고착화하는 의제보다 좀 더 새롭고 알려지지 않은 사회문제를 다루고 싶었다. 현재 개로만족은 카카오같이가치에서 시니어들의 다양한 롤모델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예체능, 전문직, 주부 등 다양한 분야의 할머니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잡지에 싣고 전문사진가와 함께 사진촬영을 지원할 예정이다.  

할머니들의 경험은 개로만족의 간식 개발 과정에서 늘 반짝인다. 개로만족의 반려동물 간식은 질병예방에 좋은 영양성분 및 컨셉 등을 선정해 내부 회의를 거친다. 이후 수의사의 자문을 받아 기획안을 완성하고 할머니들과 최종 논의를 한다. 그 과정에서 ‘호박고구마 보단 밤고구마가 더 낫다’, ‘조리과정은 삶는 것 보다 찌는 게 더 낫다’ 등 생각지 못한 부분의 피드백으로 간식 제조와 컨셉의 세부사항이 확정된다. 한 대표는 “할머니들의 40년 주부경력은 누군가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고유의 ‘능력’”이라며 “노인의 일이 고되고 힘들기보다 즐겁고 보람차고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할머니들이 가진 서사 자체를 다양하게 다루고 싶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도 롤모델 발굴에 참여하는데요. ‘뭐 그런걸 하냐’고 처음엔 부끄러워 하셨어요. 그런데 이제는 어떤 이야기를 담아야 할까 고민할 정도로 긴 이야기를 해주세요. 내가 아는 멋진 할머니가 많아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세요.”

한과를 만드는 모습/출처=개로만족
한과를 만드는 모습/출처=개로만족

판로확보 위해 로컬기반 오프라인 매장 준비 중

“할머님들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출근’이에요. 크진 않아도 내 힘으로 번 돈으로 가족을 챙기는 소소한 모습을 볼 때 뿌듯해요. 또 가족 같기도 아니기도 한 끈끈함이 사업의 원동력이 돼요.”

개로만족에는 현재 할머지 직원 4명이 일한다. 매일 나오지는 않지만 출근하는 날에는 보통 9시부터 3시까지 근무한다. 한 대표는 “할머니들도 개개인의 일정이 있어 해당 근무 시간을 가장 선호하는 편”이라며 “무책임하게 인원을 늘리기보다 차근차근 성장해서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식 개발을 위한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할머니들과 함께 반려동물이나 반려동물 간식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시청한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에게 맞는 간식이나 기존의 레시피를 수정하기도 한다. 소형이나 중형견을 대상으로 한 한과 간식 외에도 대형견을 위한 육포 제품 출시도 앞두고 있다. 또 자체 수제간식 제작 외에 소량 제작을 원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문자위탁생산(OEM) 사업도 진행중이다. 코로나19로 애견샵이나 애견카페 납품을 대체할 판로확보 고민도 이어가고 있다. 수제간식은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아 일주일 내에 반려동물에게 급여하는 게 좋다. 이런 특징 때문에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샵을 계획중이다. 

“건강한 먹거리를 만나기 쉬운 로컬을 중심으로 사업모델을 기획중입니다. 협력기관과도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한 상태에요. 동네에서 개로만족의 간식을 더 친근하게 만날 수 있으면 해요. 개로만족과 함께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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