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침표를 찍는 장례식. 누군가 사망하면 고인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례식장부터, 장례물품, 납골당(봉안당)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안내받는다. 어렵게 계약을 한 뒤에는 장례식장에 빈소를 차리고 삼일장으로 장례를 진행한다. 이때 상주는 조문객을 대접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빈소를 방문한 사람들도 단 몇분간 고인을 추모한다. 고인과의 추억을 되새길 시간은 사실상 없다.

<이로운넷>은 고인에 대한 추모와 유가족을 위로 하는 장례식 고유의 의미를 되새기고, 변화하는 사회 구조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 장례서비스를 소개한다. 또 코로나19로 사회 시스템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장례문화의 문제점을 다양한 측면으로 살펴본다.

김민석 나눔과나눔 팀장에게 잊혀지지 않는 장례가 있는지를 묻자 “모든 장례가 다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사람이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9월 발표한 ‘무연고 사망자 장례의 문제점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시신처리 건수는 2947건으로 나타났다. 2016년 1820건에 비하면, 4년간 1127건이나 증가한 수치다.

출처=국회입법조사처
출처=국회입법조사처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시신 처리는 ‘장사법’에 따라 기초 지자체장이 처리해야 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지원관련 조례를 제정해 장례를 지원하고 있다. 연고자가 없는 이들의 장례는 어떤 방식으로 치러지고 있을까. <이로운넷>이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들의 장례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나눔과나눔 김민석 팀장을 만났다.

김민석 나눔과나눔 홍보팀장
김민석 나눔과나눔 홍보팀장

Q. 나눔과나눔을 소개해달라.

나눔과나눔은 201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장례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모여 시작됐다. 할머니들의 장례를 지원하다가 재정적 어려움 등으로 외롭게 죽음을 마주하는 무연고 사망자들이 있다는걸 알게됐다. 인간이 존엄하게 삶을 살 권리가 있다면 누구나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 할 권리가 있기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 홀몸어르신, 기초생활수급자, 무연고자들의 장례지원으로 확장 됐다. 지금은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들의 장례를 치르고 있다.

Q. 우리나라는 주민등록증 시스템이 있는데도 무연고 사망자들을 분류하는 기준이 있는가.

무연고 사망자는 크게 세가지 경우로 나뉜다. ①연고자가 없는 경우 ②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 ③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거부한 경우다. 주민등록 제도와는 상관 없이, 고인이 사망하면 관할 구청에 이관되고, 구청에서 ‘무연고 사망자’라고 해야 무연고 사망자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고인이 생존해있을 때 “내가 무연고자가 되고싶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무연고자는 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무연고 사망자들은 점점 늘고 있다.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는 매년 200명~300명 정도 증가하고 있다. 나눔과나눔에서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들의 장례를 치르는데, 지난해 665명의 장례를 치렀고, 올해는 (10월 초 기준) 화장 예약이 안잡힌 분들까지 더하면 646명의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아직 올해가 다 지나지 않았으니 작년보다 200명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분들에 대해서는 우리도 알 길이 없다. 

Q. 무연고자가 사망한 이후 장례 절차는?

장례는 일반 장례절차와 같다. 다만 빈소가 화장장에 마련된다는 점과 일반적인 장례식처럼 삼일장이 아닌 1일장으로 진행되며, 3시간 동안 빈소가 마련된다는 점이 다를 수 있겠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일반 장례도 축소되고, 발인하는 날 발인제를 간소하게 치르는 장례도 늘고 있어서 일반 장례와 동일하다.

반면 행정적 절차는 굉장히 복잡하다. 우선 고인이 사망한 경우 병사(병원에서 사망한 경우)인지 변사(병원이 아닌 장소에서 사망한 경우)로 나눠 확인한다. 병사의 경우 안치 후 연고자와 연락을 시도하고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해당 지자체에 연고자 파악 및 시신 장례에 관한 민원을 제기한다. 지자체에서는 고인의 연고자를 파악하고, 연고자가 없는 경우에는 무연고자로 확정한다. 연고자가 있지만 확인이 안되거나, 시신 인수 의사가 없는 경우에도 무연고자로 확정한다.

변사의 경우에는 경찰에서 수사를 진행한다. 수사가 끝나면 시신 수습을 의뢰한다. 장례식장에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동안 경찰은 연고자를 찾고, 연고자를 찾을 수 없거나, 연고자가 있어도 시신인수 거부 의사를 밝히면 지자체에 무연고 시신 처리를 의뢰한다. 구청은 경찰로부터 필요한 서류를 전달받아 무연고자 확정에 필요한 다양한 부분을 검토한 이후 무연고자를 확정한다.

행정절차는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나눔과나눔 상임이사님이 일년에 두 번 정도 공무원 대상으로 교육도 진행한다.

Q. 최근 지자체 등에서 무연고 사망자들의 장례에 나서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들에게 공영장례는 어떤 의미인가.

인간은 모두 존엄하다. 장례가 필요한 사람과 필요하지 않은 사람을 나누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인간’으로 나누는 것과 같다.

죽음이 불안한 사람들이 있다. 예비 무연고 사망자들이다. 이들은 죽는 것 자체로도 불안한데, 그 이후 장례도 불안해 한다. ‘죽음 불안’의 한 축이 있는 것이다.

공영장례가 보편적인 제도로 자리잡고, 지금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영장례’에 대해 알게되면 ‘내가 사망한 뒤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어도 사회가 나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보장될 수 있기 떄문에 불안의 한 부분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사람에 따라 삶의 의지가 될수도 있을 것이다.

Q. 공영장례가 생기기 이전에는 무연고 사망자들에 대한 장례가 어떻게 치러졌는가.

고인이 사망한 이후 안치실에서 특별한 예식 없이 화장장으로 바로 가게 된다.(물론 관에 모신다) 하지만 이 과정을 모니터링 하는 등 공공의 개입이 없다 보니 수의, 염습 등을 했는지 등을 알 수 있는 방도가 없었다.

이전에는 보건위생상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을 처리했다. 특히 고인의 존엄성에 대한 내용은 없던, 공영장례가 생기기 이전에는 관에서 식기나 집기류 등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관에서 피가 떨어져 화로까지의 길이 피바다가 된 적도 있었다.

Q. ‘의미있는 장례식’이란

고인의 뜻대로 장례가 이루어 지는 것이다. 고인이 생존해 있을 때 “나는 가족과 단절돼 있으니 나와 친한 친구가 내 장례를 치러주길 원한다”고 유언장을 써도 효력이 없다. 고인이 사망한 이후부터는 남아있는 혈연관계의 몫이다. 하지만 이들이 오롯이 내 뜻대로 장례를 치러줄 보장이 없는 것이다.

고인의 뜻대로 장례가 치러지는 것. 그게 가장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한다. 고인의 뜻과 남은 사람들의 뜻이 일치하면 좋겠다. 고인이 사망한 이후의 시간에 남은 사람들도 공감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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