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이후 사회적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왔다. 최근에는 소셜벤처도 범주에 공식적으로 포함되면서 함께 눈에 띄는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 수는 지난달 기준 3000개소를 돌파했다. 2007년 처음으로 55개소가 선정된 이후 14년 만에 거둔 성과다. 공공의 지원정책을 중심으로 자생력을 길러오고 있는 한국 사회적경제 사례는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정현곤 사회적기업진흥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출처=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유튜브
정현곤 사회적기업진흥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출처=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유튜브

고용노동부는 13일과 14일 양일간 ‘2021 사회적기업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한 이번 국제포럼의 주제는 ‘연대와 협력으로 세상을 바꾸다: 전환의 시대와 사회적경제의 미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변화 요구에 따른 사회적경제의 대응과 향후 발전 가능성을 조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기획됐다.

사회적기업 국제포럼은 매년 국내외 유관기관 종사자 및 전문가를 초청해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사례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2012년 이후 10차례 개최된 국제포럼은 사회적기업 월드포럼(SEWF 2021), 멕시코 국제사회적경제포럼(Gsef 2021, Mexico) 등과 더불어 사회적경제 다자간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기반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은 “코로나 위기 극복과정에서 경제주체간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사회적경제의 역할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며 “오늘날 사회적기업가 정신은 따뜻한 성장을 통해 현대자본주의를 한층 더 성숙시키는 씨앗이 되고 있다. 이번 국제포럼이 사람에 투자하는 사회적기업의 발전에 든든한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다. 

포럼 기조연설자로는 무하마드 유누스 유누스 스포츠 허브(Yunus Sports Hub) 공동설립자와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가 나섰다. 

사회적기업, 사회문제 해결위해 노력하는 사업체

무하마드 유누스 Yunus Sports Hub 공동설립자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출처=사회적기업진흥원 유튜브
무하마드 유누스 Yunus Sports Hub 공동설립자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출처=사회적기업진흥원 유튜브

무하마드 유누스 설립자는 사회적기업의 성격을 정의하고,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언했다. 

유누스는 먼저 사회적기업이 영리기업과 다른 점을 짚었다. 그는 “사회적기업은 모두를 위한 모든 종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셜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체”라며 “사회적기업 역시 이윤을 창출하는 조직이지만, 이윤이 다시 사업에 투자돼 사회문제가 해결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순탄소 배출량 제로 △부(富)의 집중화 제로 △실업률 제로 등 3제로(0)의 세상을 만들기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순탄소 배출량 제로에 대해서는 “인류가 지구에 한 잘못된 행동 때문에 우리 스스로가 멸종하도록 내버려둬선 안된다”면서 “사회적기업은 환경파괴라는 어리석은 일을 멈추도록 해 지구온난화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부의 집중화 제로를 꼽았다. 유누스 설립자는 “상위 1~2%에게 세상의 모든 부가 집중돼있다. 이는 잘못된 시스템”이라며 “사회적기업은 소셜 비즈니스를 통해 이 시스템을 되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사회적기업이 ‘기업가의 정신’으로 실업률 제로를 이룩해야 한다고 거론했다. 그는 “사회적기업가는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변혁·ESG 강화흐름 커져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전환기 사회적경제의 진화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코로나19 이후 대전환기를 맞아 디지털 변혁과 ESG경영 강화 등이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사회적경제기업간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디지털 변혁은 온디맨드 경제(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형태로 생산·유통·소비가 일어나는 경제)로 산업 및 사회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김 교수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오프라인 데이터를 온라인화함으로써 데이터 기술이 발전하고 프로세스도 덩달아 발달한다”며 사례로 스마트팩토리, IoT 빅데이터 등을 언급했다.

동시에 ESG경영 역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기후위기 등에 대한 민감도가 커졌기 떄문이다. 그는 “이는 단순히 미국이나 유럽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공통으로 보이는 현상”이라며 “실제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ESG투자가 연평균 21% 성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회적경제기업은 크게 2가지 이유때문에 이러한 디지털 변혁 및 ESG 대응이 쉽지않은 실정이다.

먼저 가치-원가 딜레마다. 온디맨드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디지털 변혁을 통한 맞춤형 솔루션 구축이 핵심인데, 이를 위한 업무 프로세스, 시스템 변경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규모의 경제 및 범위의 경제를 이룩하기 쉽지 않다. 그는 “사회적경제기업은 규모가 영세해 규모의 비경제가 발생하는데, 이는 디지털변혁 및 ESG를 추진하기 위한 전문인력 및 투자자금 확보를 곤란하게 한다”며 “디지털경제는 기본적으로 범위의 경제를 추구하는데, 기업간 협력을 유인할 수 있는 전문가도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사회적경제 공동체성 회복으로 변화된 환경 대응 가능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출처=사회적기업진흥원 유튜브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출처=사회적기업진흥원 유튜브

김 교수는 해결방안으로 사회적경제의 '공동체성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네트워크 협력을 통해 공동브랜드를 조성하는 등 규모의 경제 및 범위의 경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거기에 더해 단체 교섭력을 갖출 수 있고, 지식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랑스상업협동조합은 약 30개 이상의 다양한 분야에서 소매업 시장의 30% 비중을 차지하며, 전체 GDP의 7%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흥미로운 점은 프랑스상업협동조합이 일반 프랜차이즈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고용인원 및 점포수를 지속적으로 늘려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경제기업은 상호 협력으로 대전환 시대에 위기를 타개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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