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6.13 지방선거에서도 미세먼지 저감이 후보들의 주요 공약이었을 만큼 우리 사회는 미세먼지로 앓는 중이다. 탁한 공기 탓에 눈, 코, 목이 아픈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공기청정기가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원룸용 청정기라도 믿을만한 대기업 제품들은 20만~30만원이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공기청정기가 대체 왜 이렇게 비싸야 하는지 의문을 갖고 연구한 엔지니어가 있다. 카트보드아트컬리지(CAC)의 김광일 대표는 기계를 직접 뜯어본 끝에 불필요한 플라스틱 외관, LED 조명 등 때문에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때 그에게 든 생각. “군더더기 없는 공기청정기, 내가 직접 만들어볼까?”

김 대표는 3년 동안 200번의 실패 끝에 DIY 공기청정기 ‘아워플래닛에어(Our Planet Air)’을 개발했다. 필요한 부품 종류는 10개 정도. 외관은 종이다. 제품의 80%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가격은 5만원 선. 저렴하면 성능이 의심되기 마련이지만 김 대표는 “아워플래닛에어의 먼지필터는 ‘헤파필터’”라고 잘라 말한다. 헤파필터는 0.3마이크론 이하의 미세한 입자까지 제거하는 고성능 필터로, 무균실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CAC 종이 공기청정기 (사진 출처: CAC 홈페이지)

아워플래닛에어가 여러 언론에서 소개됐지만 CAC의 주력 상품은 아니다. 김 대표는 “돈 벌려고 만든 게 아니라 환경 난민들을 위해 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종이 공기청정기 제작에 필요한 부품들은 박스, 헤파필터, 플라스틱 나사 등 주변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라며 “조립 방법은 공개돼있으니 스스로 만들기를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제작 방법을 특허받은 이유는 다른 회사가 돈을 챙길 목적으로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특허받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카피캣 제품들이 나와도 그가 아랑곳하지 않는 이유다.

CAC는 주로 외주 개발, 교구 제작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아이디어만 갖고 있는 기술자들에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준다. 창업자금을 받아 사업 기간 안에 시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기술을 이전해준다. 기업, 학교,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왜 회사 이름에 ‘카드보드(판지)’가 들어가는지 물으니 이어지는 대답. “건축대학원을 다닐 때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에 대해 알게 됐는데, 재난 지역에 카드보드로 주택을 만드는 일을 했더라고요. 임시주택인데 진짜 오래 쓸 수 있는 건축물이었어요. 기본적인 틀만 갖추면 카드보드로 많은 제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친환경적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신발 사면 주는 카드보드 박스로 이것저것 만들기 시작했죠.” 그가 만든 교구들 중에는 카드보드로 만든 제품들이 많다.
 

CAC 김광일 대표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는 이론,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많은데 이를 적용한 핵심 기술은 부족하다”며 “프로그래밍을 배웠으면 게임을 만들어 보고, 로봇 기술을 배웠으면 로봇을 직접 만들어 봐야 하는데 학문이 분리돼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DIY 기술을 계속 연구해 일반 사람들에게 보급한다. 지금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PVC 파이프로 스마트 농장을 만드는 법을 연구 중이다. 그는 “태양광 패널, 저전력 기술을 사용하면 베란다에서 가족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먹을 양의 채소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원래 대학에서 강의를 했는데, 이론만 연구하는 게 아니라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해서 실질적 변화를 이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그가 2014년 기계공학과 후배 3명을 모아 법인을 설립한 이유다.

CAC의 매출은 계속 상승해 작년에는 약 1억 5천만원 정도를 달성했다. 김 대표의 목표는 CAC를 세계적 강소기업으로 만드는 일이다.  소수의 인력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을 만들어 제조회사가 아닌 연구개발 전문 회사로 크게 성장하고 싶다고 한다.

“인공지능 기반 연구개발로 진짜 강소기업을 키울 겁니다. 좋은 아이디어로 제품, 서비스, 솔루션을 만들어 돈을 크게 벌고 그만큼 세금도 많이 내고 싶어요.”

 

 

글. 박유진 이로운넷 인턴기자
영상. 박재하 이로운넷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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