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사회적경제 제도개선 5대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5일 사회적경제 제도개선 5대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사회적경제는 단순히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넘어 국가와 시장에서 충촉되지 못하는 다양한 시민사회의 필요에 대응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강민수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기획위원장은 우리나라 법률이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좁게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조직의 본래 의미를 실현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예를들어 플랫폼 협동조합의 경우 플랫폼 개발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지만, 당기순이익이 남는 경우 배당이 불가능한 구조이다 보니 외부에서 투자가 쉽게 이뤄질 수 없다. 개발자들이 적극적으로 플랫폼 협동조합을 창업할 이유가 없는 상황인 것. 강 위원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의 법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책과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개선이 필요한 것은 합당한 방식으로 조정해야 한다. 5일 구로동에 소재한 두레생협연합회 사옥에서 열린 ‘사회적경제 제도개선 5대 과제 토론회’에서는 사회적경제 확장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5대 제도개선 사항을 선정하고 논의하는 시간이 진행됐다. 

자료출처=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자료출처=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제안1)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지난 6월 열린 사회적경제 기본법 공청회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만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민수 위원장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제정되면 ①일자리 부족과 복지사각지대 문제 해결 등 정부의 경제 및 사회정책 보완 ②부문화 된 행정 및 정책의 통합성 유도 ③경제공동체 뿐만 아니라 생활공동체를 발전시키고 시민들의 선택지를 확대해 다양성이 공존 ④코로나19 등 사회경제적 위기에서 대안적 사회 및 대안적 경제 모델을 구상하는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안2)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거 제공하고 있지만 종부세 대상이 된 사회주택

민간임대주택특별법(민특법)과 종합부동산세법(종부세) 시행령 등에 따라 사회주택도 종부세 대상이 됐다. 이에따라 함께주택협동조합 1호의 경우 개별주택가격 4억4400만원에 세율 3%를 적용해 1335만원의 종부세를 부과받게 됐다. 뜨락주택협동조합, 푸른마을주택협동조합의 경우 종부세 과세를 면하기 위해 주택협동조합이 보유하던 주택을 개인에게 분양하기도 했다.

박종숙 함께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은 “민간임대주택사업자 등록에 따른 사항은 협동조합 운영 원리를 담지 못하고 있어 조합 운영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협동조합 법인에게는 종부세를 과세하지 않도록 하는 시도를 했지만, 주택협동조합을 법에서 담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주택협동조합은 큰 규모의 출자금이 유출입 돼야 하고, 부동산을 소유할 수 밖에 없어, 종부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 제도와 출자금 운영 방식, 건축 관련 법제도에 주택협동조합의 운영 원리가 반영, 이어질 수 있도록 주택협동조합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순문 공익법률연구소 변호사는 “민간영역에서 비영리로 주거 공공성을 실현하는 대안적 주거사업 법인들에 대한 배려 없이 무차별적으로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돼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협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강화 정책은 이어가되, 주거복지를 위해 사회주택 등의 사업을 하는 대안적 주거사업법인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종합부동산세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정 변호사는 “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라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법인임대사업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감면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제안3) 돌봄노동의 특수성 고려하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돼야

돌봄 노동자들은 실제 서비스를 제공한 근로시간에 대해 시급으로 임금을 지급받는 경우가 많다. 이용자 중심으로 업무 시간이 산정되기 때문에 출퇴근시간이나 근로시간이 변경되는 경우도 많다. 이용자의 변심으로 서비스(근로) 제공이 취소되어도 돌봄 노동자가 보상받기 어려운 특수한 형태다.

민동세 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이사장은 “근로기준법, 노동관계법이 돌봄 노동자에 적합한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돌봄 노동은 일반적인 노동의 형태와는 다른데, 일반적인 법률을 적용하는게 문제라는 것. 그는 “돌봄노동자들에게 적용하거나 특례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선민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돌봄노동자들의 노동법적 보호 및 근로조건 개선은 돌봄노동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사회적경제조직들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사회적경제조직이 이를 부담할 수 있을 정도로 재정이 충분하지 않다면 정부에 적극적으로 관련 비용을 부담해 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말 사회적경제를 활용해 사회서비스 공급을 활성한다고 발표한 만큼 사회적경제조직을 새로운 사회서비스의 공급 주체로써 적극 지원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제안4) 사회적협동조합은 여성기업에서 배제된다고?

사회적협동조합은 대표가 여성이라 해도 여성기업 대상이 아니다. 2019년 10월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돼 협동조합도 시행령에 명시된 요건을 충족하면 여성기업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됐지만, 시행령에 의해 일반 협동조합만 가능하다.

지난해 중소기업옴부즈만은 ‘사회적가치 확산을 가로막는 현장 규제애로 일괄정비’ 보도자료를 통해 사회적협동조합의 여성기업 불인정에 대해 불합리한 차별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지영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하지만 2021년 10월 중소기업옴부즈만에 민원을 접수했더니 법제도가 개선된 것이 없고, 계획만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사회적협동조합만 사회가치추구활동(비영리)의 목적성을 강조하며 법제도에서 배제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규제의 형평성, 공정성의 취지에 비춰봤을 때 빠른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순문 변호사 역시 김지영 이사장 의견에 공감했다. 정 변호사는 “조합원 전체 또는 임원 전체가 여성으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은 여성기업지원법상 ‘여성이 소유하고 경영하는 기업’이자 '결사체'에 해당된다”며 “특히 협동조합기본법 상 협동조합은 여성기업으로 인정하면서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에만 명시적으로 여성기업의 범위에서 제외한 개정 내용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제안5) 보조금 관리 시스템에 명확한 지침 필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국가보조금 지원사업에 대한 개선사항 의견도 있었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이 1963년도에 만들어진 만큼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영화 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는 ▲보조금 관리 시스템의 정비 ▲인력 양성과 일자리, 현장의 안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세부사항 중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지침’에는 보조금 세부 편성 내역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때 가장 많이 차지하면서도 필수적인 것은 인건비다. 노인일자리, 청년일자리 등 일자리 사업이 늘고있는 만큼 국고 보조금 사업의 세부 편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적경제조직의 경우 주요 사업에서 사람이 자원이 되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면 숙달된 인력의 책임 아래 신규 인력을 새로 채용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사업비 밖에 쓸 수 없는 경우라면 빈약한 재정과 기존 인력의 추가 노동을 토대로 수행해야하는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선민 변호사는 “사회적기업 육성법 14조 1항에 인건비 지원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건비 지원은 이 법률 조항을 근거로 이뤄진다”면서 “사회적경제조직에 대한 인건비 지원이 필요하면 사회적기업 육성법과 같이 인건비 지원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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