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뮤스튜디오(대표 남장원)는 특별한 디자이너가 만든 콘텐츠로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장애인의 작품’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 대신 ‘특별한 디자이너’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여러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거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며 핸드폰 케이스, 노트, 포스트카드, 뱃지, 아트포스터 등의 굿즈를 제작해 판매한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작품을 집에서 모니터로 감상하는 온라인 전시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8일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내 키뮤스튜디오에서 남장원 대표와 XYZ BY KIMU 프로젝트팀을 만났다.

특별한 디자이너들과 아트웍(Artwork) 협력 프로세스 기반으로 작업

키뮤스튜디오 남장원 대표
키뮤스튜디오 남장원 대표

“2008년에 발달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예술교육 봉사 활동을 하게 됐는데 그때 한 친구가 그린 고양이 그림이 너무 독특하고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기존 디자이너들의 작품 못지않게 시선을 끄는 작품이었는데 그런 그림들이 복지관에 쌓여있기만 한 게 아쉬웠어요.”

남장원 대표는 2008년부터 10년간 국내외 발달장애인을 만나 교육해오면서 이들과 비장애인 디자이너들이 함께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는 아트웍(Artwork) 협력 프로세스를 고안해왔다. 하나의 아트웍을 한 명의 디자이너가 아닌 여러 명의 디자이너가 함께 완성하는 것이다.

2018년 키뮤스튜디오를 설립했다. 특별한 디자이너들이 아트웍에 활용되는 원화 소스를 개발하고, 비장애인 디자이너들은 아트웍 제작에 대한 방향성을 알려주는 아트 디렉팅의 역할을 맡는다. 이 과정에서 특별한 디자이너와 비장애인 디자이너 간 협력이 이뤄진다.

남 대표는 “아트웍 협력 개발 프로세스를 만들기 전에는 작품 제작에 보통 2달이 넘게 걸렸는데 프로세스 개발 이후에는 평균 2주, 빠르면 1주 내로 작품이 완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키뮤스튜디오에는 특별한 디자이너 10명을 포함해 비장애 직원 14명, 총 24명이 근무하고 있다.

더 많은 특별한 디자이너들을 양성하기 위해 발달장애인 문화예술학교인 충현비전대학교에서 3년 과정인 키뮤디자인 학과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미술에 재능 있는 발달장애인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교육과 직무개발을 거쳐 취업연계까지 진행한다. 현재 20명의 교육생이 디자인 교육을 받고 있다. 2019년에는 해당 학과를 졸업한 3명을 전원 고용했다.

키뮤스튜디오를 이루는 X축, ‘XYZ BY KIMU’ 프로젝트 진행

키뮤스튜디오의 'XYZ BY KIMU' 프로젝트 팀원들과 남장원대표
키뮤스튜디오의 'XYZ BY KIMU' 프로젝트 팀원들과 남장원대표(왼쪽)

“키뮤스튜디오는 새로운 가치를 계속해서 확장해나가는 X축과 깊이 있게 하나의 임팩트를 완성해나가는 Y축을 설정해 두 축을 바탕으로 성장해나가고 있어요. X축은 ‘XYZ BY KIMU’ 프로젝트를 통해, Y축은 ‘키뮤브릿지’ 사업을 통해 만들어가고 있어요.”

키뮤스튜디오는 사회 발전에 따라 사회문제도 커지는 것을 보며 가장 잘 하는 ‘디자인’을 통해 사회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결심하고 올해 ‘XYZ BY KIMU’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X축(확장성)을 맡고있는 ‘XYZ BY KIMU’는 알파벳 중 가장 뒷단에 위치한 XYZ처럼 제일 뒤로 밀려나 소외돼 있는 사회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김효선 XYZ BY KIMU 프로젝트 팀 디렉터는 “‘XYZ BY KIMU’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유기동물·아동학대 등 사회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특별한 디자이너들이 작업한 그래픽 디자인과 함께 맨투맨 등과 같은 패션 아이템에 담아 전달하고 있다”며 “소셜임팩트를 창출하기 위해 사회문제를 콘텐츠로 풀어가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문제의 시급성에 맞춰 대중들의 관심이 필요한 우선순위를 고려하고, 대중들의 요구에 주목해 우리가 해당 사회문제를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요. 사회문제라는 게 무겁고 진지할 수 있지만, 디자인을 통해 무겁지 않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게 목표예요.”

‘XYZ BY KIMU’ 프로젝트팀은 지난 3월 1차 프로젝트로 환경 문제를, 지난 5월 2차 프로젝트로 유기동물 보호 문제를 다뤘다. 이어 지난달 29일 ‘당신의 감쓰는? 여러분은 어느 곳에 감정 쓰레기를 버리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현대인의 정신 건강문제를 바탕으로 3차 소셜이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참여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든다.

'XYZ BY KIMU' 프로젝트팀의 3차 프로젝트 '당신의 감쓰는?' / 출처=키뮤스튜디오
'XYZ BY KIMU' 프로젝트팀의 3차 프로젝트 '당신의 감쓰는?' / 출처=키뮤스튜디오

김효선 팀 디렉터는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여러 사회문제를 조사하던 중, 한 조사를 결과를 보니 정신 질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정신건강을 주제로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을 치유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라고 알려진 ‘일기 쓰기’에 착안해 참여자들이 자신만의 감정 쓰레기통을 찾아 감정을 건강하게 풀 수 있도록 디지털 다이어리 형식을 빌렸다”고 말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10월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키뮤스튜디오를 이루는 Y축, ‘키뮤브릿지’ 사업 진행

키뮤스튜디오는 발달장애인 고용에 대한 생각이 있는 기업이 특별한 디자이너들을 직접 고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키뮤브릿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남 대표는 “Y축(깊이)을 통해서는 특별한 디자이너를 교육·양성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추후 발달장애인들이 노년을 맞았을 때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깊이있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장애인 의무고용기업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조사를 해왔는데 기업의 주 업무와 장애인들이 가능한 업무가 맞지 않으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고 여러 준비과정을 거쳐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장애인 직원을 고용하는 대신 차라리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내는 선택을 하는 경우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고용 생각이 있음에도 여러 장애물 때문에 장애인 고용을 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의 입장에서 장애인 고용의 허들을 낮추고 장애인 고용환경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키뮤브릿지’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키뮤스튜디오는 발달장애인 자체 인재풀을 바탕으로 디자인에 대한 요구가 있는 기업 및 공공기관과 ‘키뮤브릿지’ 파트너십을 맺고 지속적으로 협력을 진행해나갈 계획이다.

해외의 특별한 디자이너들과 함께하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 꿈꿔

키뮤스튜디오는 최근 공공기관과 대기업 등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조폐공사와 함께 십이지 디자인이 새겨진 ‘천사의 재능 골든 펜던트’ 제작작업을 했고, 삼성전자와는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업사이클링 공모전인 ‘에코펫하우스챌린지’의 ‘세이브 더 월드(SAVE THE WORLD)’ 굿즈 제작을 진행했다.

남 대표는 “초반에는 디자인 협업 요청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디자인 협업 이외에도 ESG 캠페인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대중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획과 관련한 요청도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별한 디자이너들을 위한 교육 커리큘럼과 시스템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완성한 후 이를 해외에 있는 발달장애인 디자이너 양성에도 적용해 더 많은 콘텐츠들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며 “해외에 있는 발달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미술 교육을 진행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작품과 콘텐츠는 우리나라와는 또 다른 독특한 느낌을 자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디자이너들과 함께 다양한 소셜임팩트를 만들어가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해나가는 게 키뮤스튜디오의 궁극적인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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