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은 전체 소비의 80%를 차지해 시장 잠재력이 크다. 도시가계 소득에 83%가 여성들이 기여하는 등 여성들이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임팩트투자에서도 젠더렌즈를 가지게 되면 새로운 시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동남아 빈곤퇴치와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호주 ‘인베스팅 인 우먼’에서 제임스 수캄누스 임팩트투자 파트너십 디렉터는 임팩트 투자에서도 젠더관점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젠더(성) 불평등’을 사회적경제 관점에서 해결하고 변화시키고 있는 아시아 청년사회혁신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4일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2018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포럼’에서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2018 아시아 청년 사회혁신가 국제포럼’에 참여한 아시아 사회혁신가들

 

제임스 수캄누스 "임팩트 투자에서 여성의 중요성 인식해야"

제임스는 이날 포럼에서 “전반적인 임팩트 투자계 자체가 남성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고 진단했다. 제임스는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임팩트 투자에서도 고용평등을 이루는 기업에 투자하고, 상품과 서비스가 여성들에게 이롭게 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등의 젠던 관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예로 ‘인베스팅 인 우먼’의 사례를 소개했다. ‘인베스팅 인 우먼’은 동남아시아의 빈곤 퇴치와 경제성장을 위한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의 프로그램으로 소녀와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증진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역량을 강화하려는 영리·비영리 섹터의 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 인도네시아가 주요 활동국이다. 제임스는 현재 필리핀에 사무실을 두고 임팩트 투자자들과 함께 여성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중소 비즈니스를 지원하기 위해 투자펀드를 활용하는 혼합형 자원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제임스는 “여성들을 위한 펀드를 조성하고 여기에서 얻은 지식을 다방면으로 공유하며 시장에 영향을 끼치려 노력하는 등 젠더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아시아의 많은 임팩트 투자자들이 국제적인 젠더렌즈를 자신의 투자에 도입해보라고 제안했다. 그는 “임팩트 투자자로서 효과를 내려면 이제 여성이 중요하다는걸 인식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여성 리더가 있는 조직에 투자하거나 조직 내 젠더 편향으로 놓칠 수 있는 시장이 어딘지, 여성 임원은 어느정도인지 파악하고, 성평등이 직장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등의 실천을 지금 바로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SOPOONG, "국내 첫 젠더관점 투자 제시, 모든 창업가는 투자 앞에 평등하기에"  

이날 포럼에서는 국내에서의 임팩트투자에 젠더관점을 제시한 사례도 함께 소개됐다.

유보미 SOPOONG 심사역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낸 젠더관점의 투자 보고서 발간 사례를 이날 소개했다. 유 심사역에 따르면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72.7%)은 남학생(65.3%)에 비해 높고, 직업을 가지고 싶어하는 여성 비율도 90.2%로 상당히 높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국내 여성창업 법인기업은 17.4%, 투자비율은 4.1%, 여성투자자는 7.1%에 불과했다. 이러한 자본에서의 불평등에 대해 유 심사역은 “여성은 육아 전담자, 부드러운 리더십, 높은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는 등 흔히 우리가 가진 성별 관련 고정관념이 여성 창업가 활동하기에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이러한 고정관념은 곧 편견을 만들어 공정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모든 창업가는 투자 앞에 평등하다는 생각으로 젠더 관점 리포트를 선보이게 됐다고 소개했다.
 

SOPOONG이 3월 발간한 젠더관점 투자 보고서

유 심사역은 젠더를 성별을 떠나 개인이 가진 고유성과 개별성을 존중하는 것으로 투자에서도 '나 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젠더 관점의 투자를 위해 경계해야 할 편견으로 ▲기혼 여성은 사업에 집중할 수 없다, ▲여성은 남성보다 체력이 좋지 못하다, ▲여성은 기술 기반의 전문성이 없다, ▲여성은 리더십이 없다, 여성은 성과를 빠르게 내지 못한다 5가지를 꼽았다.

유 심사역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창업 투자 생태계에 젠더렌즈를 적극 도입하기를 추천했다. 구체적으로는 젠더관점 관찰자 투입, 심사 시 젠더 관점 항목 적용, 업무환경 여부 확인, 투자계약서 내 젠더 관점 내용 권고 등의 차별을 줄이고, 서류평가 시 서류지원상의 성비 유지, 경영진 2인 이상 여성 서류 평가 통과, 최소 여성 대표자 기업 1개 이상 투자와 같은 기회를 늘릴 것을 제안했다.

또한 여성창업가를 위한 별도 펀드 프로그램 운영, 기존 시스템에 젠더 관점 기준을 적용하라고 조언했다.

 

여성기업가에 지원, 여성들간의 연대와 지지 필요     

이날 포럼에서는 젠더 관점으로 아시아 내에서 임팩트 투자가 이뤄진 사례도 공유됐다.

태국의 ‘체인지 벤처스’의 수닛 슈레스따 체인지벤처스 대표는 자신이 투자한 젊은 여성들이 주도해 만든 교육어플리케이션인 ‘오픈드림’ 사례를 소개했다. 수닛 대표는 “오픈드림은 태국에서 심각한 10대 임신이라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모바일게임으로 콘돔 사용법 등을 청소년들에게 쉽게 알려줘 8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젠더관점의 투자는 여성 임팩트가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다”며 “사회적기업가들 중에서도 젠더 편견에 도전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주변을 더 둘러보고 어디다 투자할 것인지를 고민해보자”고 제안했다.
 

아시아 여성 사회적기업가 네트워크(AWSEN)

일본의 와타나베 사야카 리테라 대표는 ‘아시아 여성 사회적기업가 네트워크(AWSEN)’를 만든 사례를 공유했다. AWSEN는 여성 사회적기업가들이 지식·영감·연대를 자신의 잠재력을 향상시키도록 하는 배움 기반의 조직으로, 사회적기업가나 미래의 잠재적 사회적기업 여성들의 교류를 통한 역량 강화를 위해 효율적인 소통 채널 제공과 여성 사회적기업가를 지지하는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와타나베는 “일본은 물론 아시아의 많은 여성기업가들이 네트워크, 자원, 멘토 등의 부족과 차별을 겪고 있다”며 “서로를 지원할 수 있는 커뮤니티이자 연구 조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의 진행을 맡은 제현주 엘로우독 대표는 “젠더 문제는 우리 사회에 문화적, 사회적으로 오랜 기간 형성되어 왔기에 의식적으로 보려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며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을 촉구했다.

 

사진제공. AW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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