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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사회적경제기업의 혁신성장과 생태계 조성을 위해 ‘사회적경제 혁신성장사업’을 진행 중이다. 기술 혁신을 통한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 사업은 올해로 2년차를 맞았다. 14개 시도 총 26개 품목 분야에서 내년 12월까지 최대 21개월동안 진행한다. <이로운넷>은 혁신사례를 찾아 사업진행 상황을 살펴봤다.

강원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여행’, ‘관광’이다. 강원도 통계정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강원도를 방문한 관광객은 1억1996만5000명이다. 동해안 권역인 강릉(약 1847만명)과 속초(약 1793만명)에 이어 춘천(약 1145만명)과 정선(약 1073만명)이 뒤를 이었다. 강원도 전 지역에서 관광 관련 산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안에는 불편한 진실이 담겨있다. 방문객 통계에서도 보이듯이 우선 지역 편중이 매우 심하다. 전체 18개 시·군중 상위 4개 자치단체 관광객 수가 전체의 48.8%를 차지한다.

매출 양극화는 더 심하다. 2018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체 관광 관련 산업 매출 중 1위는 대형 리조트 중심의 관광숙박업(48.4%)이고, 정선 카지노업(41.8%)이 뒤를 이었다. 2개 분야가 전체 관광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다. 강원도 곳곳에 숨은, 소박하지만 보석 같은 관광지와 관광 상품, 이를 활성화하려고 노력하는 주민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 중심 새로운 관광 생태계 조성

산업통상자원부 사회적경제 혁신성장사업 ‘강원 SMART 관광체험 육성 및 활성화 사업 - 비R&D’은 이와 같은 강원도의 관광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기획됐다. 2020~2021년까지 사업으로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센터장 이강익, 이하 강원사경센터)가 주관하고 상지대학교 산학협력단(단장 차영환)이 참여한다. 

김상섭 강원사경센터 혁신사업팀장은 “관광 분야에서 나타나는 지역과 업종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찾고자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호혜와 협동, 연대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경제가 중심이 돼 관광 분야의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사업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지역과 기업 간 연계해 만들어지고 있는 양구DMZ 평화관광.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지역과 기업 간 연계해 만들어지고 있는 양구DMZ 평화관광.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산업과 관광 취약지역서 사회적경제 관광 활성화 도모 

김 팀장은 “이번 사업의 핵심은 폐광지역과 평화지역으로 이야기하는 접경지역, 동해안 지역, 내륙 농촌 지역 등 특히 기반산업과 관광산업이 취약한 지역에서 사회적경제 관광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약지역은 관광 관련 업종, 서비스, 지역자원, 주민을 연결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이나 네트워크가 취약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를 통해 ▷DMZ 연계 상품개발 ▷동해안 권역 연계 상품  개발 ▷이종 간 도·농 연계 관광 상품개발 ▷기업 간 기술전수 ▷당사자 중심의 사회적 경제 기업 체험 관광 네트워크 구축 등 다섯 가지가 핵심사업을 설정·추진하고 있다. 

연계 상품개발은 지역과 지역(춘천-양구, 춘천-홍천, 강릉-양양-인제-고성)의 자원과 사회적기업을 연계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지원사업 이후에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다. 춘천의 ‘협동조합 강원피스투어’와 양구군 농업회사법인 ‘㈜까미노사이더리’가 연계해 관광 식품을 판매하고 체험 관광 상품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춘천 ‘주모협동조합’의 전통주, 카누 체험과 ‘홍천한우사랑말영농조합’의 홍천한우 쿠킹쇼를 결합한 도·농 연계 관광 상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도시와 농촌을 연계해 개발중인 새로운 관광상품. 홍천한우사랑말 쿠킹쇼 모습.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도시와 농촌을 연계해 개발중인 새로운 관광상품. 홍천한우사랑말 쿠킹쇼 모습. / 제공=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회적경제기업 간 기술이전...“비R&D사업에서 R&D 성과 도출”

‘강원 SMART 관광체험 육성 및 활성화 사업 - 비R&D’의 다섯 가지 핵심사업 중 특히 모범으로 꼽히는 사업이 기업 간 기술전수 사업이다. 

안호범 강원사경센터 혁신성장본부장은 “이번 기술이전 사업은 일방과 시혜적 관계가 아닌, 사회적 경제 기업 간 서로의 가치와 필요를 공유하고 연대와 협력의 관계에서 기술이전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기술이전 사업은 2건이 진행됐다. 양구 소재 까미노사이더리가 정선의 덕우리체험마을에 콤부차 제작 및 응용기술을 전수했다. 또한 영월 화이통협동조합은 인제 냇강두레영농조합에 꽃차 체험과 상용화 기술을 이전했다. 비R&D사업에서 R&D 성과를 도출한 것이다. 

기업 간 기술 이전 모습. 영월 ‘화이통협동조합’은 인제 ‘냇강두레영농조합’에 꽃차 체험과 상용화 기술을 이전했다. (사진제공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기업 간 기술 이전 모습. 영월 화이통협동조합은 인제 냇강두레영농조합에 꽃차 체험과 상용화 기술을 이전했다./출처=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까미노사이더리는 영국과 프랑스 등에서 기술을 전수받아 자체 개발한 독자적인 발효기술을 갖고 있다. 이 기술을 통해 떨어져 상품성이 없는 양구 사과를 새롭게 탈바꿈시키고 있다. 파지 사과를 가공해 상품으로 만들어 농민의 시름을 덜고 소득을 증대시키는 한편, 형편이 어려운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1석 3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했던 예비 사회적기업 덕우리체험마을은 현재 전수받은 콤부차 기술로 제품을 만들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판로 개척을 앞두고 있다. 꽃차 상용화 기술을 이전받은 인제 냇강두레영농조합은 올해 엑셀레이팅 과정으로 꽃차 응용 케이터링 기술 전수와 함께 체험 상품 활용 방안을 연구 중이다.

기술이전을 넘어, 지역사회 공통 문제 해결 

이러한 기업의 장단점, 공통적인 지역 현안을 파악하고 강원사경센터가 다리를 놓아 기술이전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또한, 단순한 기술이전을 넘어 지역사회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커뮤니티비즈니스(CB) 방식까지 전파한 것이고, 이는 가치와 필요가 소통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구에 있는 ‘㈜까미노사이더리’가 정선의 ‘덕우리체험마을㈜’에 콤부차 제작 및 응용기술을 전수하는 모습. 단순한 기술이전을 넘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전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구에 있는 ‘㈜까미노사이더리’가 정선의 ‘덕우리체험마을㈜’에 콤부차 제작 및 응용기술을 전수하는 모습. 단순한 기술이전을 넘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전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 본부장은 “기업의 장·단점과 현안을 기업별로 파악하고, 기업의 기술을 매개로 기업 간 협력을 통해 기업 내부와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한 사례로, 기업을 알고 연결하려는 중간지원 조직의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참여 기업을 수혜자가 아니라 지원사업의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소통하고 관계를 유지하며, 목적과 가치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회적경제의 협동과 연대 정신이 지역과 지역, 도시와 농촌, 기업과 기업 간 연계로 이어져 양극화된 강원도 관광산업에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이강익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미니인터뷰 

이강익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혁신성장 사업 참여기업이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업종별, 주제별 당사자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강익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혁신성장 사업 참여기업이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업종별, 주제별 당사자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Q. 강원도 SMART 관광체험 육성 및 활성화 사업(비R&D) 사업이 사회적경제 생태계에 미친 영향은? 

사회적경제 혁신성장사업은 결과산출만큼이나 지원사업의 성과와 임팩트 효과를 중요시한다. 이 때문에 여타 지원사업에서 시행하기 힘든, 정량목표로 산정하기 어려운, 지역 간·업종 간 협업과 산업 가치 사슬을 연계할 수 있었고, 민간기업과 공공부문 간 협업 사례와 기업 간 기술전수 등을 도출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산업의 관점에서 사회적경제를 바라보고, 사회적경제 산업생태계 조성이란 과제 아래 성과를 도출하고 현안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시도와 경험은 중간지원조직과 참여 기업에 긍정적인 큰 영향을 미쳤다. 

Q. 향후 사업 방향과 계획은? 

강원도 사회적 경제 혁신성장 비R&D 사업 최종 목표는 지원사업 이후에도 최소한 참여 기업이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고 지속적인 경제 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앞으로 도내 관광 분야 사회적 경제 기업이 당사자 중심의 업종 혹은 주제별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업 네트워크 자체적으로 역량 강화, 상품개발, 비즈니스모델 등을 주도하고, 중간지원조직이 이를 지원하는 사례와 모델을 구축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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