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활동가 정체성 세미나: 다음세대를 준비하는 우리의 고민’을 주제로 세미나가 진행됐다./출처=넥스트SE
‘사회적경제 활동가 정체성 세미나: 다음세대를 준비하는 우리의 고민’을 주제로 세미나가 진행됐다./출처=넥스트SE

“당신은 무엇 때문에 사회적경제 영역(혹은 직장)에 남아 있나요?”

사회적경제 활동가 정체성 세미나가 끝날 무렵, 소그룹 토론 참가자 중 한 명이 물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손발이 잘 맞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조직원들과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계속 남아있는다는 것이다. 

사회적경제 영역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사회적경제가 추구하는 가치와 노동 정체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가치와 철학이 빠진 사회적경제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의 사회적경제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존의 사회적경제 리더 그룹과 이제 막 사회적경제에 입문한 이들의 중간에 위치한 당사자들이 모여 ‘사회적경제 활동가 정체성 세미나: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우리의 고민’을 주제로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세미나는 ▲사회적경제 활동가의 정의와 범위 ▲사회적경제인으로서 역량과 가치 ▲사회적경제의 다음 세대 그려보기 등 3회에 걸쳐 진행됐으며, 이달 28일 워크숍을 끝으로 마무리 된다.

세미나를 주최한 넥스트SE 측은 “세미나는 흔히 이야기하는 60년생과 90년생의 정체성을 말하려는게 아니”라며 “다양한 연령층의 사회적경제인 중간에서 리더그룹과 사회적경제 입문자 사이에 다음 세대 사회적경제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자리”라고 밝혔다.

당신은 활동가인가, 노동자인가

사회적경제는 경제활동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가치를 창출한다. 사회적경제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기 때문에 ‘활동가’로 불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활동가일까 노동자일까.

결론부터 말하지면 사회적경제 활동가라고 해서 노동자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활동가와 노동자는 양립 가능한 개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활동가와 노동자가 함께가기 어렵다. 다른 한 쪽에서 지나치게 정체성을 부여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를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젊은 청년활동가들은 선배들을 풍자할 때 “너 활동가지 노동자 아니잖아?”라고 말한다. 선배들 역시 “요즘 젊은이들은 활동가 마인드가 없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활동가와 노동자는 함께 가져가야할 문제다. 지금까지 사회적경제가 가져온 가치와 신념을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갖고있는 청년을 발굴하고, 노동자로 인정해 사회적경제에서 머물 수 있게 해야한다. 안지혜 전 언더독스 이사는 “지속가능하고 행복하게 노동하는 사회적경제 활동가들이 있어야 그 다음도 고민할 수 있다”며 “일에서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사회적경제 노동자로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선균 (사)한국마이크로크레디트 신나는조합 팀장은 “우리는 조정자로서 후배들이 일하는 방식과 문화, 개성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선배들은 ‘젊은 친구들이 이 영역에서 함께 일해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품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저는 언제까지 갈려야 할까요?”

김진아 모심과살림 연구소 연구원이 어디서건 일당백을 해야하는 사회적경제 영역 실무자들을 만날 때 마다 듣는 이야기라고 했다. 김 연구원은 “사회적경제가 기존 자본주의 시장경제와는 다른 일을 한다고 스스로 위로하지만, 가족을 포함한 지인들은 내가 무슨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는 조직의 이야기만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실무자들에게 희생이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적경제는 전체의 당위성만 강조하며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경제가 아니어야 한다는게 김 연구원의 생각이다. 그는 “내가 일하는 이유가 나의 삶과 연결돼 있고, 내가 지향하는 가치가 조직을 통해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것은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와 자부심을 갖게하고, 활동을 유지하는 동력이 된다”고 했다.

물론 '개인의 주체적인 활동'과 '연결성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백나경 HBM사회적협동조합 연구원은 “개인에 기반한 조직의 공동 비전을 갖고 학습하면 개인의 성장 뿐만 아니라 팀과 조직의 성과에도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지혜 전 언더독스 이사는 “힘이 센 사람이 약한 사람을 견인하는 방식의 연대가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자발적인 연대가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상호 존중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청년을 사회적경제와 만나게 할 매력적인 모델이 필요하다

전재훈 청년뿌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청년을 ▲가변성을 기반으로 무한히 확장, 성장할 수 있는 존재 ▲공동의 가치보다 개인의 가치가 중심이 될 수 있는 존재라고 했다. 전 이사장은 “사회적경제의 보편적인 가치인 민주적인 의사결정, 공동의 가치 중심 등의 경험은 청년들의 생애주기에서 반드시 필요한 가치”라고 설명했다.

사회적경제 방식은 어느새 우리 삶에 가까이 와 있다. 하지만 이것은 청년과는 다소 거리가 먼 방식이다. 타 영역에 비해 임금이 적고, 승진도 어렵다. 일을 하다보면 만족감을 찾는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사회적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유입되야 한다.

청년들을 사회적경제에 유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소그룹 토론에서 질문 하자 “재미가 있어야 한다”, “주체성을 펼칠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으면서도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재훈 이사장은 “청소년, 중장년, 노인 등 사회보편적인 대상이 아닌 청년의 이야기에 목소리를 귀기울이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사회적경제 전반에서 청년들의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사회적경제와 유리천장',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경제조직의 발전전략'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는 '사회적기업이 여성 친화적이어서 여성이 많은 것이 아니라 저임금, 불완전 고용 때문에 남성이 견딜 수 있는 구조가 아닌' 현실을 논의하고, 사회적경제의 지속가능성과 발전 전략을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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