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연희란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공연예술을 뜻한다. 풍물놀이, 사물놀이, 탈춤, 남사당놀이, 무극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한국의 전통예술을 중심으로 기존에 없던 연희를 개척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이하 잔치마당)이다. 잔치마당은 전통연희 콘텐츠 기획 및 연구 사업과 더불어 전통연희에 대한 공연과 교육 등 다양한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예술단체다.

잔치마당은 지난 2010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면서 인천지역의 문화예술분야 1호 사회적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잔치마당이 문화예술 사회적기업으로서 사회적 목적을 어떻게 실현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지난 7월 19일 잔치마당에 방문해 서광일 대표를 만났다.

서광일 대표가 잔치마당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2기
서광일 대표가 잔치마당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2기

전통연희에 이야기를 입히다

“<금다래꿍>은 황해도에서 전해 내려온 금다래꿍이라는 민요를 모티브로 스토리를 재구성한 어린이 대상 창작극이에요. 금다래꿍 공연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사물놀이 악기를 소개하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서로 돕자는 교육적 메시지를 전합니다.”

어린이 국악극 ‘금다래꿍’의 공연 / 제공=잔치마당
어린이 국악극 ‘금다래꿍’의 공연 / 제공=잔치마당

잔치마당의 주요 공연 프로그램인 어린이국악극 ‘금다래꿍’은 이옥녀라는 아가씨를 찾는 금다래 총각의 이야기를 금다래 할머니가 손녀 분이를 찾아 나서는 과정으로 새롭게 각색한 이야기다. 북, 징, 장구, 꽹과리 등 악기를 맨 동물 친구들과 춤추는 사자가 금다래 할머니를 도와 분이를 찾아 떠나면서 신명나는 풍물놀이와 봉산사자놀음이 펼쳐진다. 잃어버린 손녀 분이는 관람객 중 한 명이라는 설정을 통해 연희자와 관객이 함께하는 참여형 공연으로 완성짓는다. 이러한 금다래꿍 공연을 통해 관객들은 사물놀이와 전통악기의 가치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아이들에게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을 재밌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국악뮤지컬 <동동마을을 구해주세요>는 어린이들에게 자원순환의 개념과 필요성을 국악과 함께 배우도록 해 분리배출에 대한 가르침과 보고 듣는 즐거움을 전달해요. 최근에는 같은 내용을 담은 동화책을 제작했어요”

서 대표는 <동동마을을 구해주세요>가 환경에 대한 가르침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연에서는 연희자들의 다양한 연주를, 동화책에서는 자원순환과 분리배출에 대한 스토리 전개에 집중했다. 공연을 넘어서 동화책을 통해 가치를 전달하는 모습을 통해 아이들에게 환경을 아끼는 마음을 심어주고자 하는 잔치마당만의 노력이 엿보였다.

동화책으로 제작된 '금다래꿍'과 '동동마을을 구해주세요!'  / 제공=잔치마당
동화책으로 제작된 '금다래꿍'과 '동동마을을 구해주세요!'  / 제공=잔치마당

잔치마당이 걷는 길

잔치마당이 하는 일은 콘텐츠 기획 및 연구, 전통연희 공연 및 교육을 제외하고도 다양했다. 인천 유일의 국악전용 소극장을 운영하는 일을 겸하고 있었다.

“극장을 운영하면서 창작 요소를 얻기도 해요. 쇼케이스를 통해 관객의 반응을 살피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죠. 이렇게 내부적으로 완성도를 높인 뒤, 외부에 선보입니다.”

잔치마당에게 극장은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컴퓨터 같아 보였다. 먼저 극장을 통해 매달 공연을 선보인다. 매달 둘째주 수요일에는 소리, 무용, 풍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명인 초청 공연을, 매달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 기획 공연을 진행한다. 뿐만 아니라 공연이 없는 날을 활용해 국악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동아리식으로 청소년반, 직장인반, 주부반으로 3개 반을 운영 중이다. 서 대표는 국악 아카데미를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고 문화예술적 감수성을 기르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주하다가 찢어진 장구나 망가진 북처럼 사용할 수 없는 악기를 버리지 않고 디자인하여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만들어요. 하나의 자원순환 과정이 되죠.”

‘온고작신’은 ‘옛 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 것을 알다’라는 ‘溫故知新(온고지신)’에서 영감을 얻어 쓰임을 다한 악기를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재생 디자인 사업이다. 말 그대로 공연예술인의 손에서 수명을 다한 폐국악기를 작가에게 전달하여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잔치마당에서 시작된 온고작신 사업은 향후 더 많은 예술인들과 협업하여 자원순환과 우리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한 폐국악기. /사진=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2기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한 폐국악기. /사진=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2기

예술적 감동을 나누다

문화예술분야의 사회적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잔치마당은 지역사회 공헌 동을 통해 예술적 감동을 이웃과 나누고 있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뿐만 아니라 문화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을 위한 문화 활동을 제공한다.

“공연을 통해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잔치마당의 기본 원칙이에요. 지역주민부터 요양원 등 노인복지시설의 어르신들과 장애인 시설, 농어촌 주민 등 우리가 찾는 대상은 다양해요. 문화예술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에게 우리 공연이 닿았으면 합니다.”

잔치마당은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공연’을 통해 문화취약계층에게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우리 전통의 선율과 노래 그리고 몸짓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예술적 감동을 전하며 문화의 가치를 확대해나가고 있었다.

빛과 소금이 되는 잔치마당의 예술활동

창단 30주년을 앞둔 잔치마당은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있다. 잔치마당의 30년간 역사를 담은 책을 발간하고자 준비 중이다. 그동안의 연혁을 단순히 나열할 게 아니라 문화예술경영의 관점에서 바라본 잔치마당의 역사를 담을 계획이다.

“‘얼씨구’, ‘에헤야’, ‘얼쑤’처럼 우리나라에만 있는 추임새가 있죠.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상황 속 서로를 북돋는 격려가 필요하다고 느껴요. 우리 국악의 추임새처럼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라요. 잔치마당도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청년공감기획단이 인터뷰를 마친 뒤 서광일 대표(가운데)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2기
청년공감기획단이 인터뷰를 마친 뒤 서광일 대표(가운데)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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