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사회주택 사업이 하반기에만 세 번째 정식조사를 받으며 곤혹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이로운넷 취재 결과, 지난 7월 감사위원회가 진행한 첫 조사에서는 사회주택 가운데 토지임대부 방식의 효과를 인정하고 지속 추진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당초 목적을 전혀 달성하지 못하고' 라며 사회주택 전체를 비판했던 유튜브채널 오세훈TV의 주장과는 배치된다. 서울시 평가를 토대로 제작했다는 영상이 일련의 조사과정에서 도출된 결과를 취사선택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해당 영상 방영 직후 서울시는 '사회주택 전반 정책 재구조화'를 발표하고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의뢰했다.

예산 낭비, 임대료 기준 위반 등 오세훈TV가 내놓은 수치에 대해 한국사회주택협회(이하 협회)의 반박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감사에 착수한 서울시는 "이번 감사 결과를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7월부터 점검→평가→감사까지...서울시 사회주택 수난시대

출처=유튜브 채널 '서울시장 오세훈TV' 
출처=유튜브 채널 '서울시장 오세훈TV' 

8월 26일 유튜브 채널 ‘서울시장 오세훈TV’는 “나랏돈으로 분탕질 쳐놓고 스~을적 넘어가시려고?”라는 제목으로 사회주택이 당초 목적을 전혀 달성하지 못하고 서울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앞서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7월 12일부터 23일까지 시의 주택공급과와 주거환경과, SH공사의 공간주거복지본부, 공공개발사업본부 등을 대상으로 사회주택사업 추진실태를 점검했다.

당시 서울시 주택정책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영상 내용이 감사위원회에서 점검한 결과는 아닌 거로 보인다"며 "다른 곳에서도 사회주택 업무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협회는 영상이 올라온 다음 날(27일) 반박 자료를 내며 “결과를 공표하기 전에 이런 방식으로 여론을 조성하는 건 정치적 의도에 근거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3일 서울시의회 현장. 약 2시간 정회 후 속개된 시정질문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언하고 있다.
3일 서울시의회 현장. 약 2시간 정회 후 속개된 시정질문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열린 시정질문에서 영상에 대해 설명했다. 감사위원회 점검결과 문제가 드러나, 기획조정실 정책기획관 산하 평가담당관에 따로 조사해보라는 지시를 내렸고, 영상은 그 내용을 담은 거라고 부연했다.

시정질문 이틀 전인 1일에는 서울시가 사회주택에 대해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의뢰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가 감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종합해보면 서울시 사회주택 사업은 7월 12일부터 두 달 사이에 감사위원회의 점검→기획조정실의 평가→감사위원회의 감사를 거치는 셈이다.

효과 있다면서 세금 낭비라니

오세훈TV 영상은 그동안 사회주택 사업에 들어간 2014억원의 세금은 낭비였으며, SH공사가 임대주택 공급과 운영을 직접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본지가 입수한 감사위원회의 ‘사회주택사업 추진실태 점검 결과보고’에 의하면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의 경우 지속 추진 권고 사항이 있었다.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정부가 사들인 토지에 사업자가 건물을 짓고 운영하는 방식이다. 토지는 정부가, 건물은 사업자가 소유한다. 대표적으로 '토지지원리츠'와 '빈집활용' 방식이 속한다.

조치의견에 따르면 감사위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공급확대 효과가 있으므로 사업성 있는 지역을 전략적으로 선정해 지속 추진”하는 것을 권고했다. “대부분 청년, 신혼부부 등 1~2인 가구 규모로 공급되는 걸 고려해 청년층의 선호지역을 전략적으로 선정”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제안도 포함됐다.

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지속적인 협의를 추진하라는 조치의견도 있었다. 특히 토지지원리츠에 대해서는 8월 18일까지 가입 요건 완화를 위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8월 18일은 주택임대사업자의 임대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되기 시작한 날짜다. 감사위가 '입주자 임차보증금 보호가 취약하다'는 점검결과와 서울시 대응방안을 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선 요구를 한 것이다.

D협동조합의 임차보증금 미반환 사고 사례를 참고자료로 첨부하면서도, 사회주택협회가 특수목적법인 사회주택관리를 설립하여 임차보증금을 지급했다는 해결사례까지 상세하게 적시하며 점검결과에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 점도 눈에 띄었다.

한편, 감사위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과 달리 ‘리모델링형 사회주택’과 ‘사회적주택’ 등 토지와 건물 모두 SH가 소유하고, 운영만 사업자가 하는 사회주택에는 사업중단을 권고했다. 리모델링형 사회주택은 사업성 부족으로 인해 사업자 참여가 저조하다는 이유로, 사회적주택은 운영자만 SH에서 사회적경제 주체로 바뀔 뿐 실질적인 주택 공급 확대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사업중단을 권고했다. SH가 직접 사업하라는 거다.

SH 직영이 능사? 민관협력형 임대주택 효과 되새겨야

사회주택은 주택 관리나 임대 운영이 사회적경제 주체의 몫이라는 데서 그 장점이 부각된다. 사회주택 모델 중 재임대형(사회적주택 등)은 신규 주택 공급 효과가 없다며 감사위가 중단 권고를 내리기는 했지만, 통상적인 숫자를 가지고만 가치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그동안 시에서 사회적경제 주체에 운영을 맡긴 건 공동공간 활성화, 입주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을 시가 직접 관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민관협력'형 주택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사회적주택을 운영하는 한지붕협동조합의 경우, 강사를 초빙해 입주자들이 원하는 교육을 받게 하거나 옥상에 텃밭을 꾸미는 등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관리한다. 공동체 활동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원한다면 할 수 있도록 매개체가 돼주고 자원을 지원하는 거다.

지난 5일 서울시 시민참여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에 올라온 사회주택 관련 시민제안./출처=민주주의 서울 화면 캡처

지난 5일 ‘왜 SH는 사회주택을 위탁으로 운영했을까요?’라는 제목으로 '민주주의 서울'에 올라온 시민제안은 이런 점을 짚었다. 서울시 사회주택에서 약 4년을 지냈다고 밝힌 작성자는 “SH가 직접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위탁을 통해 사회주택을 운영한 것은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 주체를 통해 그 속에 모인 시민들의 삶을 존중하려 했기 때문”이라며 “공기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구성된 정책을 다시 공기업에 복구시키겠다는 것은, 진단과 해결책이 모순되는 결정”이라고 적었다. 해당 게시글은 11일 기준 721개의 공감을 받았다. 

이어지는 수치 공방…서울시 ”이번 감사에서 전수 결과로 확인해야”

사회주택 문제를 지적하는데 사용된 수치를 둘러싸고도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오세훈TV의 영상은 중점적으로 △2014억원의 사회주택 예산이 낭비됐고 △사회주택의 47%가 시세 80% 이하인 임대료 규정을 위반했으며 △사회주택 중 38%만 등록 관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이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오세훈TV의 사회주택 관련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이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오세훈TV의 사회주택 관련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협회는 7일 서울시의회 기자회견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먼저 어떻게 예산이 2014억원으로 잡힌 건지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협회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시 예산서의 사회주택 총예산은 약 1111억원으로 확인된다”고 반박했다. 본지와 통화한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주택정책실, 도시재생실 등 사회주택과 관계되는 예산을 전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답했다. 도시재생실은 오 시장 취임 후 지역발전본부와 합쳐 현재 주택정책실 산하 균형발전본부(2급)로 흡수돼있다.

협회는 또한, 서울시가 토지임대부 사업으로 자산가치의 상승을 누리고 있어 예산을 낭비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시 예산만으로 진행된 ‘서울시 토지임대부’와 시 예산과 주택도시기금을 1:2로 매칭해 조성한 ‘토지지원리츠 토지임대부’의 예산을 합하면 현재까지의 총 토지매입비는 1390억원인데, 2021년 9월 현재 탁상감정평가 결과는 2214억원”이라고 전했다. 토지임대부 사업으로 사들인 서울시의 땅값이 59.2% 상승한 셈이라는 거다. 이때, 매입할 토지를 발굴·제안하는 건 사업자의 몫이다.

사회주택 전체의 38%만 등록 관리되고 있다는 점도 쟁점이다. 기조실 관계자는 “사회주택 플랫폼에 등재된 수치가 준공된 사회주택 중 38%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협회 측은 “자체 확인 결과 준공된 사회주택 기준으로 71%가 등록돼있으므로 명백한 오류”라고 반박했다. 또, “입주자 모집을 위해 소재지, 실내사진, 평면도, 호별 임대료 등을 게시하는 플랫폼 등록 여부가 부실 관리의 기준일 수 없다”고도 전했다.

임대료 위반 건에 대해서도 협회는 현재 위반 사례가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0년 22개동을 대상으로 시행한 표본조사 결과와 협회 자체 조사는 기준 대장이 달라 통계가 다를 수 있다”며 “이번 감사에서 전수 조사로 확인해야 할 내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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