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복무제’ 국회서 잠든 법안을 깨워라…복무기간 최대 2배될까
‘대체 복무제’ 국회서 잠든 법안을 깨워라…복무기간 최대 2배될까
  • 양승희 기자
  • 승인 2018.07.0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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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 헌재 위헌 판결, 내년 12월까지 대체복무에 관한 법 개정 현실화박주민‧이철희‧전해철 의원안+α...국회 입법 논의 진행 전망분야-신체‧정신적 부담↑·기간-현역 2배...대체복무 악용가능성 차단 중점될 듯국방부 "양심자유 선택 아니면 현역복무 기피할 수 없을 정도 안 마련“

 

헌법재판소가 종교 및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이들을 위한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은 위헌이라고 판결한 가운데, 대체복무에 관한 법 개정이 현실화됐다.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에 관한 법을 내년 12월까지 개정하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국회에는 대체복무제를 규정한 법안 3건이 제출됐지만 계류된 상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체복무제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이철의 의원, 전해철 의원 등이 발의했다. 추가로 발의되는 법안을 포함해 국회의 입법 논의도 본격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의원은 지난해 5월 병역법 및 예비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상 우리나라는 종교적 신념 또는 헌법상 양심을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자에 대한 대체복무 수단이 마련돼 있지 않다. 박 의원은 소신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병역의무 위반으로 처벌함으로써 한 해 수백 명의 범죄자를 양산하고 있어 대체복무 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의 법률 개정안은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병의 1.5배로 정함 △대체복무 요원은 원칙적으로 합숙 근무를 함 △대체복무 심사·의결을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대체복무위원회를 둠 △예비군에 편성된 사람 중 종교적 신념 또는 헌법상 양심을 이유로 병역 의무를 거부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대체복무를 신청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의원은 “소신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을 형사처벌이 아닌, 공동체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며 “소신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자들이 국방의 의무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래픽: 유연수 디자이너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의원도 지난해 5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제도를 신설하는 병역법 및 예비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대체복무 수단이 마련돼 있지 않아 지난 2006년부터 10년간 병역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받은 국민이 5215명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의 법안은 박 의원 법안과 취지 면에서 유사하지만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병의 1.5배가 아닌 2배로 정하고 △대체복무 요원의 업무를 중증장애인 수발, 치매노인 보살핌 등 사회복지, 보건‧의료, 재난 복구‧구호 등 신체적‧정신적 난도가 높은 업무로 지정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또한 △대체복무 신청자를 심사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대체복무 사전심사 위원회’를 신설하고 △대체복무 요원이 필요한 병원동력 소집과 군사교육, 예비군 훈련 등에서 제외하는 대신 그에 준하는 공익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한 점도 눈에 띈다.

이 의원은 “매년 수백 명의 젊은이를 처벌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성숙한 민주국가라면 이들의 신념과 사상이 자유를 지키면서도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주어야 한다”며 “대체복무 요원을 난도 높은 분야에서 현역의 2배나 되는 기간 동안 복무하면 복무 기피 목적으로 악용될 우려도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법안에 앞서 전해철 의원은 지난 2016년 11월 가장 먼저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 의원의 개정안에는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적 확신을 이유로 ‘집총(총을 쥐거나 지님)’을 거부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일정한 심사를 거쳐 대체복무를 인정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는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전 의원은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국회가 조속하게 법을 개정해야 할 당위성이 생겼다. 하루 빨리 법 개정이 이루어져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게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적 확신을 지키면서 공동체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올해 안에 정부 안을 내놓는 등 대체복무제 도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헌재 판결 후 30일, 국방부는 “국회 입법까지 주어진 시간은 1년 6개월 정도 남았지만 시간을 꽉 채우기보단 합리적인 대안이 나오는 시점에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헌제가 제시한 입법 시한인 내년 12월을 준수하고, 추후 국회 논의 시간을 고려해 올해 안으로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국방부는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양심의 자유에 따른 병역거부인지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절차나 기구를 만들 수밖에 없다”며 “판정 기구를 어디에 설치하느냐는 문제가 있겠지만 정확한 판정 절차는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체복무가 현역보다 어렵고 힘들다면 굳이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아닌 이들이 대체복무를 선택하진 않을 것”이라며 “양심의 자유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현역 복무를 기피할 수 없을 정도의 대체복무제를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체복무 법안 마련이 현실화되면서 외국 제도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징병제를 택한 59개 나라 중 20여 개의 나라에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고 있다. 대체복무자의 근무형태나 기간 등은 나라마다 상이하지만, 병원이나 요양기관 등 공공복지·사회복지 분야에 대체복무자를 투입하는 식이다.

독일은 1960년대부터 대체복무제를 시행했다. 시행 초기인 1961년에는 574명이었으나, 1990년 이후에는 대체복무자가 매년 7~13만 명에 달해 별도로 연방대체복무청을 운영했다. 가장 강도가 강한 현역(9개월)을 기준을 복무 기간을 상이하게 편성하고, 출퇴근이 가능한 형태로 복무하도록 했다. 2011년부터 모병제로 전환하면서 대체복무제를 폐지한 상태다.

2000년부터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대만의 경우 매년 1~3만 명이 대체복무를 했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복무자들이 사회치안, 사회서비스, 공공행정, 환경보호, 관광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복무 기간은 도입 당시 현역(2년)과 비슷한 2년 4~6개월이고 합숙근무를 원칙으로 한다. 올해 모병제를 도입하면서 2021년부터는 는 제도가 사라질 예정이다.

스위스, 그리스, 러시아 등에서도 대체복무제를 택하고 있다. 병역 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고 현역 군복무와 형평성을 갖춰야 한다는 이유로 복무 기간을 길게 정했다. 스위스는 현역(390일)보다 1.5배 더 근무하고, 그리스는 현역(9~12개월)보다 긴 15개월, 러시아도 현역(1년)보다 1.5배 많은 18개월을 근무한다.

한편, 국내에서 병역 거부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종교 집단은 ‘여호와의 증인’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2013~2017년 양심적 병역거부자 2699명 중 2684명(99.4%)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은 일부 언론사를 통해 “국방부 산하 기관에서 하는 대체복무는 할 수 없고, 순수 민간 대체복무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호와의 증인 측은 헌재의 판결 이후 홍대일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인권을 옹호하는 최후의 보루인 헌재가 대체복무제를 위한 기초를 마련했다”며 “국회가 양심에 반하지 않고 군과 전혀 무관하며 징벌적 성격이 없는 순수 민간 대체복무를 마련해 오래된 인권침해 상황을 개선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래픽: 유연수 디자이너

글.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사진제공. 국제엠네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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