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주도로 열린 제4회 '3대 종교 사회적경제 공동행사'에서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 추기경이 축사했다.

“모든 경제 정책이 반드시 실현해야 할 관심사는 각 개인의 존엄과 공동선 추구다. 기업가들은 세상의 재화를 증대시키고,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공동선에 기여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문 ‘복음의 기쁨’에서 공동체 전체를 위한 ‘공동선(共同善)’을 강조했다. 단순한 이윤 추구가 아닌 사회 전체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은 천주교가 추구하는 철학과 맞닿아있다.

한국 천주교에서도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통해 ‘공동선’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5년 천주교에서 주도해 개최한 행사 ‘착한 소비 한마당’이 그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2016년 불교의 ‘자비와 나눔마당’, 2017년 개신교의 ‘이웃사랑 나눔실천’으로 이어졌다. 사회양극화 해소 및 사회통합에 앞장서는 종교계는 ‘3대 종교 공동 행사’를 연례화하게 했다.

4회를 맞이한 올해는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천주교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모두를 위한 경제 나눔, 또 하나의 섬김’을 주제로 연 이번 행사는 지난 21일 서울 명동성당 및 가톨릭회관 일대에서 진행됐다. 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는 기업, 농산물, 과자, 커피를 판매하는 기업, 공정무역업체 등 총 34개의 사회적경제 조직이 참여해 시민들을 만났다.

종교계 지도자들이 명동성당 일대에 꾸려진 사회적경제 부스를 찾아 기업인들과 직원들을 격려했다.
행사를 주관하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카리타스 사회적기업지원센터의 김영욱 담당자는 “천주교와 개신교에서 말하는 사랑,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가 ‘이웃과의 나눔’이라는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나만 잘사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조화롭게 살아보자는 사회적경제의 정신이 종교계에서 추구하는 경제관과 비슷해 3대 종교가 한 마음을 모으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종교계 우수 사회적기업에 대한 포상이 진행됐다. 이들은 장애인, 탈북민, 노인 등 취약계층 고용에 앞장서고 있다. 카리타스 사회적기업센터 측은 “포상을 통해 착한 기업을 알리고 판로 개척의 기회를 제공한다. 종교계 사회적기업이 수행하는 착한 일이 널리 알려지고, 이에 동참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이번에 상을 받은 기업 중 4곳을 소개한다.

1. 사랑의 씨튼수녀회, 씨튼장애인직업재활센터(천주교 서울대교구 추기경상)

사진출처: 사랑의 씨튼수녀회
사랑의 씨튼수녀회는 지체장애인 및 중증 장애인들에게 직업재활과 의료, 심리적 재활을 통한 자립 생활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단체다. 장애인들이 신체 특성 및 장애 상태에 따라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센터에서 ‘씨튼베이커리’를 운영해 우리밀, 유기농 재료 등 몸에 좋은 재료에 장애인의 노동력을 더해 빵, 과자 등을 만든다. 씨튼장애인직업재활센터 최은숙 원장 수녀는 “경제적 자립으로 장애인들이 존중받고, 노동을 통한 보람을 누릴 수 있는 터전으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2. 서울노인복지센터, 삼가연정(조계종 총무원장상)

사진출처: 서울노인복지센터
삼가연정은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 위탁 운영해 육성한 사회적기업이다. 서울복지센터 내 어르신취업지원센터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이수한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직접 커피를 제조해 판매한다. 센터는 2010년부터 실버 바리스타 양성과정을 이끌고 있으며, 실전 훈련을 제공하는 ‘커피학교’와 최신식 커피를 교육하는 ‘가비방’ 등을 운영한다. 삼가연정 어르신들은 센터와 연계된 ‘꿈나눔 카페’ 등에서 커피 제조 및 간식 납품 등을 지원한다.

3. 참빛교회, 메자닌아이팩(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회장상)

사진출처: 메자닌아이팩
메자닌아이팩은 북한 이탈 주민, 저소득 취약 계층에게 안정적 일자리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다. 국내 1호 북한 새터민 사회적기업으로 10명 이상 탈북민을 고용해 남한 정착을 도우면서 주목을 받았다. 주문생산 방식으로 다양한 형태의 골판지 박스를 제조해 판매해 2008년 설립 이후 2016년 매출액 62억 원을 돌파하며 꾸준히 성장했다. 최근 골판지 원룟값이 치솟으면서 지난 2월 법정관리에 돌입하는 등 어려움에 처했지만, 현재 회생을 위해 힘쓰는 중이다.

4. 사단복지법인 무지개공동회, 엠마우스산업(고용노동부 장관상)

사진출처: 엠마우스산업
엠마우스산업은 천주교 사회복지법인 무지개공동회가 운영하는 발달 장애인의 직업 재활 시설이자 사회적기업이다. 발달 장애인 91명이 양초, 화장지, 핸드타올 등을 생산해 국가 및 공공기관 등에 공급한다. 지적?자폐성 장애인에게 직업 훈련과 근로 기회를 제공해 임금을 지급함으로 경제적 자립을 촉진시킨다. 무지개공동회 대표인 천노엘 신부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경제적 자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 추기경, 대한 조계종 기획실장 일감 스님, 유영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왼쪽부터).

<3대 종교인 말말말>
“공동선과 자비의 실행, 우리의 삶보다 나아지기를” 한 목소리

“종교계가 소외된 취약 계층을 위해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한다. 장애인, 탈북민 등 우리 사회 소외된 이웃을 돕는 것이야 말로 착한 사람들이 할 일이다. 공동선과 자비의 실행을 통해 우리의 삶이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 추기경)

“부처님이 경제 활동과 관련해 먼저 기술을 배우고 재물을 구한 뒤 그것을 4등분으로 나눠 보시하라고 말씀하셨다. 경제활동에 따른 이익이 일부에 편중되면 양극화 문제를 야기하고, 이에 따른 빈곤을 개인이 감내하도록 하는 건 부처님 가르침에도 반한다.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부단히 정진해 나가겠다.” (대한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일감 스님)

“한국 종교계는 서로 연대하고 존중하는 아름다운 전통 있어 그동안 가난한 사람과 사회적 약자에 대해 한 목소리 내왔다. 사회적 화합과 균형 이루는데 종교계 화합을 에너지로 삼아 장애인, 노숙인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정부가 힘써 달라.” (유영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3대 종교 공동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다짐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글.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사진제공. 이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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