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스는 원래 식용으로 들여온 물고기다?

‘생태계 교란 어종.’ 한국에서 배스(민물 농어)의 정체성이다. 매년 전국에서 퇴치 작업이 벌어질 정도로 배스는 토종 어류를 위협한다.

이 골칫덩이는 사실 ‘식용’이었다. 1970년대에 국민들의 단백질 보충을 위해 들여왔던 몇몇 생물군 중 하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음식이 풍부해지고 배스가 국내 어류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배스는 가치를 잃었다. “징그럽다,” “더럽다” 등 나쁜 인식 탓에 배스를 음식으로 활용하려는 여러 시도도 결국 실패했다.
 

MBC 뉴스 캡쳐

생태계에는 육식 어종과 초식 어종이 정확한 비율로 이루어져 있어 외래 육식 어종이 차지하는 자리만큼 다른 토착 육식 어종이 줄어든다고 알려져있다. 게다가 가물치, 메기 등 토종 어류는 식용 가치가 있어 낚시꾼들이 잡아가지만, 배스는 잡아도 놓아주는 일이 다반사라 그 수가 늘지언정 줄지는 않는다. 악순환이 반복되면 어민들은 배스가 늘어날수록 소득이 줄어든다. 지자체가 직접 돈을 들여 배스 퇴치에 나서는 이유다. 외래어종 퇴치를 위한 낚시대회를 개최하거나 어민들로부터 배스를 대량 수매한다. 수매한 배스는 어디에도 쓰이지 못하고 버려진다.

업사이클링 반려동물 음식으로 특허 출원까지

배스를 먹는 사람이 없다면, 동물에게 먹일 수 있을까. 이 고민을 사업 모델로 만든 청년기업이 있다. 2016년 창업동아리로 시작한 예비사회적기업 ‘밸리스(Ballys)’다. 배스를 반려동물 영양제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서정남 대표는 “대학생 때 TV를 보는데 ‘이번 년도도 배스 때문에 토종 물고기가...’라는 뉴스가 이어지더라”며 창업 계기를 설명했다. 평소에 수익행위를 통한 사회가치 실현에 관심이 많아 업사이클링 사업 모델로 창업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밸리스 반려동물용 간식 (사진제공: 밸리스)

밸리스의 기업이념은 “세상에 버려지기 위해 태어나는 생물은 없다”이다. 외국에서는 배스가 음식이다. 미국 텍사스에서는 피쉬앤칩스로, 호주에서는 기내식으로, 일본에서는 회로 활용한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고급 어종으로 분류되는 가물치, 잉어 등이 미국에서는 생태계 교란 어종으로 분류된다. 서 대표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동물들을 옮겨놓고 ‘더럽다,’ ‘징그럽다’는 이미지를 씌워 폐기물로 취급한다”고 말했다.
 

배스로 만든 천연 타우린 보충제(사진 출처: 밸리스)

그는 인터넷에서 배스 관련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들을 모조리 찾아갔다. 배스에게 어떤 사용 가치가 있는지 설명을 듣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을 찾아다닌 결과 배스는 타우린 함량이 높다는 사실을 알았다. 타우린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피로회복에 도움된다. 사람과 달리 고양이는 타우린을 체내에서 합성하지 못한다. 밸리스는 연구를 통해 고양이를 위한 배스 파우더 타우린 보충제를 만들어냈다.

배스 파우더 제조 방법으로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직원 중 생물학 전공자가 있냐는 질문에 서 대표는 “많이 받는 질문인데, 한 명도 없다”며 웃었다. 그는 “인터넷에 세상 모든 정보가 다 나와있을 뿐만 아니라, 전문 지식이 필요하면 전문가를, 제조기술이 필요하면 공장을 찾아가면 된다”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작년 여름에 차를 샀는데, 1년도 안돼서 5만km를 달렸을 만큼 사업을 위해 이곳저곳을 다녔다.

밸리스는 반려동물용 초유 분말도 만든다. 초유는 단순한 가열로도 굳어버려 유제품 공장의 원료유로 사용할 수 없다. 국내 농가에서는 초유를 마땅히 활용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버린다. 밸리스는 최근 초유를 활용한 천연 기능성 화장품 기업 '팜스킨'과 개발 협정을 맺어 사료를 개발하는 중이다.

소셜벤처는 마냥 착한기업이 아니다
밸리스는 2017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팀 약 600개 중 대상으로 선정됐다.

밸리스는 지난 5월 열린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페스티벌의 ‘2017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우수 창업팀’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별다른 기부 행위 없이도 소비 자체만으로도 환경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업 모델이라는 게 매력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밸리스 같은 소셜벤처는 이윤을 많이 챙길수록 사회에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 “수익금으로 기부를 하는 소셜미션이었다면 돈도 벌어야 하고 사회 공헌까지 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밸리스는 배스를 많이 팔수록 환경에 도움이 되는 거라 돈 벌 걱정만 하면 돼요. 우리가 돈을 많이 벌었단 얘기는 환경 문제가 그만큼 해결됐다는 말이잖아요. 수익행위와 사회공헌 행위가 나눠져 있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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