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매출과 이윤 관점에서 기업을 평가했다면, 이제는 그 기업이 환경·사회·지배구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거죠.”

도서 ‘넥스트 자본주의, ESG’의 저자 조신 연세대 교수가 설명하는 'ESG'의 의미다. 지난 18일 더밀크TV에 출연한 조 교수는 ‘ESG란 무엇인가요?’를 주제로 손재권 더밀크 대표와 대담했다. 그는 ESG가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개념이며, 일시적 유행어로 그치지는 않을 거라 전망했다.

ESG와 CSR은 다르다

ESG는 투자자와 자본시장에서 촉발된 개념이다./출처=더밀크TV
ESG는 투자자와 자본시장에서 촉발된 개념이다./출처=더밀크TV

조 교수는 “ESG가 화두가 된 건 2007년 촉발된 국제 금융위기와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결과”라고 말했다. 현 자본주의의 한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존에 관한 위기감으로까지 이어진 것.

그는 ESG의 3가지 특징으로 ▲투자자 주도 ▲수익률 중시 ▲인센티브 합치성 등을 꼽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의미하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구분하는 특징이다. 조 교수는 “ESG가 ‘기업이 좋은 일 하는 것’으로 뭉뚱그려지면 CSR과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두 개념의 근본 차이는 ‘투자자 주도성’에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규제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가 CSR 활동의 동력이라면, ESG는 투자자들의 압력에 기인한다. 따라서 CSR은 ‘비용’으로 인식되며 최소한 수준에서 그친다는 거다.

ESG는 투자자와 자본시장에서 촉발된 만큼 수익률이 중요하다. 아무리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이 돼도 수익률이 낮으면 안 된다는 게 핵심이다. 조 교수는 “특히 연기금이나 보험회사 같은 기관투자자는 장기 수익성이 중요하므로, 몇 십 년 후에도 수익률을 유지하려면 ESG 이슈를 해결하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기업 CEO들의 협의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은 2019년 “영리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해관계자 전반의 가치증진에 있다”고 선언했으며, ‘2020 다보스 포럼’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ESG는 투자자와 자본시장에서 촉발돼 모든 기업의 경영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ESG 확대에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개인투자자의 역할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통계에 따르면 2012년 ESG 투자자 중 개인 투자자 비율이 12%였는데 작년에는 25%까지 올라갔다”고 부연했다.

너무하다 싶은 국내 ESG 열풍, 거품 빠지고 진정성 남는다

 조신 연세대 교수는 18일 더밀크 유튜브 채널 '잭잭과 친구들'에서 ESG 개념과 특징, 우수사례 등을 설명했다./출처=더밀크TV
조신 연세대 교수는 18일 더밀크 유튜브 채널 '잭잭과 친구들'에서 ESG 개념과 특징, 우수사례 등을 설명했다./출처=더밀크TV

ESG 우수 기업으로는 파타고니아를 예로 들었다. 파타고니아는 친환경 아웃도어의 대명사로 꼽힌다. 2011년 뉴욕타임스에 자사 재킷 제품을 홍보하면서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환경 피해를 줄이려면 소비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 교수는 “파타고니아는 회사 목표가 성장과 확장이 아닌 환경보호라는 메시지를 이전부터 꾸준히 던져왔던 기업으로, 소비자들이 신뢰하는 ESG 성공사례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유기업 엑손모빌이 ESG 투자자에 무릎 꿇은 사례도 들었다. 지난 6월 엑손모빌 이사회에 기후변화 행동주의 헤지펀드 ‘엔진넘버원’이 추천한 이사 3명이 진입해 이슈가 됐던 일이다. 엔진넘버원의 보유 지분은 단 0.02%였지만, 엑손모빌 주요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 변화를 끌어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들이 ESG 위원회를 구성하고 ESG 관련 언론 보도가 급증하는 등 열풍이 불고 있다. 조 교수는 “(명확한 이해가 수반되지 않아) CSR의 연장선상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ESG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평가기관들이 등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관투자자들이 진지하게 투자하기 시작하면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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