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람 플레이콕 대표
정아람 플레이콕 대표

“장애인들이 운동을 배우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이 가끔 있긴해요. 하지만 저는 그 모습을 자주 보다보니까 그냥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장애인, 비장애인 등 누군가의 레저활동에 감동을 느끼지 않아요. 그게 플레이콕의 지향점이기도 합니다.”

장애는 하나의 조건일 뿐이다. 그래서 ㈜플레이콕(대표 정아람)은 수강생을 장애로 구분짓지 않는다. 그저 그 사람의 조건과 성향에 맞는 다양한 스포츠를 제공한다. 장애의 정도나 활동이 가능한 조건 등의 상황을 확인해 이를 기반으로 종목을 큐레이션 한다. 

정아람 대표는 동양무예학과에서 검도를 전공했다. 대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경험하고, 스포츠센터에서 실무 전반을 부딪히며 배웠다. 독일에서 체육 지도자로 일하기도 했다. 일을 하며 국내 스포츠 시장은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수익만 늘리려는 단순한 고민을 하는게 아니라 사회적인 이야기도 함께 고민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살피던 중 사회적기업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국내에는 플레이콕처럼 다양한 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없어 누군가 교두보 역할을 해줄 사람을 찾다보니 창업까지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홍승현 강사가 웨이크보드 강습을 진행하는 모습/출처=플레이콕
홍승현 강사가 웨이크보드 강습을 진행하는 모습/출처=플레이콕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기는 스포츠

“장애인 스포츠 시장은 아직 제로 베이스에요. 그래서 장애가 있는 분들은 ‘물에서 할 수 있는 스포츠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보단 ‘내가 스포츠를 즐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먼저 해요.”

플레이콕은 현재 웨이크보드, 서핑보드, 패들보드, 농구, 테니스, 클라이밍 등 10여 개의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그 중 웨이크보드와 수영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한다. 운동을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운동 외에 친목은 권하지 않는게 플레이콕의 분위기다. 어찌보면 쿨하기도 정없기도 하지만 덕분에 부담없이 운동을 즐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는 “장애인이 참여한다고 해서 종목을 배우는 과정이 완전히 새로워지진 않는다”며 “비장애인은 시연으로 (시각)장애는 감각으로 커리큘럼의 틀 안에서 특징에 맞춘 차이가 있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웨이크보드 프로그램에 함께하는 홍승현 강사는 국가대표로 아시아 3위 기록을 가지고 있다. 청각장애와 한쪽 눈의 시력이 낮은 조건도 있지만 비장애 종목에 도전해 기록을 세웠다. 자연스럽게 플레이콕의 웨이크보드 종목은 시각장애인도 참여할 수 있다. 시각을 대체할 수 있는 감각으로 종목을 가르친다. 로프를 잡는 과정을 근육의 움직임으로 설명한다. 손이나 몸으로 스포츠를 배울 수 있도록 밀착해 감각에 집중해 설명한다. 

“신체활동에 있어서 7세 이하의 아이들은 다 똑같아요. 말을 안듣는 개구쟁이인 것까지요. 장애는 상관이 없어요. 그래서 수영 프로그램은 발달장애 아이들과 비장애 아이들이 함께합니다.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면서 다른 세계를 가진 친구도 있다는 걸 알고, 장애가 있건 없건 같이 놀 수 있다는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김솔아 강사(스포츠클라이밍 전 국가대표)가 클라이밍 강습을 진행하는 모습/출처=플레이콕
김솔아 강사(스포츠클라이밍 전 국가대표)가 클라이밍 강습을 진행하는 모습/출처=플레이콕

스포츠 향유의 범위를 더 넓고 깊게

“최근 50대 여성분이 클라이밍 수업에 참여하셨어요. 처음에는 고민이 많으셨죠. ‘아줌마가 다 됐는데 이거(클라이밍)는 아닌 거 같아요’, ‘젊은 애들은 쭉쭉 올라갈텐데 저는 못할 거 같아요’라고 하시더니 누구보다 빨리 완등하셨어요. 그리고 이젠 고정고객으로 매달 만나 뵙고 있어요.”

플레이콕의 이용자 평균연령은 31.5세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기반 서비스기 때문에 주 타겟팅 대상도 MZ세대다. 이용객들의 재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젊은 이용객이 부모님에게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아져 50대 회원도 자주 만난다. 그는 “한 번쯤 도전을 해보고 싶은 종목들이 있는데 두려움 때문에 못하는 분들도 꽤 있다”며 다양한 사람들이 스포츠를 즐기는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최근 여성 스포츠를 비롯해 전체적인 생활 스포츠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창업 초반에 느꼈던 ‘운동에 굳이 그렇게 돈을 많이 써?’와 같은 분위기가 많이 줄었다. 정 대표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스포츠에 대한 경험 자체가 없어 생활 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저조했다”며 “교육, 공공체육 등으로 자연스럽게 스포츠가 일상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대기업에서 유통업무를 경험해서 사용자 분석이 익숙해요. 니즈 파악을 위해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을 해요. 또 SNS를 통해 A/B 테스트 등도 진행하구요. 쌓인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충성고객층을 만들고 또 다양한 종목들을 기획하고 있어요.”

플레이콕 홈페이지/출처=플레이콕
플레이콕 홈페이지/출처=플레이콕

배리어프리 체육 프로그램 증대할 것

“여성이나 장애인 등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고정된 채로 소셜임팩트에 집중하진 않을 거에요. 플레이콕이 바라는 건 특정 계층이나 조건에 상관없이 누구나 스포츠를 즐겼으면 하는 거에요. 연령, 성별, 장애 등에 상관없이 운동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코로나로 프로그램의 운영이 쉽지 않지만 이를 기회로 삼아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리뉴얼을 통해 10개 정도로 진행됐던 프로그램을 25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플레이콕의 프로그램은 약 5%를 차지한다. 하반기까지 이를 15%로 늘리는게 가장 큰 목표다. 홈페이지 리뉴얼을 통해 장애에 따른 참여 범위도 지속적으로 노출할 계획이다. 

휠체어 이용 유무에 영향을 크게 받는 스쿠버 다이빙 등을 제외하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누지 않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노력한다. 기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지도자와 함께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1:1 강의도 준비중이다. 그는 “수요조사를 통해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더 많이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매 프로그램마다 브이로그 영상을 남겨요. 참여했던 멤버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힘들 때 다시금 마음을 잡아요. 스포츠 향유에 있어 조건이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나를 중심으로 나를 위한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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