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인액터스(ENACTUS: Entrepreneurial. Action. Us.)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기업가 정신 실천 공동체입니다. 2004년 인액터스 코리아 출범 이후 현재 전국 약 30개 대학에 지부가 있으며, 5000여 명의 누적회원을 배출했습니다. 인액터스는 지도교수와 기업인들과 함께 경제 개념을 적용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실행합니다. 각 대학의 인액터스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이로운넷에서 확인하세요.

# “임신 때 ‘한 부모 가정’ 지원을 물어보려고 주민센터에 갔을 때 일이에요. 담당 직원이 저를 훑어보더니 큰 소리로 “미혼모냐” 묻더군요.“- 중앙일보, 2017.08.25. ‘주민센터 직원 큰소리로 “미혼모냐” 상처 입은 30대 싱글맘’

# 2016년 통계청 기준 한국 미혼모 약 2만4천명. 2012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인식조사에 의하면 조사 대상 미혼모 관련 전문가의 94.3%가 우리나라는 미혼모를 차별하는 사회라고 인식하는 거로 나타났다. 미혼모의 출산을 탈선이라고 인식하는 사회가 미혼모들의 당당한 사회 활동을 지원할리 만무다. 이들이 취약 계층을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다. 아이를 키우느라 바쁜데 사회 시선도 부정적이니 안정적인 경제 활동은 언감생심이다.

사진출처: 충남대 인액터스 페이스북

비즈니스로 사회공헌을 실현하는 동아리 ‘인액터스 CNU(충남대)’의 ‘동동’ 팀은 미혼모들의 경제 활동 문제 해결에 나섰다. 처음 생각했던 일은 못난이 과일로 과일청 만들기였다. 그 과정에 미혼모들을 참여하게 하려 했다. 하지만 미혼모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아이디어였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에 미혼모 인력을 끼워 넣은 수준이 돼서다.

다시 반 년 동안 연구했다. 이들이 최종 내놓은 사업 모델은 아이가 그린 낙서를 동화책으로 엮어내는 일. 아이를 키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아동을 더 잘 이해한다. 동화책을 제작하는데 제격인 이유다. 또한 제작 과정에서 미혼모들이 맡는 일은 포토샵만 조금 다룰 줄 알면 집에서도 할 수 있다.

 

 

아이의 낙서가 담긴 동화책

동동 팀은 이 사업 모델로 지난달 1차 체험단 이벤트를 진행했다. 인터넷 카페에서 체험단 5명을 모집했다. 체험단이 아이의 낙서 사진을 찍어 메일로 보내면 동동 팀이 낙서 이미지를 삽입한 동화책을 만들어 제공했다. 김미수 PM은 “실험 단계에서 미혼모 분들에게 일을 맡겼다가 혹시라도 일이 틀어질 경우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미리 만들어봤다”고 말했다. 동동 팀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동화책을 수백 권 읽으며 분석했고, 동화 작가와 출판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조언을 얻었다.

김 PM은 “체험단으로부터 ‘아이가 자기가 직접 그린 낙서가 들어있는 책을 갖게 돼 무척 신나했고 1주일 내내 틈만 나면 그 책만 읽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술 학원이 동동 팀의 이야기를 듣고 먼저 관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아직 여러 권을 제작할 수 없는 단계라 거절한 적도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현대 해상 씨앗 프로그램’에서 최종 5팀에 뽑혀 자금을 투자받았다. 씨앗 프로그램은 현대해상이 인액터스 초기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공모전이다.

 

 

 

 

동동 프로젝트를 통해 자기만을 위해 만들어진 책을 읽는 아이의 모습

동동 팀은 사업자등록을 준비 중이며 하반기에는 단기 사전 판매를 실시한다. 미혼모 지원 네크워크의 도움을 받아 단기 판매에 참여할 미혼모 3명을 모집했다. 단기 판매 이후에는 정식으로 웹사이트를 만들어 판매할 예정이다.

충남대 인액터스는 동동 프로젝트 외에도 ‘꽃말’를 진행한다. ‘꽃말’은 수화 그림을 담은 캔들, 에코백을 제작·판매 청각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한다. 아이들의 주체적 사고를 위한 교육 플랫폼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다.

충남대 인액터스는 충청권의 유일한 인액터스 팀이다. 박찬영 회장은 “수도권에는 인액터스 동아리가 여럿이라서 서로 상호작용할 기회도 많고 일반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데 반해 그 외 지역은 그렇지 않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2012년 시작한 후 중간에 동아리가 사라질 뻔했던 위기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동아리를 다시 살리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환골탈태.’ 사실상 핵심 멤버들만의 발표로 이뤄졌던 회의를 동그랗게 모여 앉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바꿨고, 홍보팀·인사팀을 따로 꾸려 소셜 미디어에 적극적으로 활동 상황 등을 게시했다. 그 결과 다시 활력이 생겨 지금은 동아리원이 26명으로 늘었다. 작년 7월부터 회장직을 맡아 이 ‘개혁’에 참여했던 박 회장은 “처음부터 다시 그룹을 만드는 느낌으로 재정비했다”며 웃었다.

7월 열릴 인액터스 국내대회(NC·National Contest)에도 참가한다. 박 회장은 “N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서도 “동아리 구성원들이 대회에 얽매이지 말고 차근차근 즐겁게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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