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2018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여성출판 취업' 관련 강의가 열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출판사에서 일하는 것을 꿈꿔봤을 터다. 특히 신간을 직접 기획해 저자를 섭외하고 원고를 보충하며 홍보까지 도맡는 ‘북에디터’는 출판 업무의 핵심으로 통한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편집자는 대략 9000여 명, 전체 인구의 0.018%를 차지하는 ‘희소한 직업’을 갖기 위해선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

지난 20~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독자 프로그램 중 하나로 출판 관련 창업?취업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해줄 행사가 열렸다. 올해 창립 29주년을 맞은 여성편집인클럽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는 출판계로 진출하고자 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강의, 상담 등이 마련됐다.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팔지,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 필수

도서전 셋째 날 열린 강의에서는 베테랑 북에디터 3명이 참여해 후배 출판인들에게 조언했다. ‘직업으로서의 에디터’를 주제로 내건 배수원 인터파크 반니출판사업부 부장은 “편집자는 어떤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데 원고기획, 저자 섭외, 교정?교열, 디자인, 제작 연결, 홍보에 걸친 다양한 업무의 일부 혹은 전부를 담당한다”고 답했다.

그는 “책을 만들기 때문에 늘 책을 읽고 저자를 생각하며 새로운 지식을 얻는다는 것, 내가 만든 책이 보고 만질 수 있는 상품으로 나온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꼽았다. 이어 “출판사 규모에 따라 복지, 임금 등의 차이가 크다는 것, 선배를 통해 도제식으로 업무를 배우기 때문에 경력자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 등은 단점”이라며 “아무리 경력이 오래된 편집자가 만들어도 책이 잘 안 팔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배 부장은 “시장 자체가 작아 출판 업계에 취업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편집 스쿨, 문화센터 강좌 등을 통해 관련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작은 회사라도 들어가 차근차근 경력을 쌓는 것을 추천한다”면서 “시대가 많이 바뀌어 1인 출판사가 늘어나는 추세라, 취업이 어려우면 직접 창업에 나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장선희 전 청림출판 기획편집 실장, 이경원 비전비엔피 이사, 배수원 인터파크 반니출판사업부 부장, 박수연 여성편집인클럽 회장(왼쪽부터)이 참여했다.
이경원 비전비엔피 이사는 ‘출판의 과정과 출판사의 역할’을 주제로 강의했다. 그는 “최근 판매처의 다양화, 기술 발전 등으로 여러 형태의 저작물 생산이 가능해진 출판계의 변화를 잘 살피라”면서 “기존 종이책뿐만 아니라 전자책, 오디오북, 웹콘텐츠, 영상콘텐츠 등 책이 구현할 수 있는 틀에 대해서도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선희 전 청림출판 기획편집 실장은 ‘팔리는 책을 만드는 기획 노하우’에 대해 전했다. 장 실장은 “20~30대 직장인이냐, 40~50대 여성이냐 등 누구에게 팔 것인지 대상층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독서율이 추락하는 현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팔 것인가, 수백 권의 책 중 눈에 띄기 위해 표지나 폰트 등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에 대한 고민도 필수다”라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어떤 분야 좋아하는지 파악해야 관련 도서 기획할 수 있어

이날 강연을 들은 1년 차 북에디터는 “내가 원하는 일은 원래 기획 쪽인데, 현 직장에서 1년째 교정 이외에는 배우는 게 없어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이 이사는 “회사에 따라 신입에게도 기획을 맡기는가 하면, 어떤 곳은 아예 기획 업무를 주지 않기도 한다”며 “회사는 학교나 학원이 아니기 때문에 무언가를 배우겠다는 자세가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면서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답했다.

출판사 취직을 위해 국문학과에 진학했다는 한 대학생은 전자출판이나 포토샵 등 관련 자격증이 꼭 필요한지에 관해 물었다. 장 실장은 “출판사 취업에 국문과가 유리할 것 같지만 오히려 특색이 없어 애매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역사, 과학, 예술이 전공인데 책을 좋아하는 경우 더 눈에 띌 수 있는 것처럼, 좋아하는 분야를 특정해 부각하는 편이 좋다. 출판 기술적 부분은 알고 있으면 좋겠지만, 기획 업무에 필수 조건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독자들 중 출판업계 취업 및 창업을 원하는 이들이 강연에 참여했다.
이날 강의 외에도 여성편집인클럽은 지난 20~22일 사흘에 걸쳐 분야별 창업 상담 센터를 열어 출판 새싹들을 만났다. 인문교양, 에세이, 환경교육, 실용, 자기계발, 아동, 취미,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전문가들이 상담자로 나섰다.

장 실장은 “북에디터는 결국 자신이 어떤 분야를 제일 좋아하고 잘 아는지 파악해 관련 도서를 기획하고 발굴해내는 게 중요하다. 서점에 갔을 때 자신이 어떤 코너에 가장 오래 머무는지 떠올리고, 기왕이면 좋아하는 분야에 뛰어들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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