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지원조직을 설치·운영하는 핵심 제도로 지금의 민간위탁 방식은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정병순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이 10일 창사 13주년을 맞이해 개최한 온라인 컨퍼런스 ‘2030 세이가담: 벽을 허물다(전환기 사회적경제가 나아갈 길)’에서는 중간지원조직이 ‘관설민영’에서 ‘민설민영’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관이 사회적경제조직에 사회적경제 지원 업무를 종합으로 맡기는 지금의 형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거다.

이날 오후 12시부터 방송된 특별세션은 ‘사회적경제 중간조직의 미래는?’이라는 주제 아래 ▲하승창 서울시립대 교수의 사회로 ▲정병순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은애 씨즈 이사장 ▲김규태 이로운넷 편집국장이 참여했다.

제도화 이후 초기 주도성 잃은 중간지원조직

이날 패널들은 중간지원조직의 개념, 역할, 운영 형태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양적으로 급히 성장했다는 데 동의했다.

정병순 위원은 먼저 중간지원조직이 일본에서 이식된 개념이고, 다른 나라에서는 중개·매개조직이나 인프라 조직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간지원조직에 관해 “개별 민간 주체를 연결하는 통솔 조직으로서 공공과의 관계에서 대변인·조정자 역할을 하는 게 기본 위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기본 위치가 국내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은애 이사장은 중간지원조직 현장에서 일하며 느낀 구조적 한계를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외완위기 사태 직후인 중간지원조직 활동 초기에는 민간지원조직으로서의 주도성이 컸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제도화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법이나 조례가 위임하는 한정된 역할의 집행 기관으로 굳어졌다”고 짚었다.

정 위원도 ‘관설민영’ 형태로 굳어진 중간지원조직의 모습을 지적했다. 그는 “서구에서는 자생적으로 발전하고 늘며 개별 조직들과의 수평적·상향적 관계 속에서 역할을 모색해온 반면,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 안에 제도화되면서 관이 위탁하는 수직적·하향적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30세이가담 ‘사회적경제 중간조직의 미래는?’ 세션에 출연한 정병순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하승창 서울시립대 교수, 김규태 이로운넷 편집국장, 이은애 씨즈 이사장(왼쪽부터).
2030세이가담 ‘사회적경제 중간조직의 미래는?’ 세션에 출연한 정병순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하승창 서울시립대 교수, 김규태 이로운넷 편집국장, 이은애 씨즈 이사장(왼쪽부터).

종합지원사업 위탁은 그만...‘민설민영’ 형태가 바람직

정병순 위원은 주로 민간위탁으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중간지원조직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는 정부가 위탁이 아니라 보조나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원적으로는 재정적 자립 기반을 가진 ‘민설민영’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처음부터 재정적으로 넉넉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 위원은 “중간조직화하려는 조직을 대상으로 정부가 재정적·제도적 지원 장치를 마련하는 게 숙제”라고 덧붙였다.

중간지원조직 종사자들의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이 이사장은 “젊은 실무자들이 위임 사무가 주 업무인 조직 문화에 회의감 느끼고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며 청년 종사자들이 직업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한다고 전했다. 또, 과업을 빨리 수행하는 조직 특성상 직원의 성장 기회를 제공할 여유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규태 편집국장은 중간지원조직들이 특정 사업을 수주하는 방식으로 재정적 기반을 마련하다 보니, 현장에서 이를 수행하는 구성원들이 직업 정체성의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중간지원조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합지원업무의 일몰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이사장은 중간지원조직들이 언론홍보부터 사업지원까지 전반적으로 맡는 건 지속가능성이 없으므로, 향후 기능별로 분화해 전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은 중간지원조직에 SIB(사회성과보상사업) 방식을 선제적으로 적용해볼 방법도 제시했다. SIB는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성과가 나면 공공으로부터 사업비와 추가 성과금을 받는 방식이다.

이 이사장은 정부가 개별 조직보다 생태계 전반에 대한 지원을 더 고민하고, 현장의 중간지원조직은 시민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여 혁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편집자주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후 14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후 9년. 사회적경제는 중요한 전환기를 맞이했습니다. <이로운넷>이 창사 13주년 기념 사회가치 컨퍼런스 '2030세이가담'에서 사회적경제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허물어야 할 '벽'을 공론화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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