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를 (돈을 버는) 경제 영역이 아닌, 활동가의 영역으로 인식하면 취업하기에 진입장벽을 느끼지 않을까요?”(이유리 점프 팀장)

사회적경제기업이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일자리’로 어필하려면 ‘활동가’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이 10일 창사 13주년을 맞이해 개최한 온라인 컨퍼런스 ‘2030 세이가담: 벽을 허물다(전환기 사회적경제가 나아갈 길)’에서는 청년들의 사회적경제기업 취창업을 유도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이야기가 오갔다.

이날 오전 10시 45분부터 방송된 기조세션에는 90년대생 사회적경제기업 직원과 대표가 출연했다. ‘90년대생 사회적경제 토크’라는 제목으로 ▲노순호 동구밭 대표(1991년생) ▲박유진 이로운넷 기자(1995년생) ▲이유리 점프 지역협력팀장(1993년생) ▲이윤형 더함 부동산개발사업실 팀장(1993년생)이 참석했다.

“정부 용역사냐”부터 “정치하러 가냐”까지... 사회적경제 인식 장벽 여전해

패널들은 우선 ‘90년대생 사회적경제 내부인’의 시각으로 보는 사회적경제 영역의 매력과 진입장벽을 공유했다.

이들은 사회적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거나 사회적경제기업에서 일하는 청년을 주변에서 찾기 어려운 일차적인 이유를 ‘인식의 부재’로 진단했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시작으로 약 30건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이해도는 낮다.

과거 제도권 부동산 개발 금융 업계에서 일했던 이윤형 더함 팀장은 “사회적경제 영역 자체를 모르거나 정치 집단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적기업으로 이직할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정치하러 가냐’, ‘먹고 사는 문제가 다 해결된 거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유리 팀장도 “여전히 봉사단체나 정부 용역사로 오해하는 시선도 존재한다”며 “사회적경제를 돈을 버는 경제 활동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게 진입장벽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급여도 못 주는데 마음은 다보스 포럼에? 기업이라면 기초 체력 길러야”

패널들은 사회적경제 영역에 유입한 청년으로서 느끼는 어려움을 동기 부여와 커리어 성장 측면에서 나눠 논의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직원이 일하는 동기를 ‘재무적인 것’과 ‘비재무적인 것’으로 나누고, 사회적경제기업은 전자에서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후자에서 차별성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유리 팀장은 “연차 사용의 자유 등 근로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지켜주고,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 사회적경제기업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윤형 팀장도 “일하면서 사회 문제를 ‘내가’ 풀어간다고 인식하고, 개인의 개성과 가치관을 반영할 수 있는 건 사회적경제기업이라서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기적인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서 생기는 고민도 나눴다. 박유진 기자는 ‘사회적경제’ 자체에 대한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유리 팀장은 ‘제너럴리스트’로서의 고민을 이야기했다. 이 팀장은 “직원 한 명이 개별 사업을 맡아 회계부터 홍보까지 전반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계속 이렇게 지내도 되는지 고민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극복 방법으로는 “다양한 일을 하는 제너럴리스트지만, 그중에서도 한가지 키워드를 정해 전문성을 살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T자형인간’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도권 경제와 다른 가치를 추구하며 사회적경제 영역에 진입했지만, 현실에서 한계를 느꼈던 경험도 공유했다. 박 기자는 “사회적경제는 초당적인 개념이라 생각했지만, 취재원들이 야당과의 연결고리가 너무 없어 문제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무작정 관계를 맺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 걸 이해했다”고 말했다.

노순호 대표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영리 활동을 해야 하는 기업의 본분을 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본인 월급은 고사하고 직원들 급여도 못 챙겨주는데 이미 마음은 이미 다보스 포럼에 가 있으면 안 된다”며 “기업으로서의 기초 체력을 기르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2030 세이가담 ‘90년대생 사회적경제 토크’ 세션에 출연한 이유리 점프 지역협력팀장, 이윤형 더함 부동산개발사업실 팀장, 박유진 이로운넷 기자,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2030 세이가담 ‘90년대생 사회적경제 토크’ 세션에 출연한 이유리 점프 지역협력팀장, 이윤형 더함 부동산개발사업실 팀장, 박유진 이로운넷 기자, 노순호 동구밭 대표.

“우리가 사회적경제기업을 그만두지 않는 이유”

이유리, 이윤형 팀장은 다양한 벽에 부딪히면서도 사회적경제기업에서 계속 일하는 이유로 “개인의 비전이 회사의 비전과 일치해서”라고 답했다.

박유진 기자는 ‘경험치’에서 나오는 자존감을 꼽았다. 그는 “정무적, 정책적 환경이 바뀌었을 때 사회적경제 영역에 미칠 영향에 대해 기사를 쓰며 ‘나만 작성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데서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생명력은 사회 문제 해결 의지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그는 “일반 영리 기업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이 그 자체로 목적이라면, 사회적경제기업에게 비즈니스 모델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이라며 “사회적경제기업이 생명력을 잃는 순간은 비즈니스가 잘 안될 때보다는 사회 문제에 대한 고민을 중단했을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편집자주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후 14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후 9년. 사회적경제는 중요한 전환기를 맞이했습니다. <이로운넷>이 창사 13주년 기념 사회가치 컨퍼런스 '2030세이가담'에서 사회적경제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허물어야 할 '벽'을 공론화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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