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분명 5명만 모이면 된다고 했는데 참 힘드네요.”

협동조합학습공동체 아카데미쿱을 운영하는 심우열 이사장의 토로다. 2012년 협동조합법기본법이 발효되면서 적은 자본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올해 3월 기준 전국적으로 1만 2986개, 서울에만 3203개 협동조합이 만들어졌지만, 설립부터 유지까지 져야 할 행정적 부담은 막중했다.

지난 20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2018 제1차 협동조합 이슈포럼 ‘협동조합, 참 힘들다!’에서는 협동조합 당사자들이 모여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발제를 맡은 심 이사장은 “2013년 협동조합을 처음 알게 되고 이듬해 11월 창립총회를 열어 정식 사업체가 되기까지 복잡하고 지난한 행정 절차를 거쳐야 했다”고 밝혔다.

심 이사장은 최근 부산 지역에 아카데미쿱이 창립됐는데, 서울에서 창업한 4년 전과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문제의식을 느꼈다. 그는 “눈을 돌려보니 많은 협동조합에서 우리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단순히 제도적 차원뿐만 아니라 행정 절차적 차원, 일선 공무원들의 절차 운영의 차원 등 다양한 층위에 문제가 걸쳐 있다”고 꼬집었다.

사전 정보 부족, 공무원들 지시 사항 달라 설립 때부터 혼선 빚어

 

20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2018 제1차 협동조합 이슈포럼 ‘협동조합, 참 힘들다!’가 열렸다.

협동조합학습공동체 아카데미쿱이 설립 및 운영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이 사례로 공유됐다. 심 이사장은 설립 신고 첫날 서류를 가지고 구청을 찾았을 때 당혹감을 느꼈다. 수십만 원 규모의 ‘등록면허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 자금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에서 세금은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더욱이 행정 관청의 공무원마다 지시 사항이나 전달 내용이 달라 업무처리에 혼선을 빚는 경우도 빈번했다. 예를 들어 구청의 설립 신고 업무 담당자가 조직 활동을 정한 규칙인 정관(定款)에 주사무소의 주소를 번지수까지 자세히 기재하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서울특별시’까지만 적어도 무방했다. 번지수까지 적은 경우 주사무소를 옮길 때마다 총회를 열어 정관 수정 여부를 의결하고, 의사록 공증을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마성균 기획재정부 협동조합과 과장은 “지자체냐 법원이냐 기관이냐 등 소속에 따라 협동조합에 대한 공무원들의 인식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실무교육을 통해 혼선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등록면허세를 포함해 필요한 세금을 사전에 고지하고, 지자체와 협의해 세부 주소는 적지 않도록 제도를 통일하는 등 설립할 때 애로사항을 완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출자금 20만원 늘었는데, 세금은 40만원? ‘변경 등기’ 부담

협동조합 설립 후에도 각종 변경 사항을 신고 및 등기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발생했다. 총회의 의결사항이나 주소지 이전, 임원 변경, 출자금 변경 시 신고해야 하는데 이때 세금을 함께 납부해야 한다.

아카데미쿱의 경우 지난해 주소지를 이전하면서 기존 소재지인 서울 광진구에 세금 4만 8240원, 새 소재지인 서대문구에 13만 5000원을 납부했다. 출자금도 20만원 늘었는데 출자금 증액 세금이 13만 5000원, 법인 밀집 지역의 경우 세금이 3배 늘어나 출자금 증액의 2배 규모인 40만 5000원을 세금으로 내야 했다.

이경호 사회적경제센터 더함 변호사는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빈번한 가입, 탈퇴에 따라 출자 총좌수 및 출자금 총액이 변경되는데, 변경 등기 때마다 매번 등록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 지방세 감면 조례를 통해 최저세율을 부과하는 경우가 있으니, 개별 지자체의 감면 조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 이사장은 협동조합기본법에 명시된 일부 ‘벌칙조항’ 역시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법에는 조항을 위반할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법인 운영이 서툰 협동조합에서는 실수 혹은 불가피하게 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대가가 가혹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52조 ‘결산보고서 승인’ 조항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정기총회 7일 전까지 결산보고서를 감사에게 제출해야 하는데, 7일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심 이사장은 “실제 결산보고서를 이틀 늦게 제출했다는 이유로 조합원이 대표를 형사고발 하는 사례가 있는 등 법이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이슈포럼 ‘협동조합, 참 힘들다!’에서는 설립, 운영에서 어려움과 해결책을 공유했다.

마 과장은 “행정 과정에서 생기는 단순 실수나 잘 몰라서 생기는 법 위반에 대해서는 부처 간 협력을 통해 과도한 측면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를 바꾸면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내년부터는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도가 돼서 ‘협동조합, 어렵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심 이사장은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창업해서 성공할 확률은 대략 1%입니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느냐 없느냐여서는 안 되는데, 신생 법인이 시장에 진출하기까지 넘어야 할 제도적?행정적 문턱이 이렇게 높아서 되겠나요? 시장에 진출한 이후에도 과도한 행정적 부담 때문에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받아서는 안 될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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