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이 아파서 두부를 사러 시장을 못 가요. 반찬 배달 아니었으면 굶어 죽었을지도 몰라.”

“너무 고마운 분이에요. 항상 말없이 필요한 물품들을 보내주시기도 하죠.”

통합해충방제솔루션 전문 사회적기업 가온아이피엠(대표 도귀영, 이하 가온)이 서울 송파구와 경기 하남시의 이웃 주민들과 귀중한 인연을 맺고 따뜻한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가온은 해충방제, 감염병 방역소독, 드론방역, 청소위생 등 사업을 진행한다.

지난달 9일, 박경호 어르신댁을 방문한 가온아이피엠 도귀영 대표와 문향숙 부장이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달 9일, 박경호 어르신댁을 방문한 가온아이피엠 도귀영 대표와 문향숙 부장이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경호 어르신과 인연의 시작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온은 2018년, 서울 송파구 의뢰로 22가구의 주거환경개선 사업에 참여했다. 자체 연구한 측정지표를 적용해 봤는데 당시 7가구가 고위험 가구에 속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중 3가구를 지속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박경호 어르신댁이 이에 속했다.

박경호 어르신은 “가온이 아니었으면 나는 작년 겨울에 죽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가온의 설명에 따르면, 싱크대 아래에서는 바퀴벌레·집게벌레 등이, 화장실에서는 나방·파리가 출몰했으며, 화장실 계단이 너무 높아 오가기도 쉽지 않은 주거환경이었다고 한다. 열악한 주거환경은 거주자의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가온은 방제 서비스를 통해 해충을 퇴치했고, 안전바를 설치하는 등 주거환경 개선에 적극 나섰다. 무릎통증이 심해 반찬을 사러 자유롭게 시장을 오갈 수 없었던 어르신을 위해 매주 반찬배달을 하기도 했다. <이로운넷>은 지난달 9일, 가온과 인연을 맺은 박경호 어르신댁과 소망의집을 함께 방문했다.

“냄비에 담아두셨다가 편하게 드시면 돼요.” “아이고. 이렇게까지 많이 줄 필요는 없어.”

문향숙 가온 부장은 “어르신이 ‘반찬 안 가져다 줬으면 굶어죽었을지도 몰라’라고 고마워하셨다”고 전했다. 함께 어르신을 방문했던 이날도 지난주 가져다 준 반찬을 빠짐없이 다 드셔 빈 그릇만 남아 있었다. 

지난 5월에는 어르신이 화장실에서 내려오다 넘어져 몸을 못가누는 사고도 있었다. 다행히 반찬을 가져다 드리려고 방문했던 문향숙 부장이 어르신의 비명소리를 듣고 119에 신고해 큰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박경호 어르신은 “넘어졌는데, 온 몸이 움직이지 않아 크게 당황해 도와달라고 소리를 6시간 가량 질렀다.”면서 “문 부장이 발견해줘 다행이었다”고 설명했다. 

“독거노인 관 차원 적극적 관리 방안 모색해야”

박경호 어르신은 베트남전 참전용사로 국가유공자다. 그가 자신의 과거 군복무 시절 사진을 꺼내보이고 있다.
박경호 어르신은 베트남전 참전용사로 국가유공자다. 그가 자신의 과거 군복무 시절 사진을 꺼내보이고 있다.

가온은 어르신이 사고를 겪은 후, 불폄함을 덜어드리고자 무릎보호대, 허리보호대, 찜질기, 약 등을 지원했다. 어르신댁에 음식을 들고 방문하는 횟수도 늘렸다. 하루는 수박을 한 통 들고 갔는데, 어르신께서 “이 집에 수박이 들어온 건 처음이야”라면서 기뻐하더니 그날 한 통을 다 드셨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문 부장은 “저와 대표님이 어르신댁 방문을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면서 “어르신께서 항상 웃는 얼굴로 맞아주셔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어르신 방 한켠에 놓인 화이트보드에는 도귀영 대표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어르신은 “자주 찾아와서 챙겨주는 사람이라 이름을 잊지 않으려고 써놨다”면서 “가온아이피엠이 다녀간 이후 주민센터 등에서 방문하는 등 도움의 손길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어르신께 체계적인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가온이 구청 및 주민센터에 민원을 넣었던 것이다. 도귀영 대표는 “돌봄서비스 인프라가 독거노인에게까지 닿았으면 좋겠다. 구청 등에 그런 서비스를 찾아달라고 요청해놓은 상태”라며 “우리가 돕는 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독거노인 등 소외된 이들을 돕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8년 소망의집과 인연... 음식 대접·물품 기부 봉사진행
이어 가온의 도 대표와 문 부장은 소망의 집을 찾았다. 소망의집은 하남시 항동에 위치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로, 박현숙 원장이 30여 년째 운영하고 있다. 

가온은 2018년 한국체육산업개발과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인 ‘고쳐드림’ 봉사단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함께 진행하다 박현숙 소망의집 원장과 인연을 맺었다. 

소망의집을 찾은 도귀영 가온아이피엠 대표와 문향숙 부장이 소망의집 선생님들과 함께 떡을 대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소망의집을 찾은 도귀영 가온아이피엠 대표와 문향숙 부장이 소망의집 선생님들과 함께 떡을 대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가온은 2019년과 2020년 연초에 소망의집에서 나눔시무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나눔시무식이란 첫 출근일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 잔치를 열어주는 가온 자체 행사다. 송파 가락시장에서 갈치 등 식재료를 사서 푸짐한 식사를 차려 대접했는데, 연초부터 행복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도 대표는 “본래 송파에 있던 소망의집이 하남으로 옮겨가면서 봉사 등 기존에 도움을 주던 손길들이 많이 끊겼다더라”면서 “가온이라도 도움을 줘야겠다 싶어 계속 인연을 이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소망의집에 무상으로 소독 봉사를 하고 있기도 하다. 방역소독 전문기업임을 활용해 전문적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가온아이피엠은 이날 소망의집 이용자들에게 사온 떡을 대접했다. 박 원장은 “매번 가온이 방문해 아이들에게 푸짐한 음식들을 대접하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면서 “이분들의 진심어린 마음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망의집에는 주로 부모가 없거나 학대받아 법적으로 분리된 중증장애인 22명이 기거한다. 박 원장은 “어린 시절 상처로 울기만 하던 아이를 도 대표가 사랑으로 보듬어줬다”면서 “덕분에 이제는 아이의 웃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 대표는 직접 방문하지 않을 때도 옷, 이불, 생선회, 아이스크림 등 각종 물품을 소망의집으로 배달시킨다. 지인들에게도 물품 기부를 권장하고 있다. 박 원장은 “갑자기 택배가 와서 확인해보면 가온에서 보낸 것”이라며 “소망의집 생활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각지대 취약계층에 도움줄 수 있는 방법 고민할 것”

박현숙 소망의집 원장과 도귀영 가온아이피엠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현숙 소망의집 원장과 도귀영 가온아이피엠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 원장은 양말 및 화초 판매도 한다. 본래 도매장사를 했던 그는 판매수익을 소망의집 생활에 보태고 있다. 도 대표와 문 부장은 이날도 화초를 한 무더기 사갔다. 박 원장은 “지금까지의 고생을 가온을 만나 보상받은 기분”이라며 “이런 미담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도 대표는 “소망의집의 어머니로서 중증장애인들을 보살피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면서 “아이들은 항상 웃는 낯인데다 공간도 쾌적하게 항상 유지하는 모습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도 대표는 앞으로도 사각지대 취약계층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역을 찾아볼 계획이다. 그는 “이들과 교류하고 도울 수 있다면 돕는 건 당연하다”면서 “방역소독이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방문했다가도 어려운 환경을 외면할 수 없어 계속 이런 활동을 이어오게 됐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취약계층을 돕는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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