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역삼동 디캠프에서 SOPOONG ‘2018 소셜벤처 데모데이’가 열렸다.

‘재난 상황 속 나를 지켜줄 체계적 훈련 키트가 있다면?’
‘마감 직전 식당의 남은 음식을 저렴하게 판다면?’
‘음성을 실시간으로 문자로 바꿔 청각장애인의 삶이 개선된다면?’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원석 상태의 투박한 아이디어는 섬세하게 가공해줄 인큐베이터를 만나 보석 같은 비즈니스로 거듭난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에 투자하고, 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액셀러레이팅 전문 투자사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 이하 소풍)’의 이야기다.

소풍은 올 하반기 프로그램을 함께할 소셜벤처 모집을 이달 20일부터 시작한다. 기존에는 전체 기업을 먼저 선정해 3개월간 육성했다면, 이번 6기부터는 사전 액셀러레이팅 15팀과 본 액셀러레이팅 6팀을 각각 모집해 2개월에 걸쳐 창업가의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선발팀 모두에게 즉시 3000만원 투자 △매주 팀의 현황과 가설을 점검하는 주 1회 밀착 멘토링 △액설러레이팅 통한 전방위적 지원 △후속 투자 유치 위한 벤처캐피탈 및 동료 네크워크 연결 △비즈니스에 필요한 템플릿 및 가이드 지원 △담당 매니저 배치 통한 상황 맞춤 솔루션 지원 △투자자, 기관 등 업계 관계자에게 비즈니스를 소개하는 데모데이 개최 등을 지원한다.

에스오피오오엔지는 ‘젠더 관점’을 적용한 투자 프로세스를 올 하반기부터 전면 도입한다.
눈여겨 볼 점은 올 하반기부터 ‘젠더 관점’을 적용한 투자 프로세스를 전면 도입해 적용하다는 것이다. ‘여성인데 기술을 잘 다룰 수 있을까’ ‘결혼을 앞두고 창업이 가능한가’ ‘남성 CEO가 카리스마가 부족하지 않나’ 등 그동안 투자 과정에서 벌어진 관행적 성차별을 줄여나간다는 포부다.

유보미 소풍 심사역은 “투자 기준에 젠더 관점을 추가하거나 젠더 관점 관찰자가 면접에 참여하는 등 투자 전반에서 성평등을 실현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유 심사역은 “특히 소셜벤처 분야에 여성이 적은 편인데, 더 많은 여성 창업가들이 용기 있게 도전하고 여성 구성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10년간 36개 기업 투자, 5275억 가치 도출한 ‘전문 액설러레이터’

이날 '소셜벤처 데모데이'에는 투자자, 기관, 업계 관계자 등 200여 명이 모였다.
소풍은 소셜벤처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지난 2008년부터 10년간 36곳에 투자해 총 기업가치 5275억 원을 도출했다. ‘쏘카’ ‘텀블벅’ ‘스페이스 클라우드’ 등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기업들이 소풍의 손을 거쳤다. 2016년부터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연 2회 운영해 소셜벤처의 성장을 직접적으로 돕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역삼동 디캠프에서 열린 ‘2018 소셜벤처 데모데이’에서는 올 상반기 소풍에서 투자한 소셜벤처 5기 6팀이 사업 내용 및 성과를 공유했다. 이들의 비즈니스를 궁금해하는 투자자와 차기 소풍의 지원을 노리는 스타트업 관계자 등 2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데모데이를 통해 △재난 상황에서 대응팀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뉴베이스’ △콩팥병 환자들이 건강상태에 맞는 맞춤형 식단을 제공하는 잇마플의 ‘맛있저염’ △당일 마감 상품을 할인가에 소비자에게 연결해 음식쓰레기를 줄이는 미로의 ‘라스트 오더’의 사례가 소개됐다.

△인공지능 기반으로 음성언어를 실시간으로 문자화하는 통역 프로그램 ‘소보로’ △고효율 오존 용해 정수 시스템을 통해 오폐수를 처리하는 ‘LS테크놀로지’ △경제적 여유가 없는 학생들의 교육을 돕는 후불제 학습 중개 서비스 ‘학생독립만세’의 사업 소개 또한 이어졌다.

‘뉴베이스’의 박선영 대표가 우리 사회에서 자주 일어는 재난, 사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되면 조직 미션도 사라져, 끝은 시민들과 함께 고민해야”

소풍의 4기 프로그램을 거친 알럼나이(졸업) 기업 ‘올봄’도 성과를 발표됐다. 이들은 노인 장기 요양 서비스의 전문성 결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맞춤형 방문 간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선정 이후 서비스를 수정?보완하고 후속 투자 유치 및 건국대병원과 MOU를 체결한 결과, 지난달 매출이 4300만원을 돌파하는 등 성과를 이뤄냈다.

박승호 올봄 대표는 “올해로 7년째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성과를 내기까지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고 중간에 많은 변화를 겪기도 했다. ‘팀 구성, 자금 유치, 스트레스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사업 운영에 핵심적 요소다”라고 후배 기업가들에게 조언했다. 이어 “다양한 액설러레이팅 프로그램 가운데 투자 금액이나 명성도 중요하지만, 나를 변화시키는 액설러레이터를 만나는 것이 먼저다”고 강조했다.

한상엽 소풍 대표 파트너는 “사회문제는 워낙 복잡하고 다양해서 어느 한 개인이나 기관의 힘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며 여러 개인과 기관, 조직 등이 에너지를 모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셜벤처의 최종 목표는 ‘회사가 문을 닫고 없어지는 것’이다. 사회문제가 해결되면 곧 조직의 미션이 사라지고 존재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소풍은 소셜벤처의 시작을 함께하지만, 어떻게 끝낼지는 시민들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셜벤처 데모데이'에 참여한 팀들이 행사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글.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사진제공.?SOP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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