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우리 삶에서 아주 중요한 기관 중 하나다. 몸이 아플 때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방문이 쉽지 않은 장소이기도 하다. 병원 특유의 분위기를 어색해하는 경우도 있고, 의료인과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동네병원’에 대한 선호는 이러한 이유로 생겨난다. 자주 방문하며 의료인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다 보면 자연스레 신뢰도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만약 지역사회에서 이웃 주민과 함께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의료기관이 있다면 ‘살맛나는’ 의료생활이 가능하지 않을까?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안성의료사협)은 1994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의료분야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안성농민의원, 새봄치과의원 등 총 6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역주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합원들은 인사위원회, 경영위원회, 이용위원회, 건강마을위원회, 교육홍보위원회 등 5개 위원회에 참여하며 각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박중기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박중기 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박중기 안성의료사협 이사장은 “조합원은 5개 위원회에서 각자 활동을 하며, 위원회는 조합원 의결을 통해 의사결정을 한다”면서 “민주적인 의사결정 절차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조합원의 주인의식을 고취하고, 책임감 있는 활동을 가능케 한다”고 말했다. 

<이로운넷>은 지난달 28일, 박중기 이사장을 안성의료사협 사무실에서 만났다. 당일 저녁, 총회를 앞둔 그는 “민주적 소통을 굉장히 중시하는 분위기라 회의가 항상 오랜 시간 이어지곤 한다”면서 “모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시간이 너무 길어지니 이사장 입장에서 고민이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마을청년·대학생 의료봉사에서 태동... “서로 건강지키는 공동체 운동”
공동소유 및 민주적 운영은 설립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안성의료사협은 1987년 연세대학교 기독학생회 의료인들이 마을 청년과 함께한 주말진료소 의료봉사로부터 태동했다. 지역주민이 모여 서로 돌보고,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온 셈이다.

박 이사장은 “조합원들이 협동해 서로의 건강을 지키고, 향상시키는 지역사회 공동체 운동”이라며 “안성의료사협은 설립 이래로 민주적 절차에 의한 의사결정, 투명경영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조합원 친화·지역사회 밀착 의료활동 강점으로 꼽혀

안성의료사협은 거동불편자를 위해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출처=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안성의료사협은 거동불편자를 위해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출처=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그는 기존 의료기관 대비 안성의료사협의 차별점으로 ‘의사와 환자간 끈끈한 친밀감’을 꼽았다. 의사 등 직원도 이사회나 소모임에 참여하곤 하는데, 조합원과 직원이 친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평소에도 자주 만나 소통하다 보니 의사와 환자 관계 이전에 이웃주민 사이가 되는 것”이라며 “내부 의사결정구조 역시 권위의식이 설 자리 없는 민주적 구조이기 때문에 친밀감을 형성하기 좋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밀착 의료활동도 진행한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방문진료를 하고 있다. 환자의 상황을 고려한 의료서비스인 셈이다. 또한 조합원들이 약 60개의 소모임을 가지며 일상 건강관리를 위해 힘쓰고 있다. 예를 들어, 해바라기 모임은 일주일에 한 번씩 치매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조합원이 모여 식사와 운동을 하며 삶의 질 향상을 돕고 있다. 현미채식을 함께하는 등 건강을 지켜나가는 노력을 하는 소모임인 ‘건강실천단’도 있다. 

안성의료사협은 총 6700세대의 조합원을 두고 있다. 한 가구당 구성원이 3명이라고 가정하면 안성시 전체인구의 10%가 조합원인 셈이다.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널리 떨치고 있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주민들에게 '신뢰'를 줬기에 가능한 성과라고 본다. 그는 “27년간 사회적가치 실현을 위해 조합원들과 함께 충실히 노력해오는 모습을 보며 안성시민들이 신뢰를 보내주신 것”이라며 “안성의료사협 병원에 가면 의료기기도 가장 좋은 것을 쓴다는 믿음이 이러한 성과를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사회적가치 창출하며 적정진료 실현

안성의료사협은 지난 2일,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경영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문화를 확산 정착하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출처=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안성의료사협은 지난 2일,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경영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문화를 확산 정착하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출처=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일부 환자는 병원의 과잉진료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곤 한다. 수익을 더 내기위해 정상적인 수준 이상의 치료를 강권하진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안성의료사협은 조합원의 신뢰를 바탕으로 적정진료를 위한 고민도 이어가고 있다. 

먼저 투명경영을 위해 이사 중 3명을 감사로 선임해 운영 전반 및 회계 감사를 주기적으로 진행하며 자재검수도 철저하게 한다. 심지어 계약서 등을 작성할 때도 감사는 꼭 입회하도록 한다. 박 이사장은 “의료장비 역시 수명이 지나면 바로 바꾸는 등 적정진료 및 좋은 의료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조합원들이 고가의 의료장비를 구입하라고 자율적으로 기부도 하는 등 선순환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가치 창출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발간하고 있는 ‘사회적 회계보고서’에도 적정진료 항목이 포함돼있다. 예를 들어, 항생제 처방률, 주사제 처방률 등을 관리하고, 전체 환자 의료비 중 보험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통합돌봄 사업 추진으로 지역맞춤형 의료·돌봄체계 구축”

안성의료사협은 지난해 10월 28일, 신사옥 신축공사 착공식을 가졌다. 신사옥에는 의원, 약국, 주간보호센터, 조합원 활동공간 등이 모두 입주할 수 있게 된다./출처=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안성의료사협은 지난해 10월 28일, 신사옥 신축공사 착공식을 가졌다. 신사옥에는 의원, 약국, 주간보호센터, 조합원 활동공간 등이 모두 입주할 수 있게 된다./출처=안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안성의료사협은 오는 9월 신사옥으로 이전을 앞두고 있다. 신사옥에 입주해 훨씬 넓은 공간이 확보되면 지역통합돌봄 사업을 위한 준비를 해나갈 계획이다. 박 이사장은 “안성은 도농복합도시인데다 노인인구가 많은 지역”이라며 “지역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통합돌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조합원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시고 싶다는 계획도 전했다. 안성의료사협 창립멤버이기도 한 그는 “안성의료사협이 더 성장해 여력이 생기면 장례사업까지 하고 싶다”면서 “한 번 조합원이 영원한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아동 진료부터 죽음까지 모두 책임지는 안성의료사협을 꿈꾼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