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항역

강원도 영월의 석항역은 1923년 상동광업소가 문을 연 것을 계기로 1957년부터 여객을 취급했다. 탄광산업 활황으로 1980년대 연간 유동 인구는 29만명을 넘을 정도였다. 하지만 1989년 석탄합리화정책으로 탄광들이 문을 닫았고, 주민들이 떠나면서 2009년 여객 취급이 중지됐다. 낙후된 폐광지역의 주민경제 자립을 위해 영월군은 2013년 12월 16억 7300만 원을 들여 2463㎡ 규모로 숙박시설과 카페를 조성, 2014년부터 3년간 마을 주민들이 설립한 마을회사법인에 1기 운영을 위탁하여 소기의 성과를 보았다.

영월군은 후속 운영에서 지속가능한 수익창출 모델을 강화하고 시설 운영 성과를 마을로 확장시키기 위해 올해 초 ‘석항 간이역 체험시설 운영?관리 및 인큐베이팅 민간 위탁 공모’를 했다. 오요리아시아 컨소시엄(두꺼비하우징 & 쏘드, 이하 오요리)이 영월과 인연을 맺게 된 순간이다.
 

오요리아시아

오요리아시아는 외식업을 기반으로 아시아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도와온 사회적기업으로 유명하다. 이번엔 영월 폐광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나선 것이다. 오요리는 심혈을 기울여 여행상품을 개발하고 홍보, 모객을 벌이고 있다.

오요리는 지난 3년간 주민들이 위탁 운영해 온 ‘석항 트레인스테이’의 바톤을 넘겨받아 시설을 재개장했다. 기본 목표는 2기 위탁운영이 종료되는 시점에 차기 수탁자가 될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돕고, 지속가능한 수익창출 모델을 만들어 경제 자립을 실현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석항 트레인스테이 운영 뿐 아니라 체계적인 주민 역량강화 교육과 종합적인 운영 매뉴얼을 준비하고 있다. 현지 가이드는 영월 로컬여행사인 ‘아리랑투어’가 맡았다. 지역 주체들을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게 하는 것 또한 오요리가 그리는 큰 그림이다.

오는 8월 재개장 예정인 석항 트레인스테이에 대한 홍보 프로모션이자 오요리가 영월을 거점으로 펼치게 될 지역 활성화 사업의 시범 모델을 따라 영월을 먼저 방문했다.
 

8월 재개장 예정인 석항 트레인스테이

잘 먹어야 즐거운 법...영월, 어디부터 출발할까

생선구이가 기가 막힌 돌솥밥집 ‘만선식당’

오요리가 엄선한 맛집들은 대부분 이미 전국구로 유명한 곳이거나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곳들이다. 음식도 분위기도 소박하고 정갈한 ’장릉보리밥집’, 생선구이가 기가 막힌 돌솥밥집 ‘만선식당’, 시원한 다슬기 해장국이 일품인 ‘성호식당’ 등 끼니때마다 대단히 만족스러운 식사가 제공되니 기대해도 좋다.

또한, 자유 일정 중에도 메밀전병, 닭강정 등 현지의 특색 있는 먹을거리들을 즐길 수 있도록 안내를 해준 덕분에 여행자들 모두 하루 종일 배 꺼질 틈이 없었다는 후문이…. 모두의 마음을 담아 ‘맛있게 잘~ 먹었다!’라고 한 줄 평을 해본다.

장릉에서 라디오스타 박물관까지

강원도의 비경과 어린 왕 단종의 애달픈 역사, 현재를 살아가는 지역주민들의 생활문화가 어우러진 영월의 구석구석을 비교적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제일 먼저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장릉’은 조선 6대 왕인 단종이 잠든 곳으로, 불운했던 어린 왕을 기리며 천천히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장릉으로 향하는 소나무 숲길의 향취와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주변 풍광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신선암

‘신선암’이라고도 불리는 ‘선돌’은 높이 약 70m의 기암으로, 서강의 푸른 물과 어우러져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데, 선돌을 바라보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역사와 자연에서 마음을 식혔다면 다음은 영월의 중심, 사람 사는 냄새 물씬 풍기는 서부시장 차례다. 서부시장은 영월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 메밀전병과 메일부치기, 순대국밥, 일미닭강정이 유명하다. 특히, 강원도 별미인 올챙이국수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세상 행복하다.

서부시장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에 영화 ‘라디오스타’에 등장했던 ‘청록다방’이 있다. 세련된 카페에서 먹는 아메리카노가 아닌, 8, 90년대 분위기 물씬 풍기는 읍내 다방에 앉아 걸쭉하게 들이키는 쌍화차 한 잔!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커피를 주문하면 기대했던(?) 다방커피가 나오지 않고 원두커피가 나온다. 또한, 청록다방 최고의 음료는 시원한 미숫가루라는 점, 잊지 말자!
 

영화 <라디오스타>의 추억이 담긴 '청록다방' 내부

강물에 둘러싸여 나룻배를 이용해야만 출입이 가능한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옛 방송국 건물을 활용해 2015년 개관한 ‘라디오스타 박물관’, 동강을 끼고 언덕 위에 조성된 시민들의 휴식공간 ‘금강공원’ 등 다양한 볼거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단 반나절 만에 위에 소개한 장소들을 모두 둘러보고도 여유롭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서로 위치하고 있다는, 그야말로 ‘가성비’ ‘가심비’ 모두 충족된다.
 

'금강공원'의 숲길은 지친 도시인들이 힐링하기에 좋다.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 별마로 천문대

진짜 놀람과 감탄사는 따로 있다. 영월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곳으로 추천하고 싶을 만큼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별마로 천문대’. 국내 최고 수준의 천문대로 손꼽는다는 이곳은 시민천문대 최상의 관측 조건인 해발 799.8m에 자리하고 있으며, 지름 800mm 주망원경과 여러대의 보조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어, 날씨가 맑은 날이면 어김없이 달이나 행성, 별을 관측할 수 있다.

천문대가 위치한 봉래산 정상에는 활공장이 있어 영월 읍내와 사방으로 펼쳐진 산과 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금 이른 저녁에 오르면 해지는 모습과 야경을 모두 만끽할 수 있으며, 해가 완전히 지고 어둠이 깔린 후에는 천체 관측까지, 1석 3조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영월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 '별마로 천문대' 입구

투어 일정 중 최고의 순간을 꼽아 보라고 한다면 모두들 봉래산 활공장에서 바라본 그림 같은 전망과 천체 관측실의 슬라이딩 돔이 열리는 순간을 꼽지 않을까? 참고로, 천체 관측을 하려면 예약은 필수며, 천문대까지 가는 길이 꽤 험난하다. 물론, ‘석항 트레인스테이’와 함께라면 편한 관람을 떼놓은 당상이다.

 

석항역엔 아직 기차가 서 있다

여행지에서 모든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향하는 마음은 늘 걱정 반, 기대 반이 되곤 한다. 즐거운 하루의 마무리를 편안하고 쾌적하게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여행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천문대만큼이나 큰 기대를 모은 것이 기차에서의 1박이 아닌가! 기대는 되나 상상은 잘 되지 않는 그런 상황이다. 그러나 석항역에 도착해 보니 거짓말처럼 그곳에 기차가 서 있었다. 막 출발할 것처럼! 너도나도 조그만 탄성을 쏟아낸다. “진짜 기차잖아. 너무 좋은 거 아니야?” “대박 운치 있어!”
 

간이역 매점도 있어 간단한 음식은 사먹을 수도 있다.

2009년부터 여객 취급이 중지되어 기차도 서지 않고 인적도 드문 석항역. 가끔씩 지나는 화물열차 소리만이 과거 활기 넘치던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그 옆에 고즈넉히 자리 잡은 석항 트레인스테이는 폐열차를 이용해 만든 숙박시설로, 열차 외관은 그대로인 채 객차 내부만 온돌형 객실과 도미토리형 침대 객실로 리모델링했다.
 

객차 내부는 온돌형 객실과 도미토리형 침대 객실 2가지 유형이 있다. 냉장고, 이불장, 벽걸이TV, 화장실 등 숙박을 위한 기본시설은 모두 갖춰져 있어 편리하다.

객실에는 냉?난방 조절장치와 욕실(화장실), 냉장고, 이불장, 벽걸이TV가 갖춰져 있다. 8월 재개장시에는 사회적기업이 생산한 칫솔 등의 어메니티가 담긴 에코백을 구매할 수 있다. 한실 객실은 총 9실로 객실당 4~7명까지 이용 가능하며, 도미토리형 침대 객실 2실은 각각 12명까지 이용 가능하다. 총 수용 인원은 70~80명이다.  2층 라운지와 테라스는 카페와 책방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이렇게나 멋지게 변신한 기차의 모습에 감탄하다 보면 스르륵 잠이 온다. 멀리서 아스라히 기차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글/사진. 장영은 이로운넷 객원기자

편집 신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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