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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회의 프로그램 'Zoom'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화상회의 프로그램 'Zoom'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5월 31일,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가 서울시민과 (예비)협동조합을 대상으로 ‘2021년 찾아가는 협동조합 입문교육’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이번 교육에는 농촌 직거래와 반찬 배달 사업으로 건강한 식생활을 도모하는 우리 밥상 공동체 ‘짓다’ 팀이 참가했다. 강사로 초청된 유호근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 사무국장은 10여 년 동안 카페, 공방, 단체급식소 등 7개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유호근 사무국장은 강의에 앞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취미활동이지만 돈을 버는 것은 다르다”며 동일한 활동이라도 일에 대한 관점은 다를 수 있음을 강조했다. 협동조합 설립이란 함께 꿈을 그리는 것이고 기업에게 꿈은 일종의 임무라는 것이다. 개개인의 다양성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기업에선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가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 협동조합 설립 이전에 설립 목적과 운영 방식을 정립하고 조합원들 간의 역할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사무국장의 발표를 정리해서 전달한다.

사회적경제: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 바꾸기

한국은 IMF 경제위기 극복 후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강대국이 됐다. 하지만 자살률 1위 국가라는 꼬리표가 달리고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늘었다. 유호근 사무국장은 “행복을 위해선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풍요의 균형이 필요하고, 핵심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답은 사회적경제에 있다. 더 이상 혼자 살겠다고 앞서나가면 안 된다. 사회적경제를 기반으로 이웃과 나누면서 공동으로 결과물을 창출해야 한다. 당장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협동조합의 활동은 누군가에겐 일자리, 건강한 먹거리, 공동체라는 보금자리가 된다.

"마음을 먼저 모으고 힘은 그 다음"

유호근 사무국장은 “마음을 먼저 모아야 하고 힘은 나중에 모으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는 협동을 할 때 마음이 아닌 힘만 모으려 한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2만여 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하지만 절반이 문을 닫았고 나머지 중에서도 25%는 사실상 폐업상태로 유지된다. 바로 조합원들 간 갈등 때문이다.

그는 협동조합 등기 전 충분한 토론을 통해 협동조합 설립 이유와 목적을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라고 당부했다. 그 하나의 문장으로 통일된 의사결정이 가능해지고 마음을 모으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신뢰가 높은 집단은 의사결정을 수월하게 할 수 있으며 갈등관리가 잘 되면 성과관리도 잘 된다.

사회적경제를 움직이는 힘, 사회적 자본

경제가 곧 자본이라면 사회적경제를 움직이는 힘은 사회적 자본이다. 사회적 자본의 실체는 관계와 신뢰다. 신뢰가 있으면 성과관리에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투입할 수 있다. 의심과 경계에 에너지가 소비되는 것을 막아 기회비용도 줄어든다. 사회적경제 활동을 하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사회적 자본의 실체를 이해하고 축적해야 한다. 유호근 사무국장은 단순히 머리를 자르는 곳이 아니라 이웃 주민들끼리 담소를 나누고 간식을 먹으러 가는 곳으로 인식되는 동네 미용실을 예로 들었다. 누구나 한두 번은 가격이 비싸거나 거리가 멀어도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소비를 한다. 이렇듯 관계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소비 영역에서 강점을 키우는 것이 사회적경제의 핵심이다. 미래의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현재 조직 내부적으로 사회적 자본이 얼마나 있는지 토론할 것이 권장된다.

찾아가는 협동조합 입문교육 자료./출처=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
찾아가는 협동조합 입문교육 자료./출처=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로 보는 협동조합 성공 사례

협동조합으로 성공을 거둔 첫 번째 사례는 고급 슈퍼카 브랜드로 유명한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다. 두 외제차 모두 이탈리아 볼로냐의 협동조합에서 제작한다. 일반적인 기업들은 신기술을 발명한 뒤 특허를 등록하거나 로열티를 받고 공유한다. 그러나 볼로냐 상인들은 같은 지역 상인들을 불러 모아 기술을 공개한다. 이런 방식으로 더 나은 기술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면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경쟁이 익숙한 한국 사회는 쓰고 남아 필요 없는 것을 나눈다. 반면 볼로냐의 나눔은 가장 좋은 것을 나누는 것이며 그로부터 부가가치를 극대화한다. 

두 번째 사례는 키위로 명성을 드높인 뉴질랜드의 제스프리다. 뉴질랜드는 국가의 주도로 하나의 키위 협동조합을 설립해 정부의 투자가 쉬워졌다. 전국 키위 농가에서는 서로 신농법을 개발하고 공개했다. 이어 정부 지원까지 더해지자 성장이 가속화됐다. 유 사무국장은 위 사례 속 협동조합들이 대단한 혁신과 기술이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연대와 협동으로 성공했음을 강조했다.

실전으로 가는 길

협동조합을 쉽게 정의하면 ‘협동하는 기업’이다. 즉 같은 뜻을 가진 이들과 좋은 팀을 만드는 것이다. 고객에게 좋은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선 조직을 유지하고 흑자를 내야 한다.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익에 대한 충분한 합의와 논의가 필요하다.

유 국장은 “돈을 벌어서 좋은 일에 기부하는 것은 사회공헌에 그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즈니스 하는 것이 사회적경제”라고 했다. 사회적경제를 하려면 먼저 해결하려는 사회문제를 정의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가치가 정해지면 비즈니스가 구체화된다. 누가 고객이 될 것인지, 고객의 어떤 문제를 다룰지 정한 뒤 그것을 해결해나가야 한다. 한편 협동조합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정부와는 지원 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가 돼야 한다.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정부가 찾아오게 해야 협동조합이 오래간다.

“비전은 엔진이고 미션은 나침반”

유 사무국장은 “사회적경제는 자갈과 모래의 무대고, 여기에 협동조합의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국가, 대기업 등 큰 돌멩이가 채우지 못하는 빈 공간을 협동조합이 채울 수 있다. 그것이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길이고 조직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성공으로 가는 길을 잃어도 미션이라는 나침반을 보며 방향을 잡아야 한다. 눈에 보이는 성과와 단기적 목표인 비전에서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 짓다 팀은 “각기 다른 고민이 있어 논의가 필요한데 각자 바빠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무엇을 먼저 고려하고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궁금했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 사무국장은 “매도 먼저 맞고 시작하는 게 낫다”며 “지금 시점에 논의를 먼저 진행하고 3년 정도의 방향성을 수립한 뒤 그 프로세스 안에서 노력하시라”고 답변했다. 특히 지원 사업 없이도 유지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끝으로 교육이 마무리됐다.

2021년 찾아가는 협동조합 입문교육은 11월까지로 예정돼있으며 연중 예산 소진 시까지 진행된다. 접수신청은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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