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혁신파크 미래청에서 살림의원 건강혁신점 설명회가 열려 '주치의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내 건강을 상시로 점검하고 아플 때 정성껏 치료해주는 ‘주치의’가 있다면 어떨까. 한국 사회에서 아직 낯선 ‘주치의 프로그램’을 전면으로 내세운 살림의원 건강혁신점이 내달 2일 서울 녹번동 서울혁신파크에 문을 연다.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살림사협)의 조합원이 돼 월 1만원만 내면, 주치의와 정기적으로 만나 건강에 관한 불안과 염려를 내려놓을 수 있다.

살림사협은 지난 2012년 9월 살림의원을 개원해 현재 서울 구산동에서 지역 주민과 조합원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개원 당시 조합원 348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2400명이 넘을 만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구산점의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살림사협은 주치의 한 명이 돌보는 환자를 제한해 의료의 질적 수준을 더 높이기 위해 건강혁신점을 열기로 했다.

 

환자와 의사, 친근한 관계 맺을 수 있는 ‘주치의 프로그램’ 운영

건강혁신점 의료진은 개원에 앞서 서울혁신파크 미래청에서 시민들의 혈압, 혈당 등 기초 건강체크를 해준다.

개원에 앞선 지난 12일 서울혁신파크 미래청에서 건강혁신점 설명회가 열렸다. 새로 시도하는 ‘주치의 프로그램’은 개인 또는 가족이 동네 의원의 단골 의사를 주치의로 정해 등록한 뒤, 매년 일정액을 내면 진료 및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보험자 또는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다. 현재 영국, 캐나다, 쿠바 등 일부 국가에서 채택해 운영 중이나, 한국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건강혁신점은 환자와 의사와 친근한 관계를 맺고 충분한 시간 대화를 나누며, 동네 의원에서 조기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한 질병을 해결할 수 있는 ‘주치의 프로그램’으로 운영해 차별화를 꾀한다.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해 소아청소년과, 내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정형외과 등 과목의 질병을 1차적으로 살피고, 간단한 혈액?초음파 검사나 예방접종 등도 시행한다.

1차 병원만 잘 활용해도 80% 이상의 질병을 예방 및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살림사협의 생각이다. 더 큰 진료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 2~3차 병원으로 연계해 병이 커지기 전에 막고, 사소한 질병일 때 처음부터 큰 병원에 가서 생기는 손실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다.

은평구를 기반으로 한 살림의원은 서울혁신파크에 건강혁신점을 열어 지역주민과 더 가까이 소통한다.

서울혁신파크에 새로운 지점을 낸 배경에는 살림사협이 은평구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공동체라는 점이 작용했다. 구산동에 이어 불광동에 의원을 열면, 보다 많은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구에서 중요한 시설로 통하는 혁신파크는 30~40대 청년들이 활동하는 조직이 모여 있고, 50~60대 중년들이 참여하는 50+재단 캠퍼스 등이 위치해 건강혁신점을 내기에 가장 적합했다.

유여원 살림사협 상무는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이 모여 있는 혁신파크는 새로운 제도를 받아들일 때 유연한 측면이 커서 이용자들이 ‘주치의 프로그램’에 적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고 말했다. 유 상무는 “특히 30~40대가 젊을 때부터 주치의를 만나 건강 관리를 하면, 평생 쓰는 의료비를 줄이고 국가 전체의 부담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강 기록, 건강 체크업, 예약 서비스 통해 정기적?지속적 진료

김신애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의사와 환자가 친밀한 관계를 쌓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7월부터 건강혁신점에서 시행하는 서비스는 크게 6가지다. ▲환자의 과거 질환 및 약물 복용 내역, 가족력 등 주요 건강이슈를 정리해 차트로 발급하는 ‘나의 건강 역사 기록 서비스’ ▲매월 1회 정기적으로 생활습관, 운동, 스트레스 관리, 예방접종 등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월별 개인맞춤형 건강 체크업 서비스’ ▲예약을 통해 대기시간을 줄이고 주치의와 30분가량 충분한 상담 시간을 보장하는 ‘예약 진료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당장 병원에 갈 수 없을 경우 전화나 문자를 통해 주치의와 상담할 수 있는 ‘전화?문자 상담 서비스’ ▲햇빛 쏘기, 수다 떨기 등 약을 먹지 않아도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건강 관리법을 제안하는 ‘생활처방전 제공’ ▲주치의와 함께 운동처방사, 물리치료사가 환자 개인에 적합한 운동의 종류와 강도, 횟수를 조언하는 ‘운동 처방 연계’ 등도 있다.

건강혁신점 주치의인 김신애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앞서 건강센터에서 검진도 해보고 직접 병원을 열어 진료도 해봤다”며 “그러나 ‘어떻게 하면 환자와 더 가까이 접촉하며 1차 진료를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은 살림의원의 주치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시범사업 기간 건강혁신점이 도출한 결과, 정책 제안에 활용한다

'주치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살림사협 가입서를 작성하고 5만원 이상의 출자금을 낸 뒤 정기적으로 월 1만원을 내면 된다.

주치의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살림사협 가입서를 작성하고 5만원 이상의 출자금을 내야 한다. 이후 정기적으로 월 1만원의 이용료를 내고 진료 예약 일정을 잡은 뒤, 건강혁신점에 방문해 주치의와 만나면 된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환자와 주치의 사이 주체적 소통을 위해 만 12세 이상부터 등록할 수 있다.

조합원이 되면 주치의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예방 관련 비보험 진료비를 10~20% 할인받을 수 있고, 함께 사는 가족도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살림의원에서 진행하는 소모임이나 위원회, 건강교육 등에도 자유롭게 참여 가능하다.

살림사협은 건강혁신점 개원 시점인 올해 7월부터 내년 5월까지를 시범 사업 기간으로 두고, 추후 정부에 주치의 프로그램 관련 정책을 제안할 계획이다. 월 1만원의 저렴한 이용료로 운영되는 만큼, 150명 이상이 주치의 프로그램에 등록해 하루 30명 이상이 찾는다고 가정했을 때 해당 기간 동안 무려 7,000만원의 적자가 난다.

건강혁신점은 현재 공사 중이며 인테리어를 마친 7월 2일부터 진료를 시작해 환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럼에도 주치의 프로그램을 시도하는 이유는 살립사협이 비영리 의료기관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유여원 살림사협 상무는 “주치의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들의 건강이 얼마나 증진됐는지, 적자는 얼마나 나고 의료진들은 살만한지 등을 평가해 자료를 만들고, 실제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 제안도 해나갈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건강혁신점이 들어설 서울혁신파크 참여동 103호는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7월 2일 개원 전 주치의와 짧은 상담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미리 마련해 운영한다. 이달 14일 19일, 21일 세 차례에 걸쳐 미래청 1층에서 건강검진, 만성통증, 음주생활, 소화불량 등에 관한 주제로 하루 8차례 상담이 진행된다.

 

글.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사진. 이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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