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3월, SK텔레콤은 청각장애 택시기사 전용 앱을 티맵택시(현 UT) 신기능으로 추가했다. 사회적기업 ‘코액터스’와 협업했다. 또, 성남시와 함께 중증장애인 출퇴근을 위한 ’착한셔틀‘을 기획해 전국으로 확대했다.

사업을 진두지휘한 장본인은 여지영 부사장이다. 취약계층 고용창출 및 디지털 포용사회 구현에 이바지했다는 이유로 지난 6월 열린 제34회 정보문화의 달 기념식에서는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상 받는다고 들었을 때는 큰 감흥이 없었는데, 막상 받으니 달랐어요. 표창장에 '대한민국'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더라고요. 나라가 줬다는 의미를 되새기니 감동적이었습니다. 회사가 꾸준히 보여준 ICT 기반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이 쌓여 제가 대신해 받은 거로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하는 일로 사회에도 기여하고, 그게 표창으로도 이어졌네요. 제가 운이 좋나봐요.(웃음)”

그는 어떤 비전을 갖고 이런 새로운 사업을 펼쳐왔을까. 지난 6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여지영 부사장을 만났다. 이날 받은 그의 명함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가 박혀있었다.

여 부사장은 SKT ESG혁신그룹 소속 오픈콜라보 담당이다. ESG혁신그룹은 작년까지 ‘SV 이노베이션 센터’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 지난해 말 회사 차원에서 ESG 경영을 강조하며 코퍼레이션1센터 산하 조직으로 개편했다. ESG혁신그룹은 오픈콜라보 팀 외에도 ESG 사업 팀으로 구성된다.
여 부사장은 SKT ESG혁신그룹 소속 오픈콜라보 담당이다. ESG혁신그룹은 작년까지 ‘SV 이노베이션 센터’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 지난해 말 회사 차원에서 ESG 경영을 강조하며 코퍼레이션1센터 산하 조직으로 개편했다. ESG혁신그룹은 오픈콜라보 팀 외에도 ESG 사업 팀으로 구성된다.

“경쟁보다 '진정성'으로 차별화...고객 확보+사회적 신뢰”

여 부사장은 2016년 TTS 사업본부장에 발령받아 ‘티맵택시’ 사업을 총괄했다. 당시 티맵택시는 콜택시 업계에서 카카오택시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차별화할 수 있을까. 그가 찾은 답은 ‘진정성’이었다. 단순히 경쟁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게 아니라, 고객들에게 마음으로 다가갈 ‘따뜻한 이동’을 모색했다. 당시 SK그룹 차원의 화두가 ‘사회적 가치’라는 점도 한몫했다. 회사가 지속가능하려면 고객을 확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신뢰도 얻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그렇게 ‘코액터스’와 연이 닿았다. 지난 2017년 대학교 창업 동아리 ‘인액터스’에서 출발한 코액터스는 청각장애 택시기사와 승객 간 의사소통을 돕는 솔루션인 ‘고요한택시’를 개발, 운영한다. 3년 동안 여러 방면으로 협력했다. 코액터스는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부여받아 청각 장애인이 운전하는 직영 운송 서비스 ‘고요한 M’을 출시했는데, SKT가 ADAS(주변 위험 요소를 알려주는 기기)와 T케어 스마트워치(진동으로 ADAS의 경보를 알려주는 기기)를 전 차량에 지원했다. 최근 외부에서 유치한 투자 과정 초반에도 SKT의 주선이 있었다는 설명.

이외에도 스타트업 ‘모두의셔틀’과 손잡고 성남시에서 중증장애인 등 교통약자 출퇴근을 돕는 ‘착한셔틀’ 서비스를 시작했다. SKT는 셔틀 이용료 일부를 후원했고, T맵 데이터 분석 기반 최적 안전경로를 제공하는 등의 기술을 지원했다. 이 사업은 ‘착한셔틀 얼라이언스’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확대됐으며, 쿠팡·행복커넥트·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도 합류했다.

이런 상생 차별화 전략의 효과였을까. 티맵택시 가입자는 2018년 12월 100만에서 2019년 3월 200만을 넘어 2019년 10월에는 300만명을 달성했다.

“ICT로 사회적 가치 창출 꿈꾸는 동료·후배 조력할 것”

“코액터스와의 협업 모델을 내놓기까지 거의 1년이 걸렸어요. 기능 개발 실력은 있지만, 이 사업을 지금 하는 게 맞다는 내부 합의가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꽤 들었죠.”

모빌리티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식에 모두가 처음부터 힘을 실어준 건 아니었다. 사업이 많아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밀려날 수도 있었다. 여 부사장은 “모빌리티 사업을 맡은 본부장으로서, 이 일은 SKT가 해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고맙게도 기획, 개발 부문에서 손을 들고 나서준 직원들이 있어 계속 끌고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성장하면서 ‘비용만 드는 사회공헌’이 아님을 증명했다. 고요한 택시와 착한셔틀은 ADAS, T케어 스마트워치, GPS 스마트지킴이 등 SKT 차원에서 개발하는 기술을 처음 접목하는 레퍼런스가 되기도 했다. 조직의 성과와 사회적 가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거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물었다. 여 부사장은 사내 게시판에 올라왔던 글을 회상했다.

“‘고요한M’을 이용해봤다는 직원이 익명으로 글을 올렸어요. 나중에 SKT에서 지원한 사업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우리가 이렇게 따뜻한 서비스를 만든 적이 있었나?’ 하고 뿌듯했다 하더라고요. SKT의 서비스로 자사 직원의 자긍심을 끌어냈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어요.”

여 부사장은 2019년 말 모빌리티 업무를 떠나 오픈콜라보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픈콜라보팀은 SKT ESG혁신그룹 안에 있다. SKT 인프라를 활용해 엑셀러레이팅과 협업, 사업모델 지원까지 다방면으로 스타트업과 협력한다. 스타트업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거다. 현재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이 사회적가치 실현 및 비즈니스 성장을 동시에 이루도록 지원하는 ‘임팩트업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여지영 SK텔레콤 오픈콜라보그룹장(화면 맨 윗줄 세번째)과 '임팩트업스' 2기 참여 업체들이 지난 24일 온라인 발대식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SKT
여지영 부사장(화면 맨 윗줄 세번째)과 '임팩트업스' 2기 참여 업체들이 온라인 발대식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사진=SKT

소셜벤처와 협업해 사회적 가치와 기술을 접목한 사례를 만들고, 규모를 키워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끌어낸 여 부사장. 선례를 개척한 사람으로서 그는 “ICT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을 해보고 싶은 후배나 동료가 있을 때 조력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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