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이란 전쟁, 테러, 극도의 빈곤, 자연재해, 정치적 박해 등을 피해 다른 나라로 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최근 유엔난민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난민 숫자는 6560만 명에 달한다. 국제연합(UN)에서는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세계 난민의 날(6월 20일)’을 지정했다. 국내에서도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난민지원네트워크에서 지난 2015년부터 개최하는 ‘난민영화제’가 대표적이다. 네트워크 측은 “1년에 1만 명 가까운 난민이 한국을 찾고 있지만, 동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고작 2%다. 목숨 건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달라”며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올해 ‘마주하다, 맞이하다(Meet And Greet)’를 주제로 내건 제4회 난민영화제는 오는 17일 종로 서울극장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이날 난민을 다룬 다큐멘터리 3편이 연달아 상영된다. 축제를 주관하는 공익법센터 ‘어필(APIL)’의 양소민 코디네이터에게 각 작품의 관람 포인트를 들어봤다.
“2011년부터 7년째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의 실화를 담은 다큐 영화다. 대부분의 시리아 사람들이 터키 등 주변국으로 난민 신청을 해서 떠나는데, 작품은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 세계 난민 이슈 가운데 가장 중심인 시리아에서 실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객들에게 보여주려고 한다. 평범한 시리아 시민들이 왜 ‘화이트 헬멧’이 됐는지, 폭탄이 터지면 영웅처럼 위험 현장으로 달려갈 수 있는지 등을 집중해서 보기를 바란다.”
“우리나라가 배경인 난민 영화는 콩고에서 온 아이들을 조명한 ‘대답해줘(감독 김연실, 2015)’가 유일했다. 작품성이 있기도 했지만 하나밖에 없어서 지난 1~3회 영화제 때 계속 상영해왔다. 지난해 김포에 사는 채의석 감독이 이웃에 난민이 산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숨’을 찍어 새로 소개하게 됐다. 감독의 개입을 최소화해 난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비춘다. 한국 사회에 분명 난민이 존재함을, 그것도 우리 가까이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알려준다는 것이 포인트다.”
“보통 북유럽 사람들은 여유가 있고 타인을 존중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큐에서 소말리아 난민들을 적대적으로 대하고, 흑인 혐오 발언도 서슴없이 내뱉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중 ‘파트릭’이라는 사람이 롤러스케이트조차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난민들을 모아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게 만든다. 오합지졸이었던 이들이 훈련을 받고, 대회에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지역 주민들의 닫힌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과정이 핵심이다.”
영화제 당일 3개 작품이 연달아 상영되고 관객과의 만남(GV)도 진행된다. 양소민 코디네이터는 “‘라스트 맨 인 알레포’를 통해 난민들이 처한 실제 현장을 마주하고 ‘숨’을 통해 한국 사회에도 난민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나이스 피플’을 통해 난민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순서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극장 1층에는 부스가 마련돼 9개의 난민지원단체가 난민법, 난민 인권 등 주요 이슈를 다양한 포맷으로 알릴 예정이다. 특히 이번 축제는 한국에 거주하는 난민들이 직접 기획 및 진행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다양한 민족으로 이뤄진 난민을 만나 각국의 인사 예절을 배워보고, 이들이 직접 내리는 커피도 맛볼 수 있다.
행사를 위한 스토리 펀딩(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9544)이 온라인에서 진행 중이다. 관람권, 영화제 굿즈 등을 리워드로 제공하는 펀딩은 전액 영화제의 운영비로 활용한다. 지난 14일 기준 목표 금액인 200만원보다 많은 115%를 달성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난민영화제’ 홈페이지(www.koreff.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사진제공. 공익법센터 어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