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생동물병원 마포성산점
우리동생동물병원 마포성산점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미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살고 있다. 반려가구가 25%가 넘었다고 하지만 반려인들은 그만큼의 사회적 공감을 얻기는 쉽지 않다. 사람과 동물이 갖는 유대관계를 통해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곳, 현재 2천여 명의 반려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이하 우리동생) 조합원들 이야기를 담았다.

코로나19로 세상이 얼어붙는 시기, 안전 문제로 긴장 가득한 일상이지만 조합병원을 찾는 조합원들은 오히려 편안해 보인다. 조합을 걱정하며 병원을 이용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생긴 여유 시간은 동물을 돌보는 시간으로 할애하는 병원을 찾는 조합원이 많았다. 긴장감 속에 묘한 안정감이랄까. 이런 점이 반려동물과 같이 사는 반려인의 유대감과 더불어 우리동생이 만들어온 신뢰가 아닐까.

우리동생은 많은 사람들에게 동물병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우리동생만이 가진 다양한 가치와 활동이 있다. 우리동생의 다양한 활동 중에서도 반려인 공동체라는 정체성으로 설립 초기부터 꾸준히 이어져온 고양이돌봄 소모임이 있다. 우리동생의 ‘찐팬’들이 모여 있는 이 모임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동물병원이 목적이었다면 우리동생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_홍진영 조합원

홍진영 조합원의 반려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키키, 치로, 모모, 센)_사진제공 우리동생
홍진영 조합원의 반려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키키, 치로, 모모, 센)_사진제공 우리동생

나는 냥집사가 된 이후 분리불안(?) 증세가 생겼다. 반려동물이 반려인과 떨어져 있을 때 불안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 거꾸로 반려인이 반려동물과 떨어져 있어 불안한 상황인 것이다. 고양이들만 남겨놓고 출근하면 보고 싶고, 걱정이 앞선다. 하물며 여행이나 출장 기간에는 불안한 마음에 IP카메라를 설치해 휴대폰으로 계속 모니터링한다. 그런데 정작 고양이들은 집사가 없어도 잘 지내고, 오랜만에 만나도 시큰둥하기 일쑤이다. 관심은 오로지 밖에서 묻혀 온 낯선 냄새와 택배 상자뿐이라는 참으로 ‘웃픈’ 현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고 낯선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집을 비우게 될 때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까운 사이라도 고양이의 습성을 잘 모르거나 무서워하는 경우는 돌봄을 부탁하기가 난감하다.

우리동생 고양이돌봄소모임 방문탁묘 서비스를 듣고 ‘딱 이거다!’란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 돌봄소모임이 주관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1회 이상 모임에 참석해 얼굴을 익히고 각자 반려동물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면서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먼저 신뢰감을 쌓은 다음 돌봄 서비스를 신청해 집을 비운 동안 방문탁묘를 하는 것이다.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은 자율기부로 우리동생 의료나눔 후원금을 낸다. 지난해에는 두 달에 한 번 꼴로 해외출장을 가면서 서비스 개시 이래 최다 이용자가 되었다. 매번 베테랑 집사님들 덕분에 걱정 없이 무사히 출장,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우리동생 덕분에 상업적 서비스가 아닌 진심이 담긴 돌봄을 아이들이 받을 수 있고 좋은 목적의 기부도 할 수 있어 조합원으로서 크게 만족한다.

 

반려동물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배우는 공동체_김수진 조합원

병원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조합을 걱정하는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우리동생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자 혜택이다. 단순한 단골 이상의 더 강한 유대가 생기는 셈이다. 내가 반려하는 동물들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병원에 있고, 내가 걱정하는 건강 문제를 같이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모여 경험을 나눈다. 병원이나 조합에서, 또는 조합원 개인이 곤란한 일이 생기면 도움을 요청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도움을 주면서 우리의 경험과 가치를 함께 나누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수를 늘려나간다.

​두 차례의 임보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동물구조 및 새로운 삶을 찾아주는 과정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를 조율하는 것, 끝까지 책임진다는 것, 내가 조합의 가치에 동의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참여의 기회를 통해 나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어떻게 나를 둘러싼 우리의 환경을, 생활을 바꿀 수 있는지 고민하는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었다. 우리동생을 통해, 그리고 임보와 입양 과정을 통해 나는 받아들여짐과 받아들임을 배우고 더 넓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협동조합 우리동생, 동물병원 그 이상을 꿈꾼다_김은경 조합원

반려동물과 더불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공동의 목표와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는 경험을 나누고자 조합원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동생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회적 교육 및 참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강아지나 고양이들이 잘 걸리는 질병에 대해 수의사가 직접 알려주는 강좌 등이 특히 유익하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활동으로 반려동물 초상화 그리기 강좌가 있다. 지친 사회생활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학창 시절 이후 거의 최초로 그림을 그렸다. 예상치 못한 기분 전환의 기회가 되었고, 함께 참여한 조합원들과 각자 반려동물에 대한 이런저런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반려동물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두고 유용한 정보도 공유하는 일석이조 경험의 장이었다. 게다가 직접 그린 아이들 초상화를 거실에 걸어두니 집에 방문하는 사람마다 초상화를 보고 감탄한다.

대단히 거창한 활동은 아니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시간을 보내며 친목을 도모하다 보면 어디서도 얻기 힘든 소통과 공감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우리동생 조합원으로서 결속력 생성은 덤이다. 한 블록에 하나씩 보이는 수많은 동물병원 중에 우리동생을 찾게 되는 가장 큰 이유다.

 

사람과 동물이 모두 건강한 사회를 위하여_조문선 조합원

김은경, 조문선 조합원
김은경, 조문선 조합원

고양이 반려 21년차에 접어든 나름 베테랑(?) 집사다. 그간 여섯 마리를 반려하면서 (둘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크고 작은 병치레 수발을 했고 동네 병원부터 대형 병원까지 두루 경험했다. 대기실에서는 보통 “아이가 참 이쁘네요.” 내지는 “어디가 아픈가요.” 정도의 대화가 반려인들 간에 오갔고, 진료나 처치가 끝난 후에는 진료비를 지불하고 바쁘게 귀가하는 일반 소비자였다.

내 반려동물이 소중해질수록 학대당하고 버려져 고통 속에 사는 동물들이 눈에 밟혔다. 평판이 좋은 동물보호단체를 찾아 회원가입을 하고 후원금을 보냈다. 여러 가지 강좌, 봉사활동이 공지되는 것을 봤지만 번번이 ‘활동가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하고 넘기는 소극적 후원회원에 머물렀다.

마포지역에 협동조합 동물병원이 생긴다는 신문기사를 통해 우리동생을 알게 되고 취지가 맘에 들어 조합원에 가입했다. 정체(?)가 궁금하기도 하고 실제 의료 서비스가 필요해 드나들다 보니 어느새 의료진과 수다를 떨고,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소모임을 꾸리는 ‘적극 이용자’가 되어 있었다.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2013년에 설립된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은 주로 ‘우리동생’이라는 줄임말로 불립니다. 반려동물도 가족과 같은 사회구성원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마포구와 강남구에 우리동생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2,200여 명의 조합원들은 반려인도 반려동물도 모두 건강한 세상을 위해 함께 배우는 교육활동과 더불어 저소득주민들을 위한 의료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고양이돌봄 소모임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이 함께 쓴 글입니다.

홈페이지 http://animalscoop.co.kr
블로그 https://blog.naver.com/animalscoop


이 기사는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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