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5년 도입된 고용보험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및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경제위기 속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위해 급여를 지급하고, 직업능력개발사업 등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구조 및 노동시장의 변화로 다양한 노동형태가 급증하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속 일자리 위기가 커지면서 사각지대를 메우는 등 노동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열린 '전국민 고용보험제의 진단과 전망'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출처=이수진 의원실
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열린 '전국민 고용보험제의 진단과 전망'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출처=이수진 의원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 3주년 기념연설에서 “전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밝히면서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고용보험기금이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고용보험기금은 지난 2018년 적자로 전환된 이후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적자 폭이 커졌다.

23일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는 이러한 전국민 고용보험제의 진단과 전망을 논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수진(비례)·노웅래·우원식·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근로복지공단이 후원했다. 

이수진(비례) 민주당 의원은 이날 축사를 통해 “정부는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을 확정해 모든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추진방향 및 보험재정 건전성 악화 등 문제점을 지적하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며 “오늘 토론회가 취약계층을 위한 필수 사회안전망으로써 고용보험 확대가 절실한 우리나라에 도움되는 한 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민 고용보험, 특고·플랫폼, 자영업자까지 순차확대
이날 홍경의 고용노동부 전국민고용보험추진단 과장은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 추진현황 및 계획’을 주제로 발표했다. 전국민 고용보험은 현행 사업주 신고 기반, 임금근로자 위주 고용보험을 소득기반으로 전환하고, 모든 취업자를 대상으로 단계적 적용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예술인은 고용보험 적용대상이 됐고, 오는 7월부터는 산재보험 적용 12개 직종을 시작으로 내년 7월까지 특고 및 플랫폼 노동자도 적용대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2023년에는 자영업자까지 확대한다. 홍경의 과장은 이를 위해 “법적 적용대상임에도 가입이 누락된 임시·일용근로자 발굴과 법적으로 가입대상에서 제외된 대상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경의 고용노동부 전국민고용보험추진단 과장이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 추진현황 및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출처=노동이수진TV 캡처
홍경의 고용노동부 전국민고용보험추진단 과장이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 추진현황 및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출처=노동이수진TV 캡처

특고 고용보험은 기존에 산재보험 적용대상이었던 직종을 중심으로 적용한다. 플랫폼 기반 직종의 경우, 플랫폼 사업주의 고용보험 관련 의무조항 시행시기에 맞춰 조정해나갈 계획이다. 

기존 고용보험 가입자 대상 사각지대 역시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홍 과장은 “고용보험 미가입 상태인 임금근로자는 374만명으로 추산되는데, 특히 도소매·음식숙박업·건설업의 가입률이 낮다”면서 “건설업의 경우 건설공사의 일용근로자 출입기록을 공유·연계해 누락자 확인 및 가입조치를 위해 노력하고, 도소매·음식숙박업에서 근로자를 사업소득으로 신고하지 않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25년까지 노동형태와 관계없이 일정소득 이상인 일자리는 모두 고용보험이 가능한 구조로 전환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적기에 정확한 소득정보 기반 운영 △보험행정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고용보험 일시적 계정분리 및 공무원·교원 고용보험 의무가입해야”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은 ‘소득기반 전국민 고용보험 실현을 위한 정책 제언 발제를 맡았다. 그는 정부 재정부담의 제도화 및 공무원·교원 가입 추진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더미래연구소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심 연구모임인 더좋은미래의 싱크탱크다.

김기식 소장은 고용보험의 일시적 계정분리를 거론했다. 고용보험기금의 재정건전성과 기존 가입자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그는 “고용보험의 재정수지는 2018년 적자로 전환된 이후 지난해 코로나 사태를 경과하며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전국민 고용보험을 통해 예술인, 특고, 자영업자가 적용대상에 포함될 경우 재정적자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술인, 특고, 자영업자는 기존 임금노동자에 비해 근속기간이 짧고, 이직률은 높아 실업급여 지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이 발제하고 있다./출처=노동이수진TV 캡처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이 발제하고 있다./출처=노동이수진TV 캡처

따라서 김 소장은 “정부의 고용보험 확대 방침에 따라 증가하는 재정적 수요를 충당할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부담을 명확히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존 가입자의 반발을 완화하기 위해 기존 임금노동자 계정과 새롭게 포함될 특고 노동자 및 자영업자 계정을 일시적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무원·교원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업 안정성이 높은데다 실직시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은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반대하는 의견이 우세하다.

김 소장은 ’사회연대 원칙‘을 거론하며 의무가입 추진이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용보험과 같은 사회보험은 개인의 혜택 여부나 필요성에 의해 가입이 결정되는 개인 보험이나 저축과 다르다”면서 “상대적으로 실업의 위험이 낮고 소득이 높은 노동자가 그렇지 못한 이들을 부조해 실업으로 인한 소득상실의 위험을 사회적으로 분담한다는 ’사회연대의 원칙‘에 입각해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무원·교원과 더불어 공공부문으로 묶이는 공기업 종사자들이나 민간 금융권 종사자 역시 실업위험이 적음에도 고용보험 의무가입대상자에 해당된다. 공무원·교원만 적용제외 대상으로 두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사회연대의 원칙에 입각해 공무원·교원이 고용보험 가입자로 포함될 경우 상당한 재원이 확보될 수 있어 전국민 고용보험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정 분리 근거부족·교원 당사자 요구없는 의무가입 반대” 등 반대입장도

발제 이후 토론회하고 있는 모습./출처=노동이수진TV 캡처
발제 이후 토론회하고 있는 모습./출처=노동이수진TV 캡처

토론시간에는 김기식 소장의 발제에 대한 반박이 나오기도 했다. 먼저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임금노동자와 특고·자영업자간 계정 분리 추진 주장에 대해 “특고・플랫폼노동자가 특별히 임금노동자보다 이직율, 수급율이 높다고 볼만한 근거는 부족해보인다”면서 “굳이 계정 분리를 하지 않더라도 정부에서 유형별 재정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희완 민주시민교육연구소장은 공무원·교원 고용보험 확대 적용에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천 소장은 “보험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이해당사자들이 공동으로 노력하는 것인데, 일반 교원은 공무원 신분이기에 고용상 불안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당사자들이 고용불안으로 고용안정대책을 세워달라는 요구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대상자로 포함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않다”고 반박했다.

김형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무원·교원 고용보험 가입은 사회연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이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이 되므로, 공무원·교원 숙원사업에 대해 경청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정분리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계정을 분리할 경우 다시 통합하는 것이 어려워 이중적이고 차별적인 보장제도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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