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있다보니 안 걷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선생님께 도움받고, 운동하며 건강이 좋아졌어요. 노인들 다 운동했으면 좋겠어요” 김OO 님(74세)

“밖에 나갈 일이 잘 없는데, 직접 방문해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면서 운동하니 시간이 빨리 가더라고요.” 조OO 님(82세)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는 많은 사람이 모여있을수록 빠르게 확산된다. 방역당국은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집합제한 조치를 실시했고, 어르신이 매일같이 오가던 복지관 역시 한동안 문을 닫았다. 

금방 종식될 줄 알았던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장기화되면서 어르신 돌봄공백은 더욱 커졌다. 기존에 복지관을 오가며 식사하며 담소를 나누고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게 일상이었던 어르신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김선화 구로구립 궁동종합사회복지관장은 “돌봄공백이 심화되고 가족 이웃과의 교류가 끊기면서 신체·정서적 건강에 적신호가 온 어르신 사례도 있었다”며 “외부활동이 어려운 어르신을 위한 프로그램은 무엇일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구로구립 궁동종합사회복지관 전경./출처=궁동종합사회복지관
구로구립 궁동종합사회복지관 전경./출처=궁동종합사회복지관

종합사회복지관은 노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아동, 청소년 등 0세~100세까지 모두를 대상으로 복지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곳이다. 궁동종합사회복지관의 경우, 수영장·헬스장 등도 갖추고 있어 주민문화복합공간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집합제한 조치는 궁동종합복지관내 헬스장, 수영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운영을 못하게 되면서 생활체육지도사 역시 일거리를 잃게 됐다. 궁동종합복지관은 사회체육팀 소속 전문 운동지도사와 어르신의 건강공백을 메우는 ‘찾아가는 건강복지라이더’를 고안했다. 

생활체육으로 어르신 건강 돌본다... "복지와 체육의 만남"

건강복지라이더 운영방안에 대해 회의하고 있는 생활체육지도사들./출처=궁동종합사회복지관 유튜브
건강복지라이더 운영방안에 대해 회의하고 있는 생활체육지도사들./출처=궁동종합사회복지관 유튜브

‘복지와 체육의 만남’이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 중인 건강복지라이더는 생활체육과 돌봄 서비스를 접목한 복지관형 체력관리 시스템이다. 취약계층 홀몸어르신의 돌봄·건강 체크를 위해 생활체육지도사와 사회복지사가 2인 1조로 어르신 댁을 방문해 주 1회 홈트레이닝을 제공한다. 

이동현 생활체육지도사는 “어르신이 집에서 따라할 수 있도록 유튜브에 운동영상 업로드를 하기도 했으나, 디지털기기 다루는데 익숙치 않으신 분들이 많았다”면서 “우리가 직접 찾아가서 운동 지도하는 방식이 어떨까 고민하다 건강복지라이더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로운넷>은 지난 11일, 구로구 궁동을 찾아 건강복지라이더 프로그램 진행현장에 동행했다. 1차 건강복지라이더는 3월 말부터 5월 말까지 8주간 생활체육지도사 9명이 어르신 9분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날은 프로그램 점검 차원으로 진행됐다.

생활체육지도사, 개별맞춤형 운동 제공... “건강 개선효과 있어”

건강복지라이더는 어르신별 맞춤형 운동을 위해 사전 체력측정을 진행한다./출처=궁동종합사회복지관
건강복지라이더는 어르신별 맞춤형 운동을 위해 사전 체력측정을 진행한다./출처=궁동종합사회복지관

건강복지라이더는 먼저 어르신 대상 체력 및 정서검사를 진행한다. 개별맞춤형 운동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건강상태가 상이한 어르신에게 개별맞춤형 운동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동현 생활체육지도사는 “사전검사를 바탕으로 어르신별로 중점적으로 하면 좋을 운동 등을 맞춤형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건강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르신은 매주 방문한 체육지도사들이 내준 운동‘숙제’를 하며, 건강을 챙긴다. 숙제란 생활체육사와 함께한 운동을 어르신 혼자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체육지도사들은 운동용어 및 동작을 잊지 않도록 그림으로 동작을 그려주는 등 꼼꼼하게 어르신을 챙겼다. 

이날 만난 건강복지라이더 참여자 조씨는 “몸을 움직이기 싫어 가만히 있어야겠다 싶다가도 숙제가 생각나 꾸준히 혼자 꾸준히 운동을 했다”며 “원래 허리가 아파 걷기 힘들었는데, 2달간 운동하다보니 훨씬 나아졌다”고 웃어보였다.

정서적 교감통한 우울감 해소 효과도

조씨가 김용현 생활체육지도사와 함께 운동하고 있다.
조씨가 김용현 생활체육지도사와 함께 운동하고 있다.

체육지도사는 운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말동무이다. 손주뻘인 이들은 집안 가구배치 변화 등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어르신과 스스럼없이 나눈다. 오랜기간 함께했기 때문에 친밀도가 높아진 것이다. 

이날도 전날 백신을 맞은 김씨(40년생)가 “어제 너무 아파 힘들었다”고 말하자, 김용현 체육지도사는 “백신맞고 나서는 안정을 취해야 한다. 많이 아플 때는 언제든 말해달라”고 답했다. 궁동종합사회복지관은 자체 사후평가를 통해 참여어르신의 87.5%가 건강복지라이더 이후 우울감이 줄었다고 밝혔다. 

복지관 자체 체력검사 평가결과, 유연성(좌전굴)은 176%, 심폐지구력(2분제자리걷기)은 17% 향상되는 등 어르신 건강 개선도 가능했다. 최정아 궁동종합사회복지관 과장은 “어르신 복지에서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라며 “건강복지라이더를 통해 건강을 향상시키는 것이 삶의 질 향상에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참여 어르신 만족도 높아... "건강복지 지속돼야"

이동현 생활체육지도사와 건강복지라이더 참여자 김씨가 함께 운동하고 있다.
이동현 생활체육지도사와 건강복지라이더 참여자 김씨가 함께 운동하고 있다.

사업초기 우여곡절도 겪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낯선 사람이 방문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거나, 운동이 익숙치 않아 소극적으로 임한 어르신도 있었기 때문. 하지만 직접 방문해 친절한 지도사와 교류하며 운동까지 할 수 있는 방식에 점차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건강복지라이더는 하늘이 보내준 선물”이라고 밝힌 어르신이 있을 정도다.

직접 만난 어르신들 역시 건강복지라이더 서비스에 만족한다며, 앞으로도 이용하고 싶다는 답변을 내놨다. 김씨는 “어디 나갈 필요없이 집에서 1대1로 건강을 책임져주니 편했다”면서 “방문해주는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니 더욱 신났다”고 말했다. 조씨 역시 “평소에 운동을 잘 안하는 편인데, 건강복지라이더 덕에 운동을 하게됐다”며 “친절하고 자세하게 운동을 가르쳐줘 더욱 적극적으로 임했다”고 평가했다. 

김선화 궁동종합복지관장은 “구로구 생활체육지도사 고용지원으로 종합사회복지관에 소속돼있는 생활체육지도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홀몸어르신의 건강격차 및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었다”며 “돌봄·건강 공백이 우려되는 취약계층 어르신에게 유용한 건강복지가 지속될 수 잇도록 관심과 지원이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건강복지라이더, 6월에도 달린다... 단체운동 등 확대 실시

1차 건강복지라이더는 지난달 말 종료됐지만,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참여인원을 확대해 2차를 실시하고 있다. 22일 시작한 ‘건강복지라이더 시즌2’는 혹서기를 제외한 6~7월, 9~11월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방문방식의 건강복지라이더는 어르신 4분이, 강당에서 진행하는 단체 서비스에는 14분이 함께하기로 했다. 단체서비스의 경우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인원을 나눠서 진행한다. 특히 스마트 반려로봇 ‘부모사랑 효돌’을 결합한 체력관리 프로그램 도입도 고민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어르신이 꾸준히 운동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최정아 과장은 “코로나19 상황이 단기간에 종료되지는 않을 것 같아 건강복지라이더가 필요하다”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더라도 1대1 맞춤에 대한 어르신의 만족도가 높아 맞춤형 복지서비스는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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