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년 간 공직생활을 한 김병철(63세) 씨는 지난 4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서부캠퍼스에서 7군데 사회적경제기업 담당자와 상담을 했다. 이전에 했던 일과는 다른 일에 도전하고 싶어서다. 김 씨는 “50대 이전에는 정신없이 일만 했다면, 이제는 내가 가진 노하우를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에 쓰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사회적경제 등 3섹터에서 재미도 찾고 배움도 얻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내로라하는 자산운용사에서 23년 간 일한 이웅희(64세) 씨는 은퇴 후 일찌감치 사회적 가치 창출에 동참했다. 자산운용사 은퇴자들이 출자해 만든 사단법인 ‘희망도레미’에서 5년 간 활동하며 재능기부를 했고, 사회적경제를 지원하는 신나는조합에서도 일했다. 두 일 모두 종일 시간을 뺏기는 게 아닌 만큼 이번에는 실제 사회적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역할을 해보고자 도전장을 내밀었다. 통계학 박사에 국제 근무 경험이 많아 영어, 중국어 등에도 능통한 이 씨는 영어 관련 업무 지원을 희망하는 기업을 포함해 4군데 사회적기업과 상담을 했다.

 

지난 4일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50플러스 세대와  사회적경제기업을 연결해주는  ‘50+ SE펠로우십 매칭데이’를 진행했다.

이들이 이날 찾은 곳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주최하는 ‘50+ SE펠로우십 매칭데이’다. 서울시 보람일자리지원사업의 일환인 이 사업은 한화생명, 신나는조합과 협력사업으로 50플러스 세대와 이들의 역량을 원하는 사회적경제기업(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등)을 연결해주는 행사다.

‘펠로우(Fellow)’는 정식 고용은 아니지만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에 유급으로 채용되는 것을 말한다. 미국 등에서는 이미 중장년층이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이런 방식의 ‘앙코르 커리어’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다.

 

전문직 경력에 다양한 사회공헌 경험 보유한 50플러스들 지원

이번 ‘50+ SE펠로우십’은 SE펠로우 사업을 중간에서 조율하고 지원하는 ‘코디네이터’ 업무와 사회적경제기업에 직접 파견돼서 활동하는 ‘펠로우’ 업무 2가지로 나눠져 선정된다.

5.88:1의 경쟁률을 보인 코디네이터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 소속돼 일하게 되며, 총 8명이 선정됐다.

이날 매칭데이에는 44개 사회적경제기업과 지원자 56명이 참석했다.

이날 매칭데이는 사회적경제기업에서 활동할 펠로우를 선정하는 자리로, 루트에너지 외 43개 사회적경제기업과 이곳에서 일하고자 하는 지원자 56명이 참석했다. 지원자들은 오랜 전문직 종사 후에도 복지기관, 시민단체 등 다양한 사회공헌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에너지관리기사, 산림경영기술자 등 전문 자격증을 다수 보유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이들은 단순히 은퇴 후 일자리를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전문인력으로서 갖춘 노하우와 경험을 작은 사회적기업에 나눌 준비운동을 마쳤다. 참여자 면면의 사회공헌 활동을 보면, 은퇴후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0년 가까이 서울시 신나는 조합, 서울시 보람일자리,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 나라사랑 봉사단, 장애인 돌봄센터, 대학 및 지자체 등에서 자원봉사나 재능기부를 한 활동경력을 보유했다.

이날 지원자와 사회적경제기업은 1대1 상담과 펠로우십 코디네이터와의 직무 상담 등을 통해 서로 매칭 여부를 판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난일 서부캠퍼스 일자리지원실 프로젝트매니저는 “‘50+ SE펠로우십’에는 대기업, 금융권, 공무원, 기자 등 전문직에 종사하다 퇴직한 분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 펠로우 경쟁률이 2.57:1에 달했다”며 “참여하신 분들은 대게 재취업보다는 사회 참여와 사회공헌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자 하는 분들이다”고 밝혔다.

매칭데이에 참여해 얘기를 나누는 사회적경제기업과 지원자

펠로우 모집에 참여한 이정재 씨는 “은퇴 후 서울시 어르신 취업훈련센터 등에서 재능기부를 했는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도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외교부에서만 30년 근무한 공무원 출신으로 올해 만 65세다. 이 씨는 “원하는 직종과 매칭이 돼 1지망을 했다”며 “그간 외교부 근무 경험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은퇴후 창업을 준비해 봤다는 최기언(54세) 씨는 “창업교육을 받으면 강사들조차 시장이 포화돼 함부로 도전할 일이 아니라고 충고한다”며 “브라보 SE 커뮤니티 활동을 한 후 사회 가치 실현을 하는 여러 시니어 그룹을 알게 돼 창업 대신 선택했다”고 지원 이유를 밝혔다. 대형 카드사에서 국제업무, 감사, 영업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회사에 나닐 때 사회공헌 활동 정도로 생각했는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동시에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됐다”며 “이후 삶은 조금 더 가치있는 일을 하는 게 보람될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력난 겪는 사회적경제기업들, 전문성·풍부한 경험 보유한 인력 지원에 환영

주최측에 따르면 매칭데이에 참여한 사회적경제기업들은 홍보마케팅, 유통, 공공구매 지원, 회계총무, 인사노무, 생산 관리 등의 인력을 주로 선호했다.

예비사회적기업 비플러스 이보연 이사는 “최근 사업 확장으로 인력이 필요한 시기라 이런 지원이 반갑다”며 “사회적경제 기업들을 만나는 일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사회 경험이 풍부한 분들이 함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홍보마케팅 분야에서 일할 활동가를 뽑기 위해 참여한 이정희 샤인임팩트 교육연구팀장은 “어느정도 검증된 분들이 참여해서 다른 곳에서 인력을 구하는 것보다 믿을 수 있다”며 “사회적기업들의 경우 인건비 부담 등으로 고정 인력을 뽑기가 쉽지 않은 만큼 앞으로도 이런 지원들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이 완료된 후에도 15명을 최종 선정하여 사회적경제기업에 직접 고용을 연계한다.

이번 매칭데이를 통해 최종 매칭될 SE펠로우는 총 42명이다. 최종 합격자는 통합 직무교육을 35시간 받은 뒤 5개월 간 월 57시간을 일하게 된다. 월 최대 활동비는 서울시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책정한 52만5020원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보람일자리사업으로 진행되는 5개월 간의 펠로우십 종료 후에는 한화생명, 신나는조합과 함께 15명을 선정하여 3개월 집중 인턴십을 거쳐 사회적경제기업에 직접 고용을 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매니저는 “지난해 비영리단체와 50플러스 세대를 연결한 NPO펠로우십을 진행하고 올해 처음으로 SE펠로우십까지 확대했는데 사회적경제 분야의 경우 사회적 가치 추구 외에 수익창출이라는 뚜렷한 목적도 있다 보니 영리 경험이 많은 50세대들과 잘 맞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서부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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